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되던 것이 어느 순간 잘 되지 않을 때 - 방법을 바꾸는게 답인가?

in #kr7 years ago (edited)

예전 고등학교 때 자신의 강의가 전국 최고라고 자부하던 수학 선생님이 있었습니다. 그 선생님은 90년대에 학원가에서 계약금만 2억을 주고 자신을 스카웃하려고 했다는 말을 습관처럼 하곤 했습니다. 물론 우리는 아무도 그 선생님의 말을 믿지 않았습니다...... 그 선생님 강의는 정말 최악이었으니까요. 하지만 얼마 전 고등학교 법조인 동문회에서 만난 15년 터울 선배의 말을 들으니, 그 선생님의 말은 사실이었더군요. 오래 전 그 선생님의 수학 강의는 정말 독보적이었다고 합니다.

가끔은 노력한 것보다 일이 술술 풀릴 때가 있습니다. 사놓은 코인이 연타로 오르는 것부터, 매력적인 이성들에게 쉽게 어필이 되는 것까지 그 스펙트럼도 참 다양할 수 있겠죠. 그게 쭉 이어지면 자기 실력이라고 믿게 됩니다.

스팀잇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별 기대하지 않고 쓴 글이 홈런을 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렇게 신경 써서 쓴 글이 아님에도 사람들이 칭찬을 해주고 많은 수의 보팅을 받으면 아무리 겸손한 사람이라도 우쭐해지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하지만 그게 늘 지속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의외의 결과에 기뻐하며 좀 더 힘을 주고 정성스레 쓴 글이 되려 외면을 받는 경우도 흔합니다. 그게 몇 번이고 이어지면 슬럼프에 빠지기도 합니다.

원래 잘 되던 것이 어느 순간 잘 되지 않는다면 어떻게 해야할까요?

한 시절을 풍미하던 베스트셀러였던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에는, 갑작스레 찾아온 변화에 당황해하는 생쥐가 등장합니다. 미로를 뚫고 치즈 창고에 도착하면 늘 먹음직스러운 치즈가 있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사라져 버린 겁니다. 알고 봤더니 누군가 치즈를 옮긴게 아니라 바로 생쥐인 본인이 조금씩 다 먹어치운 것이었죠. 그걸 알게 된 생쥐는 당당하게 밖으로 나가 다른 먹을거리를 찾습니다.

이 책의 주제는 단순합니다. 종전의 매너리즘을 탈피하라는 것입니다. 이를 스팀잇에 적용한다면 스타일을 바꾸고 새로운 접근법으로 써보라는 조언 정도가 나올지 모르겠군요. 하지만 제가 쓰는 이 글의 주제는 그와는 다소 다릅니다.

살다보니, 위기가 왔다고 재빨리 방법을 바꾸는게 꼭 답이 되지만도 않더군요. 현존하는 최고의 기업 사상가로 꼽히는 짐 콜린스가 쓴 「위대한 기업이 망하는 5가지 방법」 이라는 책에 의하면, 하락세에 있는 기업이 종전의 방법을 바꾸면 오히려 그 하락이 가속되는 경우가 꽤 많다고 합니다. 꼭 기업만이겠습니까? 시청률 1위를 유지하던 모 개그 프로그램이 시청률이 떨어지자 엄한 시사 풍자를 집어 넣었다가 시청자들로부터 더 외면 받게 된 경우 등 다른 분야에도 사례는 많습니다. 사람이 사는 방식 역시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제가 생각하는 잘 되던 것이 어느 순간 잘 되지 않았을 때 이를 대처하는 방법은, 종전 방식의 고수도, 급격한 변화의 추구도 아닙니다. "나는 이 방법으로 성공했으니 이를 지속한다(자부심)"와 "과거 방식이 더 먹히지 않으니 나는 다른 방법을 쓴다(조바심)"는 둘 다 '과거의 성공'이라는 잣대에서 비롯된 생각입니다. 스팀잇에 다시 이를 적용하면, "내가 스팀잇에서 이 정도 글을 쓰던 사람이었다." 내지는 "나는 사회에서 글로 이 정도 인정을 받았다."라는 것은 모두 꾸준함과 참신함을 방해하는 굴레에 불과하다는 것입니다.

"나는 무엇이다"에서 벗어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자신이 이룬 것에서 벗어나 원점에서 사유해야 좋은 글이 나옵니다. 시작점에서 다시 생각해도 똑같은 스타일대로 쓸 수도 있고, 또 전혀 다른 글을 쓸 수도 있을 겁니다. 어느 쪽이든 과거의 나에 천착되어 있지만 않으면 됩니다.

오스카 와일드가 영국으로 이민갈 때의 일입니다. 수속할 짐이 있냐고 묻던 세관원에게, 그는 신고할 것은 자신의 재능 뿐이라는 패기 넘치는 말을 던졌습니다. 하지만 말년의 그는 생활고를 겪었고 그의 저작도 전만큼 주목 받지 못했습니다. 그 오스카 와일드조차도 그랬습니다.

