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팀잇이 다단계냐는 질문에 대한 형이하학적 답변 (中)

in #kr7 years ago (edited)

윈스턴 처칠은 “민주주의는 최악의 정치 시스템이다. 다른 모든 것을 제외하면 말이다.”라는 말을 남겼습니다. 이 말을 스팀잇에 적용해보고 싶군요. 스팀잇은 글을 써서 보상을 받는 데에 있어 최악의 플랫폼입니다. 다른 모든 플랫폼을 제외하면 말이죠.

불편한 인터페이스라던가, 또는 고래와 뉴비의 보팅파워 차이, 일주일이 지나면 수정이 되지 않는 등등. 분명 결점도 많습니다. 하지만 유무형의 장점에서 다른 모든 플랫폼을 압도하기 때문에 결국 글 쓰는 것을 좋아하고 여기 재능이 있으신 분들이 계속해서 스팀잇으로 유입될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예외는 있습니다. 종전 플랫폼에서 충분히 자리를 잡으신 분들입니다. 좀 괴랄한 표현일지 모르나, 소위 ‘산문 기득권’이라고 부를 수 있을지 모르겠군요. 하지만 이분들 중에서도 스팀잇의 보상을 무시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한 수입을 거두고 계신 분들은 극히 소수에 지나지 않습니다. 특히 젊은 분들의 경우 김승옥처럼 20대 초반에 무진기행 같은 작품을 쓸 수 있다면 결국은 스팀잇에 글을 쓸 수밖에 없습니다.

제가 20대 때 저희는 88만원 세대라고 불리었죠. 소위 5포 세대라고 불리는 지금 젊은 세대들의 현실은 더 열악합니다. 게다가 어려서부터 소셜 미디어 등을 통해 느끼는 대로 무엇을 쓰고 여기 즉각적인 피드백을 받는데 익숙해진 분들입니다. 경제적인 이유에서든, 감각적인 이유에서든 간에, 과연 이분들이 바늘구멍 같은 신춘문예 등단이나 아니면 천편일률적으로 변해 버린 장르 소설 플랫폼에서 대박을 기다리며 골방에서 본인의 저작을 완성해 낼 수 있을까요?

제가 지난 글에서 사회란, 이미 가진 자들이 이를 욕망하는 이들의 신규 유입으로 부의 구조가 지탱된다는 점에서 근본적으로 다단계 구조라고 말씀드렸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단 자신의 시간과 자본을 투자한 사람은 대가(물론 정당한 수준의 보상인지는 의문은 있습니다)를 얻을 수 있기에, 상위 1% 판매왕이 아니면 손해를 보게 되는 구조인 불법 다단계 영업과의 차이를 설명 드렸죠. 스팀잇은 1차적으로 아르바이트나 부모님의 용돈 없이도 글을 써서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공간입니다. 그리고 2차적으로는, 자신도 작문 하나만으로 부유하고 편하게 살 수 있다는 젊은이들의 욕망을 빨아들일 수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젊고 재능 있는 사람들이 모여들면, 자연스레 스팀잇에 게시되는 글의 퀄리티는 다른 플랫폼을 상회하게 되고, 이는 스팀잇 자체의 가치를 높여 스팀의 가격을 상승시키며, 다시 젊은 준재들을 유입시키는 선순환을 일으키게 됩니다.

물론 유형의 보상 이상의 무형의 보상도 있습니다만 일단은 이번 포스팅은 좀 더 이 같은 유형의 보상 위주로 더 설명드리고자 합니다.

유형의 보상 – 기성 문단에서 자리를 잡는 것과 비교하여


보통 전업 작가를 꿈꾸는 사람들은 사회적, 경제적 문제로 이를 포기합니다. 만약 그렇지 않고 성인이 되어서도 전업 작가의 꿈을 버리지 않았다면, 명예를 위해서든 아니면 최소한의 수입을 위해서든 간에 종전 문화 권력을 쥔 이들에게 어떤 식으로든 자신을 어필해야만 합니다.

