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종북주의자와의 끝장 토론기 (4) - 미래 정세의 예측 및 내기 제안
미래 정세의 예측
글을 여기서 끝낸다면, 남을 까는 글만 쓰는 게 무슨 의미가 있냐고 비판하시겠죠. 그래서 저도 나름대로 미래에 대한 예측 글을 올릴까 합니다.
김정은은 금번 미국과 정상 회담을 수용하고 핵 포기도 가능함을 시사했습니다. 저는 이 발언만으로 김정은이 트럼프에게 굴복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 역시도 논리 비약이니까요. 하지만 김정은의 이 발언은 상당히 중대한 함의를 지닙니다.
그것은 바로 김정은은 자신이 합리적인 사람임을 시인했다는 것입니다.
만약 김정은이 판문점에서 핵 실험을 하고 미국의 해상 봉쇄에 더 강경한 군사 도발로 대응했다면, 김정은은 진짜 미치광이, 마치 태평양 전쟁 때 일본 군부처럼 ‘나는 할 수 있다.’는 광기에 사로잡힌 철 없는 젊은이에 불과하다는 것임이 드러났겠죠.
본인이 합리적인 사람임을 드러냈다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만약 길거리에 교통사고가 났다고 가정해 봅시다. 피해자는 더 많은 합의금을 타내기 위해 차 앞에 들이 누웠습니다. 어떻게 이런 행동을 할 수 있을까요? 만약 운전자가 자기 성질을 못 이겨 악셀레이터를 밟으면 누운 사람은 그대로 사망할텐데 말이죠. 피해자는 바로, 사고를 낸 가해자가 ‘합리적인 사람’임을 전제로 차 앞에 들이 누운 겁니다. 합리적인 사람이라면 누가 자기 차 앞에 눕는다고 악셀레이터를 밟지 않을 것임을 잘 알고 있으니까요.
합리적인 사람은 자기 밥그릇이 달리지 않은 이상은 끝장을 볼 정도로 싸우지 않습니다. 이게 세상 물정 모르는 중학교 양아치가 먹여 살릴 처자가 있는 조폭보다 더 무서운 이유이기도 합니다.
김정은은 합리적인 인간으로 밝혀졌습니다. 따라서 김정은은 할아버지와 아버지로부터 받은, 북한이라는 왕국이 핵폐기물이 되는 미래는 결코 원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가 원하는 것은 통일도, 유대 자본이 주도하는 미국이라는 나라를 붕괴시키는 것도 아닌, 그저 죽을 때까지 기쁨조와 함께 행복하게 사는 것임이 드러났죠. 아무 대가 없이 핵을 포기한다면 리비아의 카다피 마냥 미국에게 살해당할 수도 있습니다만 체제만 보장된다면 한반도에 끔찍한 참화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핵을 굳이 남겨둘 필요가 없습니다. 다시 말하지만 북한의 핵은 민족의 핵이 아니라 김정은 일가의 생존을 위한 핵이니까요.
따라서 최종적으로 비핵화와 평화협정을 동시에 제안할 것으로 보이며 트럼프는 여기 응할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과 미국이 전쟁을 한다면 미국의 승리는 확실합니다만 한미일 삼국 중 단 한 곳에만 핵무기가 떨어져도 트럼프는 실패한 대통령으로 간주되어 재선에서 이길 수 없습니다.
게다가 자신을 천재로 생각하는 트럼프는, 슈퍼팩에 의존하고 political correctness에 신경 쓰던 종전 대선 후보들과 달리 자신만의 방식으로 대통령이 되었습니다. 사업가 시절 역시도 마찬가지였죠. 자기 스타일대로 움직여서 성공한 사람입니다. 이런 인물들은 전통적인 판을 깨는 ‘신의 한 수’를 통해 자신의 비상함을 드러내는 것을 좋아합니다.
북한과 미국의 관계는 박근혜 정권 초기 남한과 중국과 유사해질 것으로 예측합니다. 좀 더 거슬러 올라가면 예전 중국과 소련 분쟁 때 갑자기 미국과 중국이 친해진 것과 유사해지겠죠. 바로 파트너 체인지입니다. 미국에게 잘 협조하지 않고 한미 FTA나 방위비협상에 소극적인 남한에 대한 경고 메시지이자, 전통적으로 북한을 자신들 앞마당으로 여기던 중국에 대한 멋진 한 방, 그리고 북핵을 핑계로 군사대국이 되길 고대하던 일본에게 ‘꿈 깨’라는 일성을 날리는 한 수가 될 것 같군요. 따라서 향후 몇 달 내에, B님이 고대하던 ‘반민족 원수 국가 미국의 몰락’이 아니라, 김정은이 트럼프의 넓은 품 안에 안기는 기괴한 그림이 나올지도 모릅니다.
