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의 연애에 대한 무례했던 조언 - 인생은 옳고 그름을 증명하려는 욕구에서 벗어날 때 좀 더 자유로워진다
몇 년 전 친구가 여자 친구가 생겼노라고 내게 사진을 보여준 적이 있었다. 예전 유학 준비를 할 때 알게되었던 여자인데 처음 보는 순간, 저렇게 예쁜 여자와 데이트를 해볼 수 있다면 소원이 없겠노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게 현실이 되었다고 신나하면서 말이다.
그런데 내가 보았을 때는 정말 전혀 예쁘지가 않았다.
남자들은 원래 친구의 여자 친구 외모 평가에 박하다. 아마도 십중팔구는, 은연 중 나는 이 사람보다 더 괜찮은 사람을 만날 수 있다, 너보다 내가 연애에 능숙하다는 그런 남자 특유의 허세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나는 그런 것만은 아니었다. 물론 친구와 나는 여자 외모에 대한 취향이 전혀 다르기도 하다.
몇 년 전 개봉했던 영화 매드맥스에 등장하는 여자 등장인물 중 누가 제일 예쁘고 누가 제일 그저 그렇냐는(물론 할리웃은 고사하고 한국 영화에서 엑스트라할 얼굴도 못 되면서 할리웃 배우들을 상대로 그런 품평을 하는 것 자체가 꼴값이긴 하다만) 질문에 서로 정반대의 인물을 지목하기도 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내가 그녀에 대해 높게 평가하지 않았던 것은, 아무리 보아도 이 여자는 친구 부모님의 기대를 충족시킬 사람으로 보이지가 않았기 때문이다. 이 친구와 알게된지는 이제 거의 20년이 다 되어간다. 나는 이 친구의 부모님의 기대치, 일반적으로 이 친구의 부모님과 같은 사람이 선호하는 타입에 대해 어렴풋이 알고 있다고 생각했고, 소위 어른들이 좋아할 조건과 외모에 이 사람이 부합하지 않을 거라고 판단했다.
내 입에서 예쁘다는 말이 나오지 않자, 이 친구는 이 사진 저 사진을 내게 다시 보내주었다. 지금 생각하면 나는 예쁘다고 말을 해주었어야 했다. 친한 친구에게 네 여자 친구가 예쁘다는 말을 듣고 싶어하는 것은 당연한 인간적인 기대니까. 근데 나는 첫번째, 지금보다 더 거짓말을 못할 때였고, 두번째, 친하니까 조금 무례하더라도 솔직하게 말해도 된다고 착각할 때였다.
나는 도리어, 네 부모님이 마음에 들어하지 않을 것 같고 아무리 봐도 내가 관찰한 네 캐릭터는 그런 반대를 뚫고 결혼할 위인이 못 될 것 같으니 더 상처 받기 전에 헤어지는 것이 낫겠다는 말을 던졌다.
몇 년이 지나 내가 예측한 것은 현실이 되었다. 그걸 본 나는 병신 같게도, 내 말대로 되지 않았냐고 운까지 띄웠다. 꼭 이것 때문만은 아니겠지만 여하간 그때의 무례함은, 친구와의 관계가 전만 못한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인간이 덜 되어있었다. 내 예측이 들어맞았던 것도 사실 결과론적 해석 아니겠냐. 게다가 고작 친구 말을 듣고 한창 불타오르는 사람과 연애를 중단할 리가 없었던 그 상황에서 도대체 왜 그런 말을 던졌을까. 오래 전, 내 여자 친구가 다른 친구에게 혹평을 받고 씩씩거리며 뭐 그딴 새끼가 있냐고 화를 낼 때 이 친구는 그걸 넉넉히 받아주었는데.
인생은 옳고 그름을 증명하려는 욕구에서 벗어날 때 좀 더 자유로워진다. 투자나 군사 전략을 세우는 것도 아니고, 왜 친구의 여자 친구에게 예쁘다는 말 하나 해주지 못했을까.
그딴 말 나부랭이를 던지며 살았던 것에서, 지난 몇 년 간의 실패는 이미 예정되어 있었는지도 모른다.
ㅋㅋㅋ 절대 해서는 안되는말.
앞으로는 안하겠습니다 ㅋㅋ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앗 ㅋㅋ 가즈아인줄 알고 반말로 했는데 선비형이었잖아? ㅋㅋ
근데 진짜 간혹가다가, 아니 좀 자주?
요 말들을 해주고 싶은 친구가 가끔씩 있지만 전 안꺼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ㅋㅋ
저 말만큼 이미 일어난 일을 가지고 관계를 악화시키는것도 없는것 같아서!
글 재밌게 잘 읽고 갑니다~~
ㅋㅋㅋ 사실 가즈아로 태그를 달았는데 전부 존댓말로 댓글을 다셔서 저도 그렇게 달고 있었습니다
선비라뇨 ㅋㅋㅋ 덜 되 먹은 인간입니다 ^^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ㅋㅋ그 실수를 깨닫고 와본 1인
아무도 반말 안하니까 그냥 우리도 하지 말자
위에 있구만 반말ㅠ
존댓말로 수렴하심 ㅇㅇ
분명 반성의 글인데 왜 이렇게 웃기죠.ㅋㅋㅋ
원래 인생은 멀리서 보면 다 희극이고 개중에도 블랙코미디가 짱이죠
크 ㅎㅎ 제가 좋아하는 찰리 채플린의 명언입니다. 최근에 올리신 모 그룹에 대한 글을 통해 여기까지 왔습니다. 앞으로 자주 뵐게요.