하지만 한국에서 문화 권력을 쥐고 있는 기성 문단이라는 곳은 결코 포용적이지 않습니다. 예전 모 국문과 교수가 요즘 대학생들은 멍청해서 하루키를 좋아한다고 비난한 적이 있었죠. 저는 하루키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하나 묻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한국에서 '나 작가요'라고 으스대는 사람들이 쓴 책 전부를 합쳐도 하루키 책 한 권 판매량에도 미치지 못한다면, 먼저 그들이 해야 하는 것은 반성 아닐까요? 언어 영역이다 논술이다, 소위 국문과 교수라는 사람들이 심혈을 기울여 꼬아 만든 시험을 통과하기 위해 수많은 책을 읽은 요즘 젊은 세대들이 전 세대에 비해 질적으로 떨어진다는 명확한 증거가 있지 않다면 말이죠.

하루키 소설이 어떤 가치가 있는지는 저도 모르겠습니다만 여하간 하루키는 본인의 명성을 이용해 팔레스타인 난민들의 참상을 세계에도 알리는 등 가치 있는 일도 많이 하고 있습니다. 과연 한국 기성 문단에 계신 분들이 하루키보다 세상에 더 큰 기여를 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누군가는, 자신들이 물질주의적 세태에서 십자가를 지고 가는 순교자들이라며, 자신들에게 감사해야 한다고 말하더군요. 글쎄요...... 솔직히 말하면 종합격투기에 출전하면 얻어맞을 것이 너무 뻔해서 폐쇄적 신비주의를 유지하며 그들 이외에는 아무도 믿지 않는 수련법을 여전히 고집하는 중국 무술가들처럼 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나는 십자가를 졌다'는 것은, 본인들의 서식지를 성역화시키는 것입니다. 열린 담론에서 성장할 수 있는 문학 본연의 모습과 배치되는 것이죠. 그들은 목사나 주지 스님의 카리스마를 중심으로 뭉치는 기성 종교처럼, 감히 ‘대표’를 선출하며 패거리 문학을 양산해 냅니다. 때문에 어떤 문단에 소속되어 있느냐, 어떤 이데올로기를 담았는가가 좋은 글의 기준이 되는 경우가 아주 흔합니다.

재밌는 건, 겉으로는 보수 문단과 진보 문단이 다투는 것처럼 보여도 금전적 이익이나 안정된 교수 직위, 일정량의 출판 부수 같은 것에서는 서로 사이좋게 타협한다는 것입니다. 카메라 앞에서는 지지층의 표심을 의식해 열심히 치고 받고 싸워도 밤에 술 한잔하면서, “아까 내가 너무 심했지? 미안해.”라고 어깨동무하는 정치가들처럼 말이죠. 여기 기생하는 기득권화된 평론가들과 일부 메이저 출판사 편집장들 역시 문제가 있기는 매한가지입니다.

문제는 이런 사람들이 한국문단에서 작품을 심사하는 데에 있어 어마어마한 권한을 가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나마 메이저 공모전의 경우 그들 취향의 편협함과는 달리 절차적 객관성이라도 있습니다만 다른 공모전들의 경우 이미 입상자가 정해진 경우도 의외로 흔합니다(모 교수의 제자라던가요).

학벌주의, 패거리주의, 교조주의.

여기 소속되지 않은 젊은 문학도가 설 자리는 없습니다.

더군다나 그들은 납득이 가지 않을 만큼 미문(美文)을 강조합니다. 한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아래는 시중에 판매되는 꽤 유명한 작법서의 내용을 발췌한 것입니다. 먼저 글쓰기 교실의 수강생이 쓴 원래의 글을 보여 드리겠습니다.

