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가 스승보다 낫다. 나는 부끄러운 선생이다.

in #kr7 years ago (edited)

나는 무늬만 교사인, 허빵 교사다. 나는 똑똑하지도 않고, 보통의 선생님들처럼 차분하지도... 착하지도 않다.

방황도 많이 했고.. 노가다도 많이 했다.

어렵고 힘든 가정형편과, 가난했지만 바보 같으리만큼 착하게 살아오신 부모님 덕분에..

그래도 쪽 팔리게 살진 않아야겠다는.. 최소한의 양심은 있는 놈이다.

나는 학생들과 자원봉사를 했다. 중증장애인 시설에서 자원봉사도 하고.. 장애인식 개선 연극을 수년 간 지도하고.. 공연했다.

수 많은 일들이 있었다. 기뿐 일도.. 힘든 일도.. 보람도.. 눈물도 있었다..

새해라고.. 아꼈던 제자에게 카톡이 왔다.

—-

ㅁㅁ 쌤~~ 저 ㅇㅇ이에요~ 또 1년만에 인사드리네요;; 매번 연락드려야지했는데, 이제서야 연락을 드립니다ㅎㅎ 먼저 새해복 많이 많이 받으세요~~ 잘 지내시죠?? 고등학교 들어서고 처음 연락드리는 거여서 그런지, 고1를 되돌아보니 참 많은 일이 있었네요,

제가 작년 여름방학에 필리핀으로 해외봉사를 갖다왔습니다~ 일주일정도 필리핀 바기오에 파견되어서, 데이케어센터(유치원) 외벽을 페인팅도 하고, 그곳 5~6세 아이들과 미니체육대회도 했습니다~ 그곳에서 아이들의 천사같은 미소를 봤습니다.

제가 아이들을 통제하기 힘들어서, 5명정도의 아이를 꼭 안고있었는데요, 외국인인 저를 부담없이 꼭 안아주고, 또 제 품에 꼬옥 기대는 모습을 보고 정말 감동했습니다. 그리고 비오는 열악한 환경에 비옷 하나입고, 야외에서 안되는 (초딩수준의) 영어로 체험부스안내를 했던 것도 기억에 나네욯ㅎㅎ 최근 '자원봉사론'이라는 책을 읽었는데요, [자원봉사는 상호호혜적 관계이다.]라는 정의가 있었습니다.

선생님께서 저에게 해주신 '남을 도울 때 너가 얻는 것도 있다'는 말이 또한번 생각났습니다. 저에게 해외봉사는 제가 준건 정말 조금이었지만(제가 준게 아니라 그냥 함께했다는 게 맞는 표현같긴 합니다), 그 아이들의 미소와 해외에서의 느낌 등 되게 많은 것을 얻어왔습니다. 그리고 저의 해외봉사 에피소드로 교내대회인 꿈발표대회, 이야기대회에서 상을 받기도 했습니다ㅎㅎㅎ(자랑하고 싶었어욯ㅎㅎ)

최근 수화를 취미로 배우고 있기도 합니다. 생기부도 정말 열심히 관리했는데, 성적이... 2학년 때는 더 열심히 해야겠죠??ㅠㅠ 고1동안 많은 봉사활동을 했지만, 다양한 봉사보다는 꾸준한 봉사가 의미가 있다고 깨달았습니다.

고2부터는 한센병어르신이 계신 산청성심원에 주기적으로 방문해 말벗이 되어드릴려고합니다. 정말 많은 것을 하려 노력한 1년이어서, 조금 힘들고 성적도 제대로 잡지못했지만, 정말 즐거운 1년이었습니다. 선생님께도 지난 1년이 참 좋은 시간이셨겠지요?? 너무 길어졌네요, 너무 늦게 안부를 전해드려서 죄송합니다~^^ 사랑합니다~♥♥♥♥♥ 새해복 많이 받으세요~~😊 다음엔 더 자주 연락드리겠습니다!!

—-

靑出於藍 (청출어람)

제자(弟子)가 스승보다 나은 것을 비유하는 말.

나보다 훨씬 멋진 사람, 훌륭한 인간으로 성장하는 제자를 보며 다시 부끄러워진다.

하지만 교사라서 너무나 행복한 날이다

Sort:  

스스로 홍보하는 프로젝트에서 나왔습니다.
오늘도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오늘도 여러분들의 꾸준한 포스팅을 응원합니다.

교사의 한마디가 학생의 인생을 바꾸는 바꾸는 것 같습니다.
국민학교 2학년 때 선생님께서 지나가시면 서 한마디 하셨습니다.
"너 글씨 참 이쁘게 잘 쓰는구나" 생각할때마다 기분이 좋아집니다. 1977년도 이야기 입니다.

그리고 제가가 더 나은 이유는 스승이 훌륭하시기 때문 입니다. 님은 좋은 교사십니다.

글에서부터 좋은 교사이신것 같아요^^
늘 처음처럼, 지금처럼!

가르쳤던 학생한테 연락올 때 그 동안의 노력을 보상받는 느낌이 든다고 해야 할까요.
참 기분 좋으시겠어요^^

선생님들은 저런 감동이 있겠네요. 제가 읽어도 가슴이 뭉클합니다. 참 좋은 선생님이신듯 합니다.

좋은 선생님이세요~!

무늬만 교사라니요...
누구보다 훌륭하신 분이십니다!!

저는 안타깝게도 학창 시절에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는 선생님이 거의 없네요.. abc티쳐님은 좋은 선생님이 되어주세요!!

아는 선생님께 물어보니, 제자가 잘 살고 있는 모습을 보면 기분이 좋다고 하더군요 ㅎㅎㅎ

Coin Marketplace

STEEM 0.19
TRX 0.15
JST 0.029
BTC 63281.14
ETH 2674.11
USDT 1.00
SBD 2.7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