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곡가가 들려주는 쉬운 음악 이야기 #6 > 알고보면 무엇보다 매력적인 악기 '피아노'

in #kr6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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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음악을 들을 때 은근 무심코 지나치게 되는 악기가 피아노일 듯합니다.
가장 좋아하는 악기가 무엇이냐는 질문에도 피아노보다는 현악기나 관악기를 많이 선택하실 것 같아요.

모두 어렸을 적 피아노를 배웠던 기억, 하다못해 건반을 한번이라도 눌러본 기억이 있을 것 같습니다.
피아노는 그만큼 우리에게 친숙한 악기인데요.
아마 그래서 더욱 익숙하게 느끼고 지나가게 되는게 아닌가 싶어 이 글을 쓰게 되었답니다:)


피아노의 원래 이름은 피아노 포르테입니다.
피아노 포르테를 줄여 부르는 이름이 바로 피아노에요.(그래서 악보에는 Pf라고 적지요)
쳄발로(하프시코드)가 가지고 있던 구조적 한계를 개량해 만들어졌습니다.

피아노는 업라이트 피아노와 그랜드 피아노로 나뉩니다.
업라이트 피아노는 피아노 학원이나 가정집에 있는 피아노를 생각하시면 될 것 같네요.

피아노는 88개의 건반을 가지고 있습니다.(흰 건반 52개와 검은 건반 36개로 구성돼있어요)
전자 피아노 형태인 신디사이저는 88, 76, 61,49, 25 등 다양한 건반 수를 가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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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한 연주를 할 때 쓰는 25 건반입니다.
키보드를 연주할 때는 피아노만큼 넓은 음역이 필요 없을 때도 많아 휴대성이 좋은 적은 수의 건반을 사용하기도 합니다.
(가격의 압박으로 사용하게 되기도 하지요 ㅠㅠ)


피아노의 매력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풍부한 음역이 주는 카타르시스가 있는 것 같습니다.
아주 낮은 음부터 높은음까지 손쉽게 연주할 수 있는데요.
높은음이 주는 아련한 감정과, 낮은음이 주는 깊은 울림 모두 한 악기에서 느낄 수 있습니다.

또 연주 방법에 큰 제약이 없기 때문에 다양한 연주를 즐길 수 있고, 독주 악기로도 반주 악기로도 손색없는 것이 매력이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 Friedrich Gulda - Bach Prelude and Fugue No. 1 C Major, BWV 846 >

백문이 불여일청.
가장 피아노적인 음악이 무엇일까 생각했을 때, 일말의 고민 없이 나온 곡입니다.
제가 듣기에는 피아노의 아름다움이 가장 잘 살아있는 음악이 아닐까 싶어요.

처음 들었을 때는 오른손 아르페지오에 귀를 기울였는데요.
요즘은 오히려 왼손 연주에 집중해 듣게 됩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똑같은 음이 두 번 반복되는 단순한 모티브.
연주라고 하기도 모호한, 베이스 음을 눌러주는 건데요.
바흐의 음은 하나도 버릴 것이 없다는 어떤 이의 말처럼, 그 베이스 음이 너무도 아름다운 선율로 들려요.
왼손이 아름답게 들리는 이유는 오른손의 화성 변화 때문이겠지요.
단순한 듯하지만 그 속은 치열하게 짜여진 아름다운 곡입니다.
아름답다는 말 외에는 다른 말을 할 수가 없군요.

바흐가 살던 시대에는 피아노가 없었습니다.
바흐의 곡들은 현재 사용하는 피아노가 아니라 피아노의 전신인 오르간, 클라비코드, 하프시코드로 작곡되었어요.


< Friedrich Gulda - Bach Prelude and Fugue No. 1 C Major, BWV 846 >

어디서 많이 들어본 것 같은 악기 소리 아닌가요?
이것이 바로 클라비코드라는 악기입니다.
아까 위에서 들었던 피아노 연주와 같은 연주자가 연주했어요.
비교해서 들어보시면 더욱 좋을 듯합니다.