“가연아? 아 너 맞구나!”
오빠였다. 나는 들고 있던 담배꽁초를 재빨리 손 안으로 감추었다. 담뱃불은 이미 껐다.
“역시 걷는 게 너 같더라. 근데 모자 쓰고 있으니까 아닌 것 같기도 해서.”
“아 오빠. 오늘은 늦게 들어오네.”
나는 별로 놀라지 않은 듯 말했다. 놀란 기색을 숨기려다 보니 반가운 표정을 짓는 것도 잊었다. 지나가던 마을버스에 혹시 오빠가 타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담배를 오른손에서 윗손으로 바꿔 들기는 했지만, 내 뒤에서 불쑥 나타나 버릴 줄은 몰랐다.
“뒤에서 너 놀래켜 줄까 하다가 혹시 너 아니면 나 치한될까봐 안 했다.”
빠르게 걸어왔는지 아직 숨이 차 보였다.
“근데 너 사무실에서 오는 거야? 나도 왕십리 쪽에 있어서 너한테 연락해서 같이 올까 하다가 그냥 안 했어.”
나는 회기에서, 오빠는 왕십리에서, 그러니까 아마 같은 전철을 탔겠다. 그렇다면 지하철역에서부터 집 앞 골목까지 이어지는 길에서 약간의 간격만 두고 걸어왔겠다. 나는 불과 몇 걸음 전에 전봇대에 담뱃불을 비벼 껐다. 게다가 꽁초를 문지를 때는 웬일인지 감상적인 기분이 들어, 회색 잿가루가 끌리듯 묻히는 모습을 보느라 조금은 취한 듯 얼마간 멈춰 서 있기까지 했다. 그때도 오빠는 내 뒤에 있었겠다.
“아침에 들어왔더니 오빠 자고 있더라. 잠깐 들렀다가 다시 나왔어.”

아래는 작가라는 분이 고쳐서 더 ‘개선’되었노라고 자화자찬하는 글입니다.

“가연아?”
오빠였다. 들고 있던 꽁초부터 재빨리 감추었다.
“모자 쓰고 있으니까.”
걸음을 나란히 하며 오빠가 덧붙였다.
“수원 이모 같아 보이는 것 있지!”
“이모 뒤태가 예쁘긴 하지!”
놀랍지만 웃으며 시치미 뗐다. 귀갓길이어서 조심하긴 했지만 등 뒤에서 불쑥 호명할 줄은 몰랐다.
“놀래줄까 하다가 치한으로 몰릴까 봐 참았다.”
빠르게 걸어왔는지 숨이 차 보였다. 나는 한 번 더 장난을 걸었다.
“괜히 수작 붙여 보려 했던 건 아니고?”
“엄마도 수원 이모 닮은 거 알지?”
오빠가 눙쳤다. 웃지도 않고 눙치는 버릇은 아빠를 닮았다. 다소 빠른 걸음도 아빠를 그대로 빼 박았다. 같은 전철을 탔는데 늦게 내렸거나 다음 전철에서 내렸는데 서두른 듯했다. 나는 뿔과 몇 걸음 전에 담뱃불을 껐다. 아무래도 불안했다.
“아침에 오빠 자고 있더라?”

여러분들은 정말 아랫글이 위에 글보다 낫다고 생각하십니까?

일단 작가는 글의 주제를 완전히 바꾸어 놓았습니다. 수강생이 쓴 글의 메인 토픽은, 자신이 그렇게 살갑게 생각하지 않는 오빠가, 자신이 담배 핀 것을 보았다는 데에서 비롯되는 불편함입니다. 담배를 몰래 감추는 묘사와, 오빠에 대한 데면데면함이 잘 드러나는군요. 문장이 건조해서 오히려 분위기 전달이 잘 됩니다.

