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년생 안선생의 삶. #1 나에게 허락된 시간

in #kr7 years ago (edited)

새벽 3시 30분.

잠에서 깼다. 어제 어떻게 잠이 들었더라.......그래.. 둘 째를 재우다 나도 같이 잠들어 버렸었지... 아.... 쓰레기 분리수거를 못했다.... 내일 아침에 또.. 아내에게 꾸사리 먹겠다. 그래도... 바쁜 3월과.. 두 아이 육아에.... 서로 지쳐가며.. 안쓰러웠는지.. 잠들어도.. 깨우지 않는 착한 아내다.... 이제는 사랑과 함께 의리로 산다...

털보 아저씨의 묵직한 중저음... 팟케스트를 들으며.... 잠을 다시 청했지만.. 잠이 오지 않는다.... 거실로 나와.. 글을 쓰며 일상을 정리해 본다.... 불현듯...... 내가 몇 살이지? ....... 내가 몇 살이었더라...

많은 나이가 아님에도.. 서른 중반부터는... 왠지 나이를 말하기도.. 생각하기도... 싫어졌다... 가끔은 철 없이 행동하고 싶고, 종종 가즈아에서 반말로 편하게 말하고도 싶다. 뭐랄까.. 가즈아는...나에게 자유가 허락된 시간이랄까...

서른 중후반.. 37살인지.. 38살인지.. 모르겠으나.. 일상이란 무서운 것이다. 자신이 하는 일이 그 사람의 성격을 바꾼다는 말을 실감한다.

나는 만화책을 좋아하고, 친구들과 공차는 것이나 좋아하던 평범한... 지극히... 너무나도 보통의 사람이었다. 학창시절에 반장 한 번 해 본적이 없고... 친구들 사이에서도 항상 중간중간 하는 튀지 않는 놈이었다. 어디에 가서든 중간만 하면 되고... 적을 만들지 않는 것이 최선의 처세술임을 항상 느끼고 있다.

하지만...

나는 지금 시키지도 않는 일을 벌이고 있다. 서른 중후반... 어느 직장에서나 마찬가지로 일을 가장 많이 하는 나이다. 그리고 솔직히 일도 재미있을 나이다. 사람들로 부터 인정받는 것이 즐겁다. 일머리가 조금씩 생기며.. 더 낳은 방향 더 효과적인 나만의 노하우를 접목 시켜보고 싶은 나이다...

나는 성격에도 맞지 않는.. "책 읽기 모임"을 만들었다. 내가 몇 번이고 다시 본 책이라곤.. 드래곤볼과 슬램덩크가 다인데.. 요즘 가장 탐독하는 독서는............. 웹툰 <고수> 인데.....

그리고 또... 몇 분의 동료 교사와 장애학생을 위한 직업훈련 세트를 만들어 보기로 했다..... 돈도 없는데..... 업무도 많은데... 육아도 해야 하는데... 왜... 시키지도 않은 짓을..... 멍청하게.. 나섰을까?......... 후.......

왜 그랬을까?.. 사실... 오래전, 어느 1~2년차 여선생님이 내 블로그를 보고.. 도움을 요청했었다.

선생님... 솔직히 저는 아이들과 수업이 너무 힘듭니다. 45분 수업을 하는 동안.. 중증장애 학생들에게 무엇을 해야 하는지.. 어떻게하면 좋을지 너무나 막막해요.

몇 마디 조언보단... 그냥.. 나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나도 아직 한국의 특수교사로 살아가는 일이 버겁고.. 힘들고.. 때론 양심의 가책도 많이 느낀다고 고백했다.

그리고 몇 달 후........ 이렇게 나는.... 올해 "울림"이란 것을 특수학교에 실천해 보고자 했다.

첫 번째 울림.
"책 읽기 나눔"을 통해 좋은 책을 서로 소개해주고, 좋은 글귀를 함께 읽어본다. 그러면서 교직생활에 고충과 부담을 덜어준다. 다른 사람의 힘든 이야기를 들어준다. 그리고 다른 사람의 좋은 아이디어를 얻는다. 서로 간에 지적인 자극을 주고 받는 것이다.

