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 분노와 증오

in #kr6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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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안


분노와 증오는 힘의 원천이었다.

나는 스모 데드리프트를 주력으로 한다. 이것은 보폭을 넓게 벌리고 그 사이로 팔을 내려 바벨을 잡아 뽑는 것이다. 하체 개입이 크고 허리 개입이 적다. 때문에 상대적으로 팔다리가 짧고 허리가 긴 동양인 체형에는 스모 데드리프트가 잘 맞는다. 내게도 잘 맞는다.

전통적인 데드리프트, 즉 컨벤셔녈 데드리프트는 어깨너비 보폭으로 서서 팔을 다리 바깥으로 내려 바벨을 든다. 스모 데드리프트보다는 허리에 부담이 큰 편이다. 서양인 체형에는 컨벤셔널 데드리프트가 유리하다고 한다. 나는 컨벤셔널 데드리프트를 보조 운동으로 한다.

세계적인 파워리프터 유리 벨킨(Yury Belkin)을 흠모한다. 벨킨은 아주 강력한 스모 데드리프터다. 그의 별명은 ‘갓 오브 스모’(God of Sumo)다. 나는 그의 데드리프트 자세를 따라하고 싶었다. 그러면 중량을 더 칠 수 있을 것 같았다. 하루에도 몇 번씩 그 영상을 보고 자세를 교정했다.

저중량에서 제법 비슷한 자세가 나왔다. 지난 목요일 새 자세로 본훈련을 소화했다. 불편했다. 세팅 자세에서 고관절이 미묘하게 어긋났다. 요추가 과신전했다. 락아웃이 잘 안 됐다. 힘이 온전히 들어가지 않아 중량이 떨어졌다. 화가 났다. 너무 화가 났다.

이것은 벨킨과 나의 체형 차를 고려하지 않은 데서 빚어진 패착이었다. 그는 팔다리가 길고 허리가 짧았다. 나는 아니었다. 나는 내가 느끼기에 편안한 자세를 되찾기로 했다. 금요일 헬스장에 갔다. 원래 해야 할 밀리터리 프레스를 신속하게 끝냈다.

데드리프트를 했다. 원래 데드리프트는 이틀 연속으로 안 하는데, 전날 너무 못 해서 성질이 나서 했다. 벨킨의 자세를 머리에서 지웠다. 내 몸이 이끄는 대로 움직였다. 바벨을 말아쥐어 외회전했다. 발가락으로 지면을 움켜쥐었다. 양다리로 땅을 반으로 쪼개듯 밀어냈다. 바벨을 뽑았다.

60㎏로 5회, 100㎏로 1회, 140㎏로 1회, 180㎏로 1회, 210㎏로 1회를 들었다. 좀 쉬었다. 230㎏으로 무게를 맞췄다. 자세를 잡고 힘을 주었다. 힘이 자연스럽게 온몸으로 흘러 뻗어 나갔다. 바벨이 움직였다. 내 종전 데드리프트 기록은 220㎏이다.

이날 240㎏은 시도하지 않았다. 계획대로 루틴을 끝내고 3주 뒤에 도전할 것이다.


노예


이날은 또 수개월 만에 저녁 훈련이기도 했다. 지난주 내내 뭐가 있어 좀 바쁜 나를 불쌍히 여긴 아내에게 겨우 얻어낸 것이었다.

나는 마치 갑자기 자유를 얻은 노비처럼 불안했다. 큰놈이 찔통을 부리지는 않을까, 작은놈이 울지는 않을까. 생각에 생각이 꼬리를 물었다.

원래 이날 나는 전날 못 했던 컨벤셔널 데드리프트를 하고 풀업을 하고 레그레이즈를 하고 딥스를 하고 유산소를 할 생각이었다. 못 했다. 샤워 포함 헬스장에 머문 시간은 70분이었다. 눈물.


