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절주절 일요일기

in #kr6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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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고 싶은 글이 몇 개 있는데 오늘도 미루게 되었다. (내일은 꼭 올려야지!)

급작스러운 연락을 받고 여의도에 다녀오게 되었는데, 의도치 않게 출사(?)가 되었다. 사람들과 함께라 아쉽게도 사진은 많이 못 찍었다. 집에 돌아와 확인해보니 마음이 급했던지 그마저도 죄다 흔들렸다. 이럴 거면 여유롭게 눈으로 담을 걸 그랬나 보다.


오늘은 쉬는 날이라 해야 할 일을 쭉 정리해뒀는데, 여의도에 가게 되면서 죄다 못 하게 됐다. 시간상 딱 하나만 골라야 해서 연습을 했다. (기특기특)

그날의 컨디션이나, 연습곡에 따라 연습 시간을 정한다. 그리곤 시간 분배도 대강 끝낸 후에 집에서 출발한다. 연습실 가는 길에 이 곡이 나왔다.


< Art Blakey & the Jazz Messengers - Along Came Betty >

이 앨범을, 그리고 이 곡을 몇백 번은 들었다. 많이 들은 곡은 헤드 멜로디처럼 악기 솔로도 외우게 된다. 이 앨범은 귀가 문드러질 정도로 많이 들어서 리 모건 솔로도 노래처럼 부를 수 있다. 그런 곡이 왜 갑자기 새롭게 들렸는지 모르겠다. 연습실로 가는 짧은 시간 동안 이 곡만 계속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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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아트 테이텀이라고 쓴 거지? ㅋㅋ)

정해진 시간대로 연습해야 하는데, 자꾸 이 곡이 맴돌았다. 오늘 계획에 카피는 없어서 오선지도, 연필도 없었다. 급하게 빌려와 연습할 악보 뒤에 코드를 슥슥 적었다. 카피할 때도 너무 좋았고, 카피하고 간단하게 쳐볼 때도 정말 좋았다. 곡도 너무 좋고, 바비 티몬스의 피아노 연주가 정말 좋았다. 솔직히 바비 티몬스 진짜 짱인데, 짱인것에 비해 사람들이 덜 좋아하는 것 같다.

하여간 이 곡을 카피하는데 시간을 써버려서 손을 안 풀고 연습을 시작했다. 요즘은 클래식 곡 몇 개를 연습하고 있는데, 쉽지 않았다. 손을 쫙쫙 찢어야 하는데 손을 안 풀었더니 손목이 저릿저릿...

쓸데없는 시간을 줄이고, 연습 시간을 더 늘려야겠다.


요즘은 매일 연습을 한다. 당연한 이야기인데 '요즘은'이라는 말을 붙이는 것은, 남에겐 당연하지만 부끄럽게도 내겐 당연한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다른 걸 하다가 잠깐 피아노를 치는 건, 십 분 정도 치다가 또 다른 일을 하는 건 연습이라고 할 수 없다. 나는 뭐가 그렇게도 바쁜지, 뭐 그리 신경을 쏟을 게 많은지 연습을 자꾸만 미루게 된다.

피아노 앞에 앉는 게 힘들지, 막상 앉기만 하면 세상에서 가장 큰 기쁨을 느낄 수 있다. 다행인 건 피아노 앞으로 가는 시간이, 또 앉아서 연습에 집중하기까지의 시간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예전엔 의무감으로 연습을 했다면, 요즘은 내가 행복하기 때문에 연습을 한다. 연습은 고독하고 힘든 과정이라 행복하면 안 되는데, 요즘은 마냥 행복하기만 하다. 아마도 설렁설렁하는 것 같다.

클래식 레슨을 다시 받고 싶어 고민이다. 예전이면 냉큼 지르고 봤을 텐데, 왜 이렇게 망설이게 되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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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째 내가 찍는 사진은 다 똑같은 것 같다)

오늘 여의도는 왕 더웠지만, 그래도 제일 뜨거운 시간은 지나 선선한 바람이 불었다. 건물도, 사람도, 나무도 오랜만에 실컷 보고 왔다. 하나 마나 한 말이지만, 진짜 좀 돌아다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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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돌아올 때가 되니 이미 주변이 캄캄했다. 오늘 해야 할 일 중에는 읽던 책 다 읽기가 있었다. 책 좀 읽으려고 멀리 돌아가는 버스를 탔다.