수강생을 가르치는 이 작가라는 선생님은 뜬금 없이 수원이모, 아빠, 엄마 다 등장시키며 할리웃 영화는 씹어먹을 만큼 오글거리게 화기애애한 가족을 만들어 났군요. 물론 이 책에는 좋은 내용도 많고, 감히 제가 이 글을 쓰신 분보다 더 작문에 대해 잘 안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걸 고쳐놓고 혼자 잘 썼다고 희희낙락하셨을 모습이 떠오르니 구역질이 나 결국 전 책을 덮고야 말았습니다.

각자가 쓰는 글이라는 것은 그 사람이 일생을 살아가며 쌓아낸 나이테 같은 것입니다. 즉 그 사람만의 스타일이 있는 것이죠. 누군가는 씹는 맛이 있는 미문이 맞을지 모르지만 또 누군가는 건조한 서사로도 사람의 마음을 울릴 수 있습니다. 그것은 자신의 그릇을 얼만큼 채워가느냐의 문제이지 단언컨대 교정의 대상이 아닙니다. 과연 이런 글쓰기 선생님의 수강생 중 제임스 엘로이처럼, 불편할 만큼 호흡이 짧고 묘사도 거의 없지만 오직 서사의 힘만으로 독자들을 매료시키는 작가가 나올 수 있을까요?

일단 등단과정에서 대부분 심사위원들은 서사보단 묘사, 문체 쪽에 가중치를 둡니다. 여기에 스타일이 맞지 않는 사람은 기성 문단을 통해 등단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몇 년 방황하던 한국의 제임스 엘로이는 99%의 확률로 결국 스팀잇에 글을 쓰게 될 수밖에 없습니다. KR은 벌써 스팀잇에서 4번째로 큰 태그입니다.

유형의 보상 – 장르 소설의 경우


암울하기는 장르 소설도 마찬가지입니다. 일반 대중들과 지나치게 동떨어진 폐쇄성이 한국 기성 문단의 문제라면, 인터넷 소설 사이트는 오히려 지나친 개방성이 정 반대의 문제를 일으키고 있습니다. 요컨대 중간 지대가 비어 있는 것이죠.

네이버 웹 소설 같은 경우는, 로맨스물이 아니면 대부분 거들떠 보지도 않습니다. 조아라나 문피아 같은 사이트도 무협이나 판타지가 대다수이며, 대체 역사물 같은 경우 한국군이 조선 시대 말로 돌아가 일본을 침몰시키고 세계 정복을 한다는 시나리오가 작가와 주인공만 바뀌어서 무한히 재생되고 있습니다(게다가 역설적으로 이런 소설들은 일본 극우 만화가 카와구치 카이지 「지팡구」의 서사를 아주 충실히 따라 쓰여진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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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읽은지 좀 되었습니다만 소설 사이트의 무협은 그나마 서사의 재미라도 있던 삼촌 세대 노루표 무협지보다 훨씬 못한 양산형 퓨전 무협이 대부분입니다. 만약 김용이 90년대에 한국에서 태어나 무협지를 썼다면 낮은 조회수에 절망해야만 했을 겁니다. 판타지는 보통 먼치킨 물인 경우가 많죠. 예전 「드래곤 라자」를 읽고 감탄을 금치 못했으나, 그런 작품은 요즘 별로 보이지도 않을뿐더러 수작이라 불릴 만한 작품은 오히려 읽히지 않는 경우를 많이 봅니다. 게다가 매출이 높은 소설은 통상 BL이나 하렘물, 팬픽입니다. 물론 성애에 대해 다루었다는 것이 나쁘다는 것은 아닙니다만 제가 보았을 때 대부분의 작품에는 성욕 배설 수단 이상의 가치가 없습니다.

