[퇴사 일기] 떠날 때에는 말 없이

in #kr6 years ago

비랄게 뭐 있겠냐만은.

마음이 크든 작든,

익숙한 무언가를 정리한다는 것은

내게 여전히 쉬운 일이 못되는 것 같고, 아직 에너지가 많이 든다.

우습게도, 툴툴댔던 마음들이

퇴사 이야기를 입 밖으로 꺼내고 나니 잔잔해지고 말았다.

상황은 아무것도 변한 것도 없고

누가 이렇다할 위로를 해준것도 아닌데.

퇴사날짜를 받고 나니 삐뚤빼뚤했던 마음이 창창하게 펴지고 그러더라고.

참.. 그랬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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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가지 생각들이 오고 가는대로, 싱숭생숭 그렇게.
내 맘 속에서 무슨 이야기들이 오고 가는지 들어보면서
요즘 그렇게 지내요. 구경꾼처럼. - 디어마이프렌즈 中"

나이가 들면 나이와 상관없이 누구나와 친구가 될 수 있는 것처럼,

연차가 쌓이니 연차 상관없이 돈독해지는 선후배가 생긴다.

밖에서 볼수록 더욱 괜찮은 친구들, 그래서 밖에서 자주 봐야겠다 마음 먹고.

좋아하는 후배들과 한강에서 노닥거리면서

퇴사 준비하는 마음은 어떻냐고 인터뷰가 시작되고

미안한 마음에 선배로서 호기롭게 이렇다 저렇다 말 꺼내기가 조심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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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지는 않겠지만, 떠날 생각을 하니 좋았던 것들이 많이 생각났다.

그런것들이 나를 붙잡아서 정말 잘하는게 맞냐고. 물었다.

이 곳에서 만났던 좋은 사람들, 친구가 될 수 있는 내 동기들...

단지, 친하다 편하다의 이유가 아니라는것도 너희는 잘 알겠지.

무어가 급하고 중요한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해야할 것들을 알아서 도와줄 때.

어쩌면 그게 가장 필요한 <팀웍>이겠지.

다른, 새로운 곳에서 과연 이런 좋은 팀웍을 만날 수가 있을까,

두려운 마음에 후회하지 않을 자신있냐고도, 자꾸 내가 나에게

몇번이고 물었던 기억이 난다.

2.JPG

몇년째 일을 하다보니,

떠나는 사람들은 참 많았고 그때마다 그 남겨지는 느낌.

누군가 사직한다고 할때마다 드는 뭔지 모를 상실감.

떠나는 사람들이 그렇게 얄궂게 떠난것도 아닌데,

나는 왜 사기가 저하되고 그랬을까.

좋아하는 선배일수록 무기력이 더 오래 가더라는 건 말할 것도 없고.

그런데 그렇게 속상해할 필요가 없었다는 걸 나중에 알았다.

여기서 만난 좋은 사람들은 그만 두더라도 계속 좋은 사람이 되고,

번호 몇번만 누르면 여전히 얼굴 볼 수 있는 친구가 되니까..

사기가 저하될 필요도 없었다.

어떻게 보면 <그만 둘까 말까> 문제가 아니라

<시기의 문제>일 뿐인건 아닐까,

그렇게 생각하니 <우리가 만나고 헤어지는 일은 그저 각자의 타이밍이 다를 뿐>,

P1030447.jpg

마음이 분주할수록 몸은 분주하지 않도록.

너무 많은 시간을 떠드는데에 허비하지 않도록.

깔끔하고 예쁘게 정돈되는

뜨거운 하루 하루 되기를..

그렇게 나는 퇴사 前 일기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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훔..
좋은 길을 찾으신 것으로.. ??

찾아가고 있습니다^^

그것이면 충분히 좋지요.
인생은 끝없는 구도.. 求道 의 길..

그 마음이 너무도 공감이갑니다. 저도 그랬던 것처럼요.

퇴사라..저도 얼마전에 퇴사를 하고 이것저것 하고 있는데요, @agood 님 좋은 길을 찾길 바랍니다.
:-)

동지를 만났네요^^ 팔로우했습니다~
함께 좋은길을 찾길 바랍니다.

공감입니다!!.화이팅! 퇴사할땐... 말없이.. 뜬금포지만, 방이 이쁘네요. 팔로우할게요~ 맞팔하여요~ ^^

감사합니다^^저도 팔로우했어요 앞으로 자주 왕래해요~

내일이 이직 전 마지막 출근인 아내에게 공유하고픈 글이네요. 어떤일을 시작하시든 더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아내분에게 공유하고 싶은 글이라니..낭만적으로 느껴집니다^^ 감사합니다~

남겨지는 느낌이나 떠나는 느낌 모두 참 마음으로 표현하기 어려운 감정들인 것 같아요.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즐거운 하루 보내시기를 바래요!

맞습니다..용기를 내어 떠났지만, 남을 사람들은 곁에 있더군요^^주말 따뜻하게 보내세요

짱짱맨 부활!
호출감사합니다

짱짱맨 늘 감사합니다^^

전 왠지 공허함을 느낄 것 같아요. 그렇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할지... 응원의 풀보하고 갑니다

공허함도 잠시더라구요. 응원의 풀보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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