<Thelonious Monk - 'Round Midnight>

두 번째로 들려드리고 싶은 곡은 델로니우스 몽크의 Round Midnight입니다. (제가 정말정말 좋아하는 곡입니다)
델로니우스 몽크의 연주는 호불호가 갈려 무난하게 빌 에반스를 선곡하려 했는데요.
몽크의 투박함도, 그 투박한 연주에 가려진 아름다운 선율과 화성도 너무 좋기에 몽크 연주를 가져왔습니다.
1940~1950년대 재즈를 들으면 피아노 조율이 잘 안 되어 음정이 맞지 않는 곡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그 피아노 소리를 듣고 있으면 마치 흑백 영화를 보는 것 같은 아날로그의 느낌이 느껴져요.
왠지 피아노에서 짙은 나무 냄새가 날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장르가 다르기도 하지만, 앞에 들었던 바흐의 곡과는 확실히 다른 느낌이죠?



< Bugge Wesseltoft - Improvisation I >

시간을 빠르게 건너뛰어 현재로 돌아왔습니다.
요즘 연주자 중에선 제가 가장 좋아하는 노르웨이의 재즈 피아니스트 부게 베셀토프트입니다.
신디 사이저의 음향을 이용해 다양한 연주를 하는 피아니스트인데요.

이런 영상을 보고 있으면 피아노가 제가 모르는 동안 다양한 방면으로 발전하고 있었다는 게 느껴집니다.
피아노의 현을 때리는 것은 이제 기본이고, 많은 연주자들이 전자 음향과 합쳐진 다양한 연주를 선보이곤 합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악기는 피아노입니다.
앞서 피아노가 좋은 이유에 대해 구구절절 설명했지만, 실은 그냥 피아노가 너무 좋아요.
피아노도 엄청나게 아름다운 악기다! 라고 괜히 한번 말해보고 싶었달까요?
이 글에선 어쿠스틱 피아노만 다루느라 전자 키보드에 대해 얘기 하지 못한 게 조금 아쉽네요.
다음에 기회가 되면 키보드에 관한 글도 써볼게요.

이 글을 쓰다 보니 피아노가 너무 치고 싶어지네요.
그래서 저는 이제 연습하러 갑니다ㅎㅎ

오늘 음악을 들으실 때 피아노 연주에 한 번 귀 기울여 보시면 어떨까요?!



< (2014) Bugge Wesseltoft - Songs >

(+ 그냥 가기 아쉬워 부게 베셀토프트가 스탠다드 넘버를 연주한 앨범을 남기고 갑니다.
몇 년 전 카페에 앉아 책을 읽고 있는데 이 앨범이 처음부터 나오더라고요.
사운드 하운드, 네이버 뮤직 등 어떤 방법을 써도 이 음반, 이 연주자를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연주자가 누군지 너무너무 알고 싶어 스탠다드 곡을 순서대로 나열해 미친듯한 구글링으로 찾아낸 아주 귀한 앨범입니다.
묵직한 연주가 주는 무게 때문에 읽던 책을 내려놓을 수 밖에 없었던! 아주 걸출한 연주입니다.
< Darn That Dream >, < My Follish Heart >, < How High The Moon >, < Moon River > 등 많은 이들이 좋아하는 스탠다드 넘버로 구성돼 있으니 한 번 들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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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실공히 작은 오케스트라로서 손색이 없는 악기죠.

쇼펜하우어가 극찬했던 한구절이 생각 나네요.

무릇 어리석음이란 자신에 대한 혐오로 고민한다. 마치 금관악기의 연주자들처럼 서로 모여 집단을 만듦으로써 비로소 의미를 갖게 되는 것이다. 이에 반해 정신이 뛰어난 사람은 혼자서도 연주회를 열 수 있는 명인에 비유 할 수 있다. 혹은 피아노에 비유해도 좋을 것이다. 즉 피아노가 그것만으로도 작은 오케스트라를 이루는 것과 마찬가지로 명인은 자신은 작지만 하나의 세계이며, 앞서 말한 사람들이 전부 협력해야 비로소 발휘할 수 있는 것을 명인은 그저 하나의 의식의 단독성을 통해 발휘하는 것이다

와아~~ 정말 멋있는 말이네요. 괜히 제가 피아노 연주자라 그런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거 적어놓고 저도 기억해야겠는데요? 금관악기 연주자들이 보면 왠지 발끈할 것 같은 ㅎㅎ 그러면서도 수용할 것 같기도 하네요 ㅎㅎㅎ 좋은 글 감사합니다!