재능 같은 것은 원래 자신의 것이 아닙니다. 본인이 아무 것도 아님을 알고 불평 없이 매 하루 써나가다보면 감히 수작이라 부를 수 있는 것들도 나오지 않을까 싶습니다. 저는 인격신은 믿지 않습니다만 이 세상에는 오직 겸손한 사람만이 무언가를 이룰 수 있다는 심플한 룰이 있더군요. 원래 내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면 반드시 행운이 찾아올 것이고, 크던 작던 무엇이라도 이루어 낼 수 있을 겁니다.

계절이 바뀌고 있습니다. 이런 날씨에 감기에 걸리면 더 오래 가니 다들 각별히 유념하시기 바랍니다.

모두들 응원합니다. 그리고 저도 응원해주시기 바랍니다. 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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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eer Up!

  • from Clean STEEM activity supporter

조바심 내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또 조바심내고
겸손해야지 하다가도 우쭐한 내 마음...
그것이 인간 본능이겠지요

늘 언제나 부족하고 또 넘어지고
오늘도 또 그렇게 하루를 보내네요

내일은 "쬐끔 다른 나"를 만나길
오늘도 또 바래 봅니다 ^~^;;

결국 인간은 신도 아니고 보통은 성현도 아니니까 조금 부족해도 괜찮겠지요 ^^;

내일 쬐금 다른 나를 만나길 저도 기대해봅니다 ㅎㅎ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자부심과 조바심, 듣고 보니 발음도 비슷하고 결국에 근원은 하나인 거네요. 공자가 넘치는 것은 모자람과 다를 바 없다고 한 것도 그렇고.
항상 멈추고 생각할 거리를 주시는 글 감사드립니다.

거만과 자신감 없음도 그 근원은 유사하더라고요... 본인의 자아에 지나치게 함몰되어 있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부족한 글임에도 불구하고 재밌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재능만 믿고 꾸준함을 등한시여겼다가 되려 재능이 없느니만 못한 상황이 연출되는 경우를 종종 보고는 합니다. 이럴 때는 재능이 독이 되었다고 말할 수도 있겠지요. 쓰신 대로 나는 아무 것도 아니라는 겸손함과 틀에 갇히지 않는 유연함 그리고 꾸준함이 더해진다면 언젠가 갈망하던 그곳에 닿을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덕분에 값진 깨달음 얻어갑니다.

부족한 글임에도 불구하고 값진 깨달음이라고 적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원래 현명한 사람은 사소한 데에서도 배움을 얻는 법이니 그래서 그러신 거겠죠

말씀하신대로 일 것으로 봅니다. 저도 댓글 다신 내용 그대로 해나갈 계획입니다 ^^

오직 겸손....
와 닿는 말이네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팔로우 하고 보팅하고 갑니다
감기 조심하세요

팔로우 및 보팅 감사드립니다 ㅎㅎ
감기 조심하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기 바랍니다^^

님에 글을 안지는 얼마 안되었는데요.
님 글에는 뭔가 남을 배려하는 철학이 느껴져서 따뜻하다는 느낌이 드네요. ^^

ㅎㅎ 그렇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사람이 배려하는 면도 있고 아닌 면도 있지만 적어도 자신을 남에게 절제해서 드러내야 하는 이 공간에서는 배려하는 면을 많이 드러내야겠죠 ^^;

전 제 자신의 부족함을 통감하고 있습니다.
어찌 글은 쓰면 쓸수록 점점 더 작아지는 제 모습을 발견하게 되는걸까요...재능같은건 자신의 것이 아니라는 말을 공감하고 갑니다.

아마도 그런 모습을 발견하는 것이 그만큼 더 성장해계시다는 뜻 아닐까요? 원래 자신의 것이라는 건 없고 깨달았다고 말할 수 있는 것도 없더군요.... 그렇게 인정하고 살아가는게 인간인 것 같습니다 ㅎㅎ

많이 공감하는 글, 감사합니다.
과거는 자만심으로, 현재는 게으름으로, 미래는 불안함으로 살아가는 저를 깨닫게 해주시는 고마운 글이군요...
@admljy19님을 팔로우하고 응원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ㅎㅎ 현재는 게으름이고 미래는 불안함이라고 말씀하셨는데... 의외로 나는 아무 것도 아니다라고 생각하면 더 열심히 살아지는 경우가 있더군요.... 더 걱정이 없어지는 것도 물론이고요.

부족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저도 팔로우했습니다~!

아~ 절대 공감입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하고 살고 있습니다~^^

풍류판관님의 글은 항상 감탄하며 읽게 되네요.
겸손한 사람만이 무언가를 이룰 수 있다.. 정말 공감하고, 응원합니다 :)

자주 찾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도 lawyer GT님 글 늘 재밌고 유익하게 잘 읽고 있습니다
응원합니다 :)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기 바랍니다~!

좋은글 감사합니다.
저도 제가 만족할만한 내용이면 좋다 생각하고, 남들이 좋아해주는건 덤으로 따라오는거라 생각하며 글쓰고 있습니다ㅎ
다만 여긴 칭찬이 매우 후한곳이라서 어리둥절할때가 많네요ㅎㅎ

ㅎㅎ 그런 마인드가 맞는 것 같습니다...
저도 가끔 어리둥절...? 어 내가 이런 보팅 받아도 되나; 이런 생각 들 때가 있더군요

즐거운 명절 되시기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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