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날 아침

in #kr6 years ago (edited)

생활 패턴이 완전 망가졌다. 평소보다 3~4시간 정도 늦게 자고, 비슷한 시간에 일어난다. 내가 좋아하는 아침의 개운함은 없고, 숙취 같은 두통만 있다. 눈을 떠 겨우겨우 몸을 일으키고는 쌓여있는 박스 사이로 겨우 길을 만들어 다닌다.

자고 일어났더니 작업 수정을 부탁하는 카톡이 와있었다. 모르는 이에게 의뢰받은 작업이었는데, 한번 수정을 시작하면 끝도 없이 하게 되는 경우가 있어 대처를 고민했다. 수정 자체는 간단한 일이라, 적당한 선에서 마무리했다. 5분짜리 작업 때문에 아이맥 전원과 멀티탭을 찾으러 다녔다. 키보드 전원과 페달, 헤드폰까지 찾아 연결했다.

컴퓨터를 연결하고 책상에 앉으니, 글을 쓰고 싶어졌다.


이사 후 짐 풀 시간이 없어 집이 개판이다. 그래도 키보드와 책상 자리는 미리 잡아두었는데, 생각해보니 이것이 내 유일한 가구라 그런 것 같다. 이삿날 책상 위치를 잡고선 모니터 스피커에 블루투스 리시버를 연결했다. 저번 집에선 귀찮아서 음악을 아이맥 스피커로 들었는데, 아이맥 연결을 미룬 동안 휴대폰으로 음악을 듣고 싶어 설치하게 되었다. 환경이 변해서인가? 아이맥 스피커로 듣는 게 익숙한데도 굳이 아이맥을 블루투스 리시버와 연결해보았다. 내 오른편 스피커에선 Sigur Ros가 나오고 있다.

이번 이사의 가장 성공적인 점은 작업 환경 구축이다. 책상의 배치도 무척 마음에 들고, 업라이트 피아노를 들일 공간도 좋은 곳으로 비워두었다. 얼른 피아노 보러 가고 싶어 몸이 근질거린다.

오늘은 공연 날이다. 넉넉하게 다음 달까지 보더라도, 가장 크고 중요한 공연이다. 어제까지도 쉼 없이 합주하고, 최종 리허설까지 마쳤는데, 그래서인지 마음은 전보다 편하다. 오늘 콜은 아침 10시. 대기 시간은 길지만, 피아노는 손 풀 곳이 마땅치 않아서 조금이라도 손을 풀고 가야 한다.

공연을 끝내고는 바로 KTX를 타고 지방에 내려간다. 일을 마치고 내일 첫차를 타고 올라와 또 밀린 일을 한다. 일정이 빼곡해 이삿짐은 수요일에나 겨우 들여다볼 수 있다. 요 며칠은 당장 하루하루 내다보기도 힘들었다. 이 공연만 끝나면 숨통이 좀 트인다. 이삿짐도 천천히 풀고, 하드포크도 천천히 알아보고, 내 삶도 다시 궤도 위에 올려놓아야지.

이번 공연을 준비하면서 많이 힘들었다. 힘들지 않은 공연은 없지만, 잘 해야 한다는 중압감에 특히 더 그랬다. 어제 최종 리허설을 할 때, 기대 없이 내 곡을 듣게(혹은 보게) 되었다. 녹음은 여러 번 들었지만, 성에 차지 않았다. 불안한 마음이 있었는데, 어제 사람들의 연주를 들었을 때 깊은 감동에 목이 멨다.

20명이 넘는 인원이 내 곡을 연주한다. 이것저것 얼렁뚱땅 흉내만 낸 곡이다. 나는 그 곡을 꽤 좋