두 번째 울림.
"장애학생 진로직업 훈련 세트"를 제작한다. 예산은 없다. 일단 공모를 해보고.. 자비를 털어보고.. 친구들에게 기부도 받아볼 계획이다. 훈련세트와 평가서, 누가기록 정도만.. 심플하게 만들고.. 중요한 것은 꾸준함이다. 그러면서 우리는 특수교사 본연의 모습으로.. 회복한다.

잘 될까? 모르겠다. 일단 시도는 해본다. 실패해도... 뒤에 후배 선생님들에게 좋은 자료가 될 것이라 믿어 본다.


회의시간... 역시나 다들 입을 다문다... 담당자만 말하고.. 질문이나 의견을 주시라고 해도..... 침묵.. 이번에도 침묵을 깨어본다.. 불만을 말한다.. 다른 방향을 제시한다.. 의견이 맞는 것은 동의한다... 나는 그렇게 회의에서도.. 튀어버리는... 별난 놈이 되어 있다.

가만히 있으면 아무 것도 변하는 것이 없다. 퇴직한 어느 한 교장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무엇이든 우는 사람에게 무엇이라도 주어지게 마련이라고... 나 역시도 변하지 않으면 변할 수 없다고 믿는다.

나는 학교에서 정치를 하고 싶진 않다. 인간관계도 나에겐 그리 중요하지 않다. 우리 집 네 식구 인간관계 맞추는 것도 죽갔다... 승진에는 1도 관심 없다. 나는 그만한 "그릇"이 아니란 걸 내가 더 잘 안다.

그저 나는 내가 하는 일의 가치를 믿으면서... 내가 할 수 있을 일을 묵묵히 하는 것.... 그것이.. 서른 중후반.. 나의 역할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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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중반 참으로 젊은 나이 입니다. 지나고 나면 압니다. 하루 하루를 충실히 살면 나중에 웃으실꺼예요.

그런가요.. 정말 육아만 해결되면... 뭐든 해보고 싶습니다. 제 능력을 발휘하면서.. 하지만.. 가족들과의 시간이 가장 소중하겠죠.. 일과 가정..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것이 참으로 어렵네요.. 기회가 된다면 좋은 말씀 글로 부탁드립니다.

쉽지는 않아요. 근데 자식이 좀 크면 지금 이때가 제일 그리운 때입니다.

직업은 다르지만 저와 비슷한 면이 많아 공감이 가네요. 실천하는 용기에 박수와 응원을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성실과 진심은 통한다는 생각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열심히 해야겠지요 ㅎㅎ ^^ 저도 응원하겠습니다.

저랑 여러가지 상황이 비슷하시네요. 어쩌면 거의...

그런가요. 반갑습니다.. 저는 인간관계도 많이 줄었습니다.. 누군가... 인간관계에 대한.. 회의감에 대해 글을 올리셨던데.. 저도 상당부분 많이 공감했습니다.. 친구들과 술한잔 할 시간에.. 가족에게.. 더 시간을 ~~

저랑 비슷해요~ 심지어 분리수거하는거 까지요.
즐거운 금요일 되세요~
팔로 꾸욱~❤

배트맨님 반갑습니다. ㅎㅎ 저도 팔로 꾸욱~! 분리수거는 하루만 받으니.. 영... 즐거운 금요일 되십시오.

81년생이면 30대 후반이죠. 슬쩍 '중'짜를 붙이시면 아니되옵니다.
이젠 우리(?)정도 되면 딴지도 걸어보고, 뭐도 만들어보고 해도 괜찮을 나이가 아닌가 생각해봅니다. ^^

저도 신랑이 자고 있으면 안쓰러워서 깨우지 못하겠더라구요. 걍 가족의 정이겠죠? ㅎㅎ

어허이~~~ @leeja19님.. 왜이러 십니까? 후반이라니요.. 마음은 항상 20대 후반입니다.. 그러고 싶어요 ㅎㅎ ^^ 좋은 아내이시군요.ㅎㅎ 맞습니다.. 집사람 만나 참.. 그래도 나름 잘 살아가고 있습니다.

ㅋㅋㅋ 부인하지 마십시오. 하지만 저도 제 맘속의 나인 늘 26세라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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