2018년 2월 5일 기준으로 인터넷에서 가장 유명한 웹 소설 사이트 3곳의 메인 화면을 올립니다. 이 사이트들을 이용해보신 적이 없다면 느끼시는 점이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네이버웹소설.png
조아라.png
문피아.png

가끔 정말 훌륭한 작품도 있습니다. 예전 어떤 신입작가 분이 스탈린의 생애를 다룬 소설을 쓰시더군요. 서사는 물론이고 문체도 훌륭했죠. 하지만 휙휙 거리는 속도감 같은 것은 없었습니다. 사람들이 읽지를 않더군요. 결국은 소리소문 없이 연재는 중단되었습니다. 반면 그분과 비슷한 시점에, 이순신 장군이 대한민국 해군의 이지스함을 지휘한다는, 참신함과는 거리가 멀고 문체도 그냥 “팡 쏘니 억하고 죽었다.” 수준의 소설은 높은 추천 수를 받더군요.

인터넷에 연재되는 웹 사이트들의 경우 독자들이 지적 충족감을 위해 글을 읽지 않기 때문에, 게재되는 글이 전반적으로 하향평준화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럼 양질의 글을 기대하고 온 소수의 독자들은 다시 오지 않게 되고, 독자들의 수준은 더 낮아지게 되는 악순환이 반복되게 됩니다.

아무 보상 없이, 남들이 잘 읽어주지 않는 장르소설을 몇 년간 꾸준히 써서 출판이 된다 해도, 초판 부수는 2,000부 정도입니다. 물론 종이책을 냈다는 것이 대단한 명예임은 의심할 여지가 없습니다. 초판 부수는 적어도, 이를 시작으로 더 많은 기회를 얻게 될 수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이는 매우 긴 시간과 노력을 요하는 행위일 뿐더러 금전적으로도 스팀잇에서 얻는 보상에 미치지 못합니다. 그런 점에서 결국 참신한 시도가 동반된 장르 소설 역시도 수준 이상의 독자층과 금전적 보상 확보를 위해 결국 스팀잇에 연재되게 될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도 이미 소설은 물론이고 시까지 포스팅되고 있는 것이 보입니다. 이 같은 콘텐츠의 다변화는 스팀잇은 다른 플랫폼과 다르다는 인식을 확산시킬 것이고, 더 많은 신규 유저들을 유입시키는 선순환으로서의 그 역할을 다해낼 것입니다.

유형의 보상 – 기사의 경우


기자가 되기 위해서는 수년의 준비 과정을 거쳐야 하며, 필력과 별도로 학벌과 같은 스펙도 주요 평가 대상이 됩니다. 이는 소위 '언론 고시'라고 불릴만큼 어렵습니다. 더군다나 기자 생활이라는 것은 캐릭터가 맞지 않으면 할 수도 없습니다. 자신이 쓰고 싶은 글과, 써야 하는 글 사이의 간극 같은 건 오히려 작은 문제에 해당할 정도로요. 제가 졸업한 로스쿨에는 메이저 언론 출신의 기자 분들이 꽤 많았습니다. 이분들 이야기를 들어보니 참 재밌더군요. 제 4의 권력기관이라 불리는 언론사 기자들의 행태, 취재를 빙자해 속된 말로 삥을 뜯고 다니는 이들의 삶은 누군가에게는 다이나믹하고 적성에 맞을 수도 있으나 모든 사람들이 그런 것은 아닙니다.

블로그를 운영하거나 또는 인터넷 언론사에 기고를 하는 방법도 암울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제 블로그는 한창 때는 하루에 5,000명 씩 방문했습니다. 그런데 한국에서 제일 큰 포털인 네이버 블로그가 제공하는 사실상 유일한 보상인 애드포스트의 수입은 한 달에 기껏해야 5,000원 수준입니다. 이는 스팀잇 고래 유저의 보팅 한 번보다도 훨씬 낮은 금액입니다.

애드포스트.png

고래의 담함이나 셀프 보팅에 대해 문제 삼으시는 분들께 묻고 싶습니다. 이보다 수백배 심각한 인터넷 포탈의 이윤 독식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해보신 적이 있습니까?

