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림을 주는 짧은 글. 학생들과 내기를 했습니다. 제가 졌습니다.

in #kr6 years ago
덤벼라 이놈드라~

학생들과 내기를 했다.
종목은 배드민턴이었다.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난 특수교사다.
그렇다고 특별한 것은 없다.
장애학생들은 나와 전혀 다르지 않다.
장애학생들은 우리와 전혀 다르지 않다.

다만 "장애"라는 용어만이
이질감을 줄 뿐...
사람은 똑 같은 사람일 뿐이다.
민들레가 민들레이듯이...

학생들은 느리다.
배드민턴을 배울 때에도 조금 느린편이다.
그래도 재미있었다.
우리는 웃었고, 즐겁게 배드민턴을 즐겼다.

우리는 초보였고,
배드민턴 공을 쫓아 이리저리 뛰어다녔다.


아이스티 두 잔

나는 학생들과 일부러 내기를 한다.
그래야 승부욕이 생기기 때문이다.

티나지 않게 내 편에 서툰 학생을 넣었다.
하지만 다른 사람을 탓하지 않도록
다함께 즐기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결국 나는 졌다.
나는 졌고, 아이스티 두 잔을 샀다.
나는 졌고, 아이스티 두 자을 샀지만,
기분이 좋았다.

즐거웠으면 된거다.
떠들고 잘 놀았으면 된거다.

나는 겨우 아이들이 그동안 받은 상처에
0.01 정도만 보팅을 한 셈이다.


카페라테를 얻어먹다.

점심식사 후, 다시 수업에 들어갔다.
한 학생이 나에게 카페라테를 한 잔 주었다.

뭐고?
선생님 생신이라서 샀어요.
그래? .............. 고맙다. 잘 마시께.
예! ^ㅡ^

얻어 마신 것은 나인데...
나에게 카페라테를 사준
그녀석이 더 좋아한다.

아까 나에게 아이스티를 얻어 먹은 녀석이다.
그래, 살 줄 도 알고...

거의 처음으로 학생에게 차 한 잔 얻어마셔보았다.
카페라테는 참 달았다.

교내 카페에서 종종 학생들에게 커피나 음료를 사준다.
내 한 달 용돈은 20만원이지만...
학생들 커피 한 잔 사 줄 수 있는 것이...
하나의 즐거움이다.


나는 참 행복한 교사이다.
내가 이렇게 착하고 멋진 학생들을 만나고
서로 추억을 쌓으며 시간을 보낼 수 있음이...
나에겐 너무나 멋진 행복이다.

행복한 감정과 기억을 스팀잇에 박제해 본다.
훗날 힘든 시간이 오더라도,
이 날의 감정과 행복감을 다시 돌아보며
그 시간을 이겨내길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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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도 행복해 보이지만 선생님덕에 행복할 아이들이 더 눈에 선합니다. 아이들이 행복할 수 있게 해주어 제가 다 감사한 마음입니다. 져도, 사주면서도 웃을 수 있는 건 그러한 선한 마음들이 만나서 일 거에요. 그 선한 마음, 행복 배워갑니다.

사람사는게 별거있나요. 부족하면 부족한데로 나은부분 있으면 만족해 하면서 서로 어우러져 교감하며 사는게 행복인거죠. 안그래요?

요즘 학교에서는 보기힘든 선생님과 학생 간의 정이 있는 모습이 아름답습니다.

멋진 선생님이시네요 아이들과 같이 놀줄도 알고 져 줄줄도 아는 선생님 진짜 멋지시네요 ㅠㅠ 저런 끈끈한 정위에 멋진 사제지간이 나올수 있는 것이겠죠

잘 읽었습니다...멋지시네요 ^^

좋은 선생님~ 착한 아이들... 지금의 이 행복감을 항상 느낄수 있길 바래봅니다... 아이들 역시...

행복한 선생님의 일상인가요.
너무 보기 좋습니다.(읽기 좋습니다라고 적어야 할지 ㅎㅎ)

응원합니다 선생님..
장애우는 같은 이웃입니다.. 멀쩡하다고 생각하는 몇 일반인 보다 더욱 멀쩡한 이웃이지요.

드라마 같아요 ㅎㅎ 배드민턴을 치고 아이스티를 사는 선생님, 그리고 카페라테로 되돌려주는 아이^^ 음악도 잔잔하게 흐를거 같네요. 이때 동료 여교사님과 사랑에 빠져야 하는데, 유부남이니 그건 패쓰 ㅋㅋ

진심 담긴 글! 풀보팅으로 응원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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