크레마 사운드로 책을 읽는데 전자책을 읽을 때는 분량을 가늠할 수가 없다. 이 책은 아무리 읽어도 50% 언저리라 언제 다 읽나 고민했는데, 버스를 타고 얼마 지나지 않아 책을 다 읽게 되었다. 알고 보니 40% 정도가 작품 해설이었다.

나의 이상한 고집은 독후감을 쓸 때까지 새로운 책을 읽지 않는 것이다. 독후감은 노트에 써야 하기 때문에(이상한 고집2) 버스에서 생각지 못한 시간이 많이 남게 됐다.

마침 이어폰에선 클래식 곡이 나왔다. 집중해서 들으니 참 좋았다. 할 일이 없어진 나는 휴대폰으로 악보를 받아 크레마 사운드로 옮겨 악보를 보면서 곡을 들어야겠다는 기발한 생각을 했다. Send Anywhere를 이용했는데, 앱을 설치하고 악보도 받다 보니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렸다. (그냥 휴대폰으로 보면 됐잖아?) 겨우겨우 악보를 옮겼는데, 악보가 너무 작아 눈이 빠질 뻔했다. 조금 집중해서 악보를 볼쯤 해선 내릴 때가 되었다.


집에 맥주가 떨어져 돌아가는 길엔 마트에서 맥주를 샀다. 여의도에서 매운 음식을 먹었는데, 그래서 계속 갈증이 나던 참이었다. 결국, 못 참고 돌아오는 길에 맥주 캔을 땄다.

샤워하고, 맥주 마시고, 팩 붙이고 이 글을 써야 했는데, 급한 마음에 온통 뒤죽박죽돼버렸다. 어차피 꼬인 김에, 연습 좀 하고, 딴짓도 좀 하다가, 씻고 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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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밤과 어울리는 선곡이네요. 선풍기바람 맞으면서 잘 들었습니다. 클래식은 무슨 곡 연습하고 계신지 궁금해요!

요즘 선풍기 사려고 알아보는 중이라 선풍기 바람 엄청엄청 부럽네요. (에어컨 쐬면서 부러워하는 중)

오늘 못 올린 글이 요즘 연습하는 클래식 곡들이에요! 오쟁님이 좋아하실진 모르겠지만 낼 꼭 올릴게요. 약속했으니 진짜 올려야지 ㅠㅠ

본문의 글을 읽다가 문득 어떤 대사가 생각나요. 인터뷰에서 봤는지 애니메이션에서 봤는지 기억이 정확하지 않지만요.

오늘 몇시간을 연습할까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고,
오늘 몇시간을 쉴까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는 말에... 연주자로서 자신의 어떤 목표를 도달하기 위해 얼마나 노력하는지 알게 되더라고요.

어느 분야이든 연습과 노력은 필요한데 예체능과 관계없는 사람이다보니 예체능에 종사하시는 분들이 저런 말 하면 더 크게 다가오더라고요. ^^

어떤 일이든 자신이 들인 시간만큼, 또 그 노력에 비례해 무언가를 얻게 되는 것 같아요. 예술만 그런 것이 아니라, 또 예술만 다른 것이 아니라 모든 일이 그런 것 같습니다.

근데, 오늘 몇 시간을 쉴까?라고 생각하는 분도 계실까요? 저는 평소 쉬는 시간이 더 많아서... 몇 시간을 연습할지를 생각하는 게 더 효율적인데 말이지요......

저는... 연습은 아니라서... 일할 때 몇시간 쉬고 몇시간 일할까.. 뭐 이렇게 접근하기보다는 얼른 빨리 일 끝내고 많이 쉬어야지를 생각한답니다. ㅎㅎㅎ

올려주신 곡 너무 좋네요..ㅎㅎ
요새 트럼펫 소리에 꽂혀있는데..그러면서 슬슬 재즈도 알게 되어 가는 거 같아요.ㅎ
더울 때 너무 돌아다니지 마셔요..ㅎㅎ 탈나요.

앗! 좋으셨다니 무척 기쁩니다. 저는 오히려 트럼펫 소리를 좋아하지 않는데, 많은 분이 좋아하시는군요. 트럼펫과 관련된 글을 써보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미술관님 이야기를 들으니 더욱 그 마음이 샘솟는!

요즘 정말 덥네요. 미술관님도 더위 조심하시길 바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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