아 참 좋은 말이라고 생각했는데 찰리 채플린의 명언이었군요 ㅎㅎ 출처를 제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팔로우했습니다, 자주 뵙겠습니다 ^^
ㅋㅋㅋ근데 가끔 반대로, 그런 말을 해준 친구에게 고마움을 느낄 때도 있습니다. 과정론에서 반성하는 자세는 항상 옳습니다만 결과론적으로 모든건 케이스 바이 케이스.
뭐 생각해보니 그것도 그렇군요 ㅎㅎ
다 케바케죠... 그것은 진리
너무 자책하실필요는 없을 것 같아요....
친구분이 admljy19님의 말만 듣고 내린 결정은 절대 아닐거니까요
저같은 경우는 옆에 있는 친한친구의 객관적인 평가가 도움이 될때가 많이 있었답니다 ^^
당연이 제 결정과는 백만광년정도 떨어져있었죠 ㅋㅋ
괜한 헛소리나 지껄였던게 아닌가 싶습니다 ^^;
그..그래도 지금은 깨달았잖아요
평생 모를수도 있어요 자신이 그런 사람이였다는걸
저도 참 많은 망언을 하고 다닐적이 있었는데 이불킥 이야기로 저의 판도라상자속에 있답니다
휴
남의 얘기같지 않아서ㅜㅅㅜ 감정이입됩니다
저 얼마전에도 후배의 남친사진보며 얼평해쏘용
반성하고
조용히 지나갑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모두 깨달음을 얻고 숙연해지는 것 같군요...
저도 조용히 댓글을 답니다
ㅜㅅㅜ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성대모사가
제법이시군요
ㅋㅋㅋㅋㅋ 성대묘사로 표현하시다니
ㅇㅅㅇ
헐ㅋㅋㅋㅋ
그이모티콘 뭐죠ㅋㅋㅋ
ㅋㅋ40ㅡ50대분이신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젊으신분이신가봐여ㅋㅋ
ㅋㅋㅋㅋㅋㅋㅋ
아버지가 50대입니다 일찍 결혼하시긴 했지만...
헐!!!!!
저번에 영화리뷰 너무 감명깊게 읽어서 글잘쓰는 중년의 남성분이신줄
젊은나이에 학식의 깊이가 땅끝마을까지 가버리셨네요 대단하세요
그러고보니 저번 영화리뷰 너무 좋던데 혹시 제가 필사해도 괜찮으실련지
일주일뒤 받게되는 스달은 반을 전송해드릴께요
원문링크도 추가하궁
어떠신가요
https://steemit.com/kr/@admljy19/4v4in5
쉐이프오브워터 리뷰욤
중년의 남성 ㅠㅠㅠㅠ
하지만 영화 리뷰를 좋게 평가해주시니..... ㅋㅋㅋㅋ 좋은 의미로 받아들이겠습니다
학식이 아니라 개념이 땅끝마을로 가버리지 않을까 걱정 중입니다
그런 황송한 조건이라면 당연히 필사하셔도 좋습니당 ㅋㅋ
이미 묻혀버린 글인데 살려주시는 거죠
감사드려요 ㅋㅋㅋ
왜 그러셨어요~~~! 그런 대답하기 곤란한 상황에선 대략 적당히 애매하게 칭찬해주기...
인간이 덜 되었었기 때문이죵 ㅠㅠ
흙흙
인간은 덜 되었기 때문에 앞으로 계속 발전이 가능하지 않을까요. ㅋㅋ
그... 그렇게 믿어야겠죠? ㅠㅠ
언젠가 '옳고 그름 사이에 정원이 있다.'라는 말을 들은 적 있었는데. 이 말을 늘 생각하면서 지내고 있어.
음 그렇구나... 그래 어떤 의미인지 조금은 알겠다.
고마워 ^^
분명 가즈아 태그인데 형만 댓글 반말로 달았네 ㅋㅋ
꾸욱하고가요
감사합니당 헤헷
우정이 돈독하거나 가까운 사이일수록 더 조심해야하더라.
보통 가까우니까 친하니까 이정도 조언은 괜찮다고 생각하는경우가 많고 티비나 영화에서도 그런 모습을 재밌게 표현하는데 현실과는 다르지. 방송니까....조언 하는것도 좋지만 내가 믿었던 사람이 내가 미쳐있는일에 논리적이지못한식으로 반박하면 와닿지가 않는다고 하더라고.
이미 지난일 후회는 한번만하고 반성으로 뭔가 고쳐진다면 그걸로 충분해보여.
힘내!!!
웅 알았어 형 고마워! 힘낼게
조심해야지 뭐 ㅎㅎ
완벽한 사람은 없지만 그래도 나이가 먹으면 좀 더 어른스러워져야하는 건 맞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