소위, 시민 기자의 기사를 배치시켜주는 인터넷 언론사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일단 해당 인터넷 신문사의 논조에 어긋나는 기사는 공을 들여 써도 채택되기 어렵습니다. 게다가 광고 수입을 포기할 수 없는 언론사 특성 상, 보수 진보를 막론하고 재벌에 대한 비판 기사를 쓰는 것은 사실상 원천 봉쇄되어 있습니다.

금전적으로도 메리트가 없는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처음 모 언론사에 기사를 송고했을 때, 편집부 기자가 직접 전화를 걸어 글을 잘 쓰셨다며 앞으로 많은 기사를 부탁한다고 말하더군요. 참 기분이 좋았습니다. 하지만 제가 실제 그 기사로 번 금액은 3,400원 밖에 되지 않습니다. 그때 전업 글쟁이로서의 길을 걷지 않은게 다행이란 생각이 들더군요.......

< 1987 >에 대한 어떤 우려...... 그리고 해소

한 달 전 제가 영화 1987을 보고 쓴 리뷰 링크입니다. 저는 이 리뷰를 스팀잇에 포스팅 하기 전 모 인터넷 언론사에 먼저 투고했고 3만을 받았습니다. 평소 기사 하나를 올릴 때마다 3만 원 또는 6만 원 정도 받아왔죠. 그것도 출금일이 한 달에 한 두번 정도로 지정되어 있어 전자화폐를 주는 스팀잇보다 오히려 수익 실현에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됩니다.

참 인생만사가 새옹지마더군요. 제가 이 리뷰를 투고한 인터넷 언론사 규정 상, 다른 사이트에 동일하 기사를 게재해도 그 출처만 밝힐 경우 문제는 없습니다. 하지만 만약 그 언론사가 이 기사에 6만 원을 지급했다면 전 예의 상 스팀잇에는 이 리뷰를 포스팅하지 않을 생각이었습니다. 그러나 만 명 이상이 제 기사를 보았음에도 저 수입은 3만 원 밖에 되지 않았고 리뷰 기사를 쓰는 데 든 시간에 비해 보상이 부족하다고 느낀 저는 이 곳 스팀잇에 다시 리뷰를 게재했습니다. 그리고 이 기사 하나로 저는 490 스팀 달러를 벌었습니다. 스팀 달러 시세가 꽤 높았을 때였던지라, 스팀 파워를 제외하고 제 은행 계좌에 실제로 입금한 금액만 200만원이 넘습니다. 당시 전 스팀잇 활동을 전혀 하지 않을 때라 이 공간에 온라인 지인이라고 부를 수 있는 분들조차 없는 플랑크톤이었음에도 말이죠. 극단적으로 말해 스팀달러의 시세가 지금의 10분의 1로 떨어져도 이 보상액은 여전히 인터넷 언론사에서 받은 것보다 높습니다.

한 번 이런 수입을 받아 본 저는 무슨 생각을 하게 되었을까요? '아, 공돈 생겨서 행복하다'일까요? 아니면, '스팀잇은 초기 자본 없이 글만 써도 큰 돈을 벌 수 있구나! 기왕 이런 거 스팀 파워도 좀 사고, 다른 곳이 아니라 우선 여기 글을 써서 나도 한 번 고래가 되어봐야겠다!' 일까요? 다른 분들은 어떻습니까?

쓰자마자 문단의 주목을 받고 베스트셀러를 낼 재능이 있거나, 아니면 그 오랜 시간을 경제적 보상이나 사회적 인정 없이도 버틸 수 있는 극소수의 사람들을 제외하면 저를 포함해 대부분의 평범한 사람들은 결국 스팀잇에 글을 쓸 수 밖에 없습니다.