일지


  • 20181015
    로우바스쾃(노벨트) 180kg 4셋 3회
    로우바스쾃(벨트) 180kg 5회
    프론트스쾃(노벨트) 100kg 5셋 8회
    레그컬 50kg 5셋 10회
    넥브릿지 전, 후면 각각 30회
    데드행 3셋 30초

  • 20181016
    벤치프레스 100kg 4셋 3회
    벤치프레스 100kg 10회(11회째 실패)
    벤드풀업 5셋 5회
    딥 5셋 10회
    넥브릿지 전, 후면 슈퍼셋 3셋 20회
    유산소(걷기) 10분

  • 20181018
    스모데드리프트 185kg 4셋 3회
    스모데드리프트 185kg 6회

  • 20181019
    밀리터리프레스 70kg 5셋 3회
    밀리터리프레스 80kg 1회
    밀리터리프레스 90kg 1회
    밀리터리프레스 100kg 실패
    스모데드리프트 180kg 1회
    스모데드리프트 210kg 1회
    스모데드리프트 230kg 1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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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서운 기세로 올라가고 있군요. 자연스럽게 물흐르듯이 자세를 잡는다라. 어떤 경지에 올라간듯한 느낌도 드네요 ㅎㅎㅎ 저는 사실 Max 10kg 올릴때마다 늘 몸이 터지는듯한 괴로움이 들었어요 ㅎㅎㅎ 어제 조정을 잠깐 해봤는데 체력향상이 필요함을 절실히 느꼈습니다. 저도 헬스를 다시 시작할듯 해요. ㅋㅋ

어떤 경지에 올라간듯한 느낌도 드네요

엇 아직 경지를 논할 수준은 아닌데... 쓰다보니 좀 건방지게 읽힐 수도 있겟다 싶습니다. 제가 한 300쯤 들게 되면 그땐 건방 좀 떨겠습니다. 평생 영영 못 떨 수도...

조정이라니 멋지십니다. 왕년으 벤치왕 돌아오십쇼!

그정도 돼도 겸손하시니깐 멋지네요. 후덜덜이신데ㅎㅎㅎ 저는 ^^;;; 예전에도 벤치 빼고는 거의 안 해서 너무 밸런스 안 맞았던데가, 새로 시작해서 왕초보에요. 앞으로는 밸런스 맞춰가면서 차근차근 해볼려고요. ㅎㅎ 하면서 모르는 거 좀 여쭤보면서 하겠습니다. 잘 부탁드려요.

아휴 아닙니다 제가 오히려 잘 부탁드립니다. 함께 화이팅하시죠!!

아이고 고맙습니다. ^^ 즐겁게 운동해요. 화이팅 화이팅. ㅎㅎㅎ

허벅지가... 마블리 저리가라네요.ㅎㅎ

마블리님이 상체는 엄청 좋으시던데 하체는 그에 비해... 나 뭐래니...

이틀연속데드가 가능하신 분이 계시다니 .. 저는 하루하면 입원각인데 ㅠㅠ

그만큼 전날 운동을 제대로 못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ㅠ

허벅지가 어후.....
얼마전 스모데드하다 고관절 다친 저는 영상만 봐도 두렵네요ㅋ

엇 그렇습니다. 스모데드는 위험한 것이었습니다. ㅠ 하지만 컨벤은 허리 부상 위험이 있는데. 역시 답은 안 하는 것이다.

운동에 있어서는 얄짤(?)없으시군요. 조금의 흐트러짐도 허용치 않는..
3주 뒤가 기대됩니다! 안전하게 3주 마무리하시압! :)

afinesword님 무서운 분이셨군요 ㅎㅎ 데드리프트라니 전 한 번도 제대로 못할것 같아요. 체형에 따라 더 적합한 자세가 있군요. 다시봐도 저 kg이 무시무시합니다 ㅋㅋㅋ

210Kg 어마어마한 중량입니다. 허벅지가 제 허리둘레보다 굵은듯합니다. 대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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