원래 미국에는 강자를 동경하는 문화가 있습니다. 미국인들은, 빈국의 젊은 지도자임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미국과 대등한 게임을 펼쳐 온 김정은 같은 부류의 인간을, 마치 영화 속에 등장하는 카리스마 있는 악역처럼 제법 잘 쳐주는 면이 있습니다. 그런 김정은이 미국을 방문해서 트럼프와 포옹하는 사진을 남기는 것은, 트럼프의 재선에 있어 매우 유리합니다. 자존심 강한 트럼프의 체면을 살려주는 것이기도 하고요.
그리고 단계적으로, 미국 자본이 북한에 들어가게 될 수 있습니다. 이게 북한이 잘 살게 될 수도 있다는 B님의 글에는 달리 반박하지 않은 이유입니다. 단 말씀드린 것처럼, 결과를 설명할 때도 어떤 인과 관계를 바탕으로 하는가에 따라 그 논리적 완결성은 전혀 달라지게 됩니다.
이 모든 것은 김정은이 표면적으로(잠수함 같은 곳에 몇 개 숨겨 놓는 것 제외), 핵을 포기할 때 가능한 일입니다. 이 모든 것이 북한이 동아시아에서 미국의 헤게모니를 뺏어오는 것과는 1퍼센트도 관계가 없습니다. 단지 미국 주도의 질서가 북한까지 확장되는 것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5월 전 북한에서 핵 실험이나 탄도 미사일 발사를 해서 트럼프의 얼굴에 먹칠을 한다면 전쟁 가능성은 98% 이상입니다. 이때가 되면 저는 직장을 그만두고 이민을 갈 생각입니다.
모든 것은 가능성에 불과합니다. 틀릴 수도 있죠. 그래서 미래 예측 글은 가급적 쓰지 않습니다. 하지만 B님의 예측보다는 훨씬 개연성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자 이제 제 글에 대한 반박 글이 달릴 차례군요. 나름대로 열심히 써봤습니다만 부족한 부분은 많을 것입니다. 회사에 매인 몸으로서, 글을 쓰는 데 투자할 수 있는 시간은 한계가 있습니다. 논리적인 반박은 물론 좋습니다. 신랄하게 비판하셔도 지적하신 부분에 합당한 데가 있으면 언제든 수용할 수 있습니다.
태도에 대한 비판 역시도 좋습니다.제가 보아도 무례합니다. 하지만 전 어느 한 방향으로만 생각하는 사람이 아니며, 따라서 한 가지 이미지만을 어필하지도 않기 때문에 필요하다면 언제든 예의 바르게 행동할 수 있습니다. 그랬으니 요즘 같은 취업난에 보수적인 한국 대기업들의 면접을 어렵지 않게 거진 다 통과해 그 중 하나를 골라서 갈 수 있었겠죠. 그러니, “넌 스스로 똑똑하다고 자뻑할지는 모르겠지만 사람이 덜 된 것 같으니 내가 좀 인생을 가르쳐주겠다.”는 뉘앙스로 접근하시는 게 의미가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저라면 그냥 포기하겠습니다. 다만 여하간 그런 댓글도 수용은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어차피 미래는 너도 확실히 모르는데 B님 글과 네 글의 차이가 뭐냐.”는 식의, 그저 제 글을 까고 B님 글을 막연히 옹호하기 위한 의도에서 댓글을 다시는 걸 사전에 대응하기 위해 좀 예의는 없지만 다시 몇 가지의 내기 조건을 걸고자 합니다. 만약 그런 댓글을 달아주신다면, 바로 아래 내기에 응할 것인지를 묻겠습니다.
가. 주일미군이 3년 내에 철수하는가
B님이 예측하시는 것처럼 주일미군이 3년 내에 철수하면 5,000만원 드리겠습니다. 철수하지 않으면 500만원만 주시면 됩니다. 무려 10배를 제가 양보해드렸습니다. 남자답게 응하신다면, 제가 이긴다고 해도 확실히 형님 대우는 해드리겠습니다. 그런 용기를 가지신 분이라면 지성과 관계 없이 당연히 존중 받을 자격이 있으십니다.
나. 중국은 북한에게 3년 안에 만주를 양보하는가
중국이 북한에게 3년 안에 만주를 양보하면 1억을 드리겠습니다. 만약 양보하지 않으면 100만원만 주시면 됩니다. 100배 차이입니다.