글을 쓴다는 것은 경제성 없는 활동으로 간주되어 왔습니다. 하지만 스팀잇에서는 더 이상 그렇지 않습니다. 열심히 써도 사람들이 읽어주지 않던 그 현실에서 벗어나, 희망을 품고 시간을 쪼개 글을 쓰게 만드는 이 공간을 투기나 다단계로 정의할 수 있습니까? 물론 시간이 지나면 잊혀지는 글이 대다수가 될 것입니다만, 글을 써서 무언가 얻고자 하는 그 인간들의 순수한 욕심이 모여 끝내는 대작들도 탄생시키지 않을까요?

르네상스 시대의 메디치 가는 가난한 예술가들을 후원했습니다. 통상 백 명 정도를 후원하면 가까스로 한 명의 거장이 등장했다고 하더군요. 적은 숫자라고요? 그 중에는 여러분이 아시는 미켈란제로나 라파엘로도 있습니다. 저는 다른 플랫폼을 압도하는 이곳 스팀잇의 보상이, 재능 있는 준재들의 유입을 이루어 내, 새로운 시대를 이끌어 갈 저작들을 탄생시킬 것으로 예측합니다. 그것도 메디치 가와 같은 특정 가문이 아니라 수 많은 사람들의 민주적 결집으로 말이죠.

미래는 자기 꿈의 아름다움을 믿는 자의 것입니다. 절망하던 글쟁이들의 꿈과 믿음이 자기실현적 예언으로서 끝내 스팀잇의 선순환을 이끌어 낼 것입니다.

  • 이 글은 시리즈로 연재되고 있습니다.

왜 스팀잇인가? - 스팀의 우상향을 지지하는 다섯 개의 칼날

스팀잇이 다단계냐는 질문에 대한 형이하학적 답변 (上)

스팀잇이 다단계냐는 질문에 대한 형이하학적 답변 (中)

스팀잇이 다단계냐는 질문에 대한 형이하학적 답변 (下)

AI 시대에 인간은 무엇으로 자기 가치를 증명하는가? - 기본소득제의 선제적 구현으로서 스팀잇

플랫폼 비즈니스의 시대를 넘어서 - 스팀의 가치는 유통 마진을 파괴하며 상승한다

사람들의 관심을 사는 데에 필요한 돈은 얼마인가? - 스팀잇은 가장 저렴하게 외로움을 해결하는 방법이다

왜 수많은 음유시인들은 사라지고, 우리는 소수의 팝스타에 열광하게 되었나 - 노마드 시대의 회귀로서 스팀잇

스팀의 가치는 얼마가 되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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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침없이 읽히는 글이네요.
와.. 감사합니다.
이 글은 대한민국, 세계에서 창작을 하는 이들에게 희망을 주는 글입니다. 응원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주말 마무리 잘하시기 바랍니다~!!

글을 무척 잘쓰시네요.
유익하게 읽고 팔로우하고 갑니다.

좋은 평가 감사드립니다 ^^ 좋은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말씀하신 측면에선 스팀잇은 정말 뛰어난 플랫폼이란 생각이 듭니다. 글 정말 잘 읽었습니다. 보팅 및 팔로업하고 갑니다.

보팅 및 팔로우 모두 감사드립니다, 좋은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

멋진글 감사히 잘 읽었습니다
앞으로도 계속 좋은글로 스팀잇의 퀄리티를 더 높여주세요..^^

좋은 평가 감사드립니다, 꾸준히 한 번 써보겠습니다 ^^

연재 계속 해주시니 좋습니다. ㅎㅎ 다음편도 ㄱㄱㄱㄱ

곧 올리겠습니다... ㅎㅎ 독감이 너무 심해서 방황했네요,
논문은 잘 쓰고 계신지요? ^^;

외로움
전적 동감 하고 있었던 부분입니다.
모든 sns 하시는분들께 해당되는것 같아요.
아니라고 하시는분들 빼고요 ㅎㅎ
그래서 외로움에 보팅을~

모델 일도 하시고 이제는 주부 일도 하고 계시네요, 일견 화려해보는 직업과 집에 계속 눌러앉아 있어야
하는 직업을 소화하시는 만큼 외로움에 대한 이해도 더 깊으실 것이라 생각됩니다 보팅 감사드립니다 ^^