저는 막귀이지만 피아노 연주곡을 들으며 감명 받을 때가 많아서 어렸을 적 피아노를 안 배운 것에 대한 후회가 큽니다. ^^ 덕분에 피아노의 역사와 좋은 연주자 배우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역사라고 하기엔 부족함이 많지만! 그래도 잘 읽어주셨다니 다행이네요. 감사합니다!

피아노 소리를 들으면 마음이 편해지고 너무 좋아서 자주 듣습니다.
앞으로도 좋은 정보 많이 부탁드립니다. 팔로 보팅하구 갑니당 :)

제겐 너무 익숙한 소리라 피아노 소리에 대한 이런 평을 들으면 괜히 반갑네요. 감사합니다:)

기타와 베이스를 조금 칠주아는사람으로서 피아노와 합주를할때 가끔 나도 피아노를 배워놓을걸..이런생각이 들어요ㅋㅋ

기타, 베이스를 다루시는 것만으로도 대단하십니다! ㅎㅎ

오케스트라의 웅장함을 단 하나의 악기로 표현해야 한다면 피아노보다 더 알맞은 악기는 없다고 생각해요.

실제로 클래식 연주자들은 오케스트라 협연을 연주할 때 피아노 반주자와 함께 연습을 한다고 하더라구요. 다른 악기로는 아무래도 제약이 있겠지요? ㅎㅎ

피아노라는 악기는 묘한 느낌을 주는것 같아요... 제가 리듬게임을 좋아하니... 그 음악들도 유독 피아노음을 잘 사용한 악기에 굉장히 끌리거든요... 잔잔하다가도 격정적인것을 잘 나타내는거 같아요

저는 오히려 그 리듬악기를 하면 다 틀리더라고요.. 오락실에서 호기롭게 해봐도 결과는 바로 죽음 ㅠㅠㅠ 피아노가 그런 다이나믹을 잘 표현할 수 있는 악기임은 맞는 것 같습니다:)

저요 저 피아노 좋아합니다.
엄마가 배우랄 때 배울 걸. 3개월 도망다니다가 접었습니다...

앗, 아예 배우지도 않으신건가요? ㅎㅎㅎ 도망다니셨을 모습이 왠지 눈에 선합니다! 피아노 못쳐도, 피아노 좋아할 수 있지요~~

아하, 나루님은 작곡하시면서 싱어송 라이터를 겸하고 계시군요!
험난한 우리나라의 예술계에서 잘 버텨내시길 응원드립니다.
덕분에 피아노의 역사에 대해 배우고 가네요. 초등학교때 까지 띵띵 거리며 쳤었는데, 연습하기 싫어서 어느날 "바빠서" 못하겠다는 핑계로 그만두었었지요 ㅠㅠ(초딩이 뭐가 바빠....ㅠㅠ)
아무튼 대부분 그러하시듯, 저도 그만둔것을 후회합니다 흑흑. 피아노 소리 너무 아름다워요 ^^

싱어송라이터 까지는 아니지만 간간히 한두곡을 부르긴 한답니다. 응원 감사해요.
실은 저도 초등학교 4학년 때 피아노 학원을 그만뒀었다는... 전 이유도 기억나지 않네요:)
저도 그때 그만둔 것을 후회합니다. 잘 들어주셔서 감사해요!

작곡을 하신다고 하면 뭐 모차르트나 베토벤처럼 피아노 앞에 앉아 영감을 곡으로 옮기는 악성... 이런거 상상하게 되는데... 영화를 넘 많이 본 탓이겠죠?
하긴 미술작가들도 영화에는 하나같이 괴팍하게 그려지는 경우가 많으니까.. 다 믿으면 안될것 같네요!!
암튼 피아노 한곳 멋지게 치고 싶은 밤입니다. ^^

피아노!!
항상 곁에 있는 친구 같은 존재지요
따라 쳐보면서 잘 들었습니다~~

잘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곁에 있는 친구가 맞는 것 같아요. 제 기분도 잘 알아주는 고마운 친구입니다:)

노래들이 다 좋네요^^ 노래를 들으며 리플을 썼다 지웠다 썼다 지웠다 하다가... 그냥 좋네요라는 말만 남깁니다^^

음악이 좋다는 말이면 그걸로 충분하지요. 그냥 좋다는 댓글이 오히려 더 좋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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