다. 북한 사람은 키가 작은가 큰가
B님 말대로라면 북한은 잘 사는 나라고 여기 반하는 정보는 다 왜곡입니다. 시간이 되시면 저와 같이 휴가를 내시고 일주일 동안 북한과 인접한 중국 도시로 가셔서 북한 사람들을 직접 본 중국 사람들에게 자체 설문 조사를 진행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북한 사람이 남한 사람보다 키가 보통 큰지 작은지, 그들의 영양 상태가 어떠해 보였는지, 종합적으로 북한은 잘 사는 나라로 판단되는지 등의 질문을 무작위로 한 500명 정도를 대상으로 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북한 사람이 통상 남한 사람보다 영양 상태가 좋고 키가 크며 아무리 봐도 남한 사람들보다 잘 사는 것 같다는 답이 다수라면 제가 5000만원을 드리고 결과가 반대라면 1000만원을 받겠습니다. 여행 경비 역시 지는 사람이 전액 부담하는 것으로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이상입니다.
결국 내기를 거셨군요. 4편 모두 잘 읽었답니다:) @admljy19님이 그분과 토론을 하시려고 쓰신 글이지만 저에겐 단순 사실의 뉴스로는 알 수 없었던 흐름을 잘 알게 해준 글이었어요.
5월전까지 이민가지 말게 해달라고 빌면서 뉴스를 열심히 봐야겠네요:b
사실 전쟁이 날지 안날지였다면 내기를 안 했을 겁니다..... 워낙 저기 내기는 질 가능성이 희박해서 자신있게 올려보았지요 ㅎㅎ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헉 마지막은 농담이었답니다:) 그 분이 내기 받으실지 궁금해지네요:D
안 받으셨죠 ㅎㅎㅎ
북한이라는 나라는 워낙 예측불허라서 포기하겠습니다.ㅋㅋ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저기 적어 놓은 정도가 제가 자신있게 응할 수 있는 내기였죠
크라이시스라는 게임이나 .. 007 등 몇몇 영화를 보면 북이 악역(?)의 역할을 하는거 보면 글에서 언급하셨듯 나름의 평가를 받는지도 모르겠습니다 . 외국 브레이킹 뉴스로 간혹 나오는게 그네들이니 ...
아무래도 중국은 시장도 크고 잘못 다루면 좀 문제가 되서 그렇겠지요 ㅎㅎ 뭔가 북한이라는 나라가 컬트적인 인기도 없지는 않은거 같고요 ^^;
내기는 유치해 보일 수 있지만 상대방이 진실로 그렇게 생각하는지를 보여줄 수 있다고 봅니다. 또는 그러길 바라지만 그럴 확률이 낮다는 걸 알고 있든가요.
결국 내기에는 응하지 못하시더군요 ^^;
욕은 좀 먹었지만 후회는 하지 않았습니다 ㅎㅎ
제가 궁금한 건
개인적으로 세 가지 내기대상 모두 매우 잘 고르셨다고 생각합니다. 가. 주일미군의 철수는 북한의 행동보다 미국의 행동, 나. 중국의 행동, 다. 이미 정해져있는 팩트
이기 때문에 북한의 예측불허 행동과 무관하게 이길 수 있는 완벽한 전제들 ㅎㅎ
스무살 차이가 나서... 하지만 이 동호회의 장인 분은 대단히 명석하신 분이기 때문에 애초에 이 토론에서 저 쪽 편을 들지는 않으셨습니다.
저런 한국의 월드컵 우승보다 가능성 낮은 걸 내기 대상으로 올릴 수 있었던게 그 사람의 미래 예측이 얼마나 형편 없었는지 그 증거겠죠 ㅎㅎ
북핵포기로 북한이 체제보장이라는 선물을 받는다면 트럼프는 체제보장을 어떻게 해 줄 수 있을까요? 북한 내 미군 주둔? 구두약속? admljy19님의 생각이 궁금합니다.. 그리고 오늘 북한의 김정은일지도 모르는 사람이 중국에 열차로 방문했다는데 여기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그것까지는 모르겠습니다 ^^; 북한내 미군 주둔은 어렵고 미국 자본이 들어갈 수는 있지 않을까요
그간 자존심만 세우다가 이제 정말 상황이 급박해지니 그간 소홀하던 큰 형을 알현하러 간 것이 아닌가 싶네요...
가, 나는 저도 내기에 참여해고플 만큼 흥미로운데.. 다는.. 참 이런 논쟁을 받아주시니 대단하십니다.. 암튼 수고 많으셨습니다. ^^
사실 받아준게 아니라, 제가 그냥 판을 엎은 거죠.... 다른 사람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자유입니다만 사실 상대측 주장이 화가날만큼 근거가 없어서...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엥 4편이 있었네요;;
@홍보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