"소위 제 4의 권력기관이라 불리는 언론사 기자들의 행태. 취재를 빙자해 속된 말로 삥을 뜯고 다니는 이들의 삶은 누군가에게는 다이나믹하고 적성에 맞을 수도 있으나 모든 사람들에게 그런 것은 아닙니다." 제 얘기 하시는 줄...삥 뜯는다는 표현이 사뭇 노골적이긴 하지만...암튼 매우~ 공감되는 글이므로 팔로우(벌써 했나?^^;;)&풀보팅&리스팀 갑니다~~

ㅎㅎ 글과 관련해서 다양한 직업을 경험하셨군요, 아마 저보다 이에 대한 이해가 깊으실 것으로 생각됩니다. 공감 및 팔로우, 보팅 모두 감사드립니다 ^^ 저도 팔로우했습니다~! 즐거운 주말 마무리하시길 바랍니당

아래부분에 대해서 특히 공감합니다ㅎ
네이버 블로그, 페북, 인스타 모두 이윤 독식구조로 커졌죠.

고래의 담함이나 셀프 보팅에 대해 문제 삼으시는 분들께 묻고 싶습니다. 이보다 수백배 심각한 인터넷 포탈의 이윤 독식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해보신 적이 있습니까?

주변 지인들에게 스팀잇을 소개할때, 구조자체가 변하는거라고 설명해도 의심이 많은 사람들에게 전달하기는 힘들더라고요ㅎ
팔로우 하고 갑니다!

저도 소개해주고 권해주다가 여럿 의심을 면치 못했습니다..ㅎㅎ
"그거 다단계 아니냐?"
라는 말이 먼저나오더라구요ㅎㅎ

전 그냥 지겨워서 더 설명 안 합니다...

원래 사람은 쉽게 변하지도 않고, 굳이 잘 모르는 것을 이해하려고 하지도 않는 것 같습니다, 굳이 관심 없는 분들을 끌어들이기보다는 이 공간에 더 충실하다보면 언젠가는 그 분들이 먼저 부끄러워할 날이 있지 않을까 싶군요. 저도 팔로우했습니다, 감사합니다 ^^

파도 타서 놀러왔어요~
좋은 글 잘 읽었어요
보팅 및 팔로우하고 갑니다!
https://steemit.com/kr-newbie/@cchstory/5gzgyh

스팀잇에 오신걸 환영합니다 ^^
보팅 드렸습니다

좋은글을 쓰시는분이네요. 결국 기득권은 평가라는 잣대로 우리를평가하지만, 저는 일제시대 나온 소설들을 예로들고싶더군요. 그 당시 나왔던 많은 소설들이 현재 평가를 받을때 그런잣대로 평가를 받나 ? 아닙니다. 오히려 예술성과 작품성이 뛰어나다고 인정받죠. 결국에는 이런 모든것들이 기득권들이 선을 정해놓고 본인의 아랫레벨에서 놀게하는 잣대밖에안된다고봅니다. 우리는 그틀을 그들 발밑에서 깰게아니라 그들머리를 헤드샷날릴정도의 패러다임의 변화를 줘야만 그게 깨질것입니다. 그걸 깰수잇는게 바로 스팀잇이라면 우리 20, 30대는 여기에 올인해 기존 기성세대와 어깨를 나란히할정도로 키워야할 의무가있다고 봅니다. 팔로우하면서 교류하며 지냈으면하네요

그쵸 예전 연암 박지원이 썼던 글이 당대에는 쓰레기 취급 받았지만 적장 후세에는 당대에 명문 취급 받던 글을 아무도 읽지 않는 것처럼요, 결국 권력화된 종전 문단을 깨는 수단으로서 스팀잇이 활약할 것을 기대합니다. 맞팔했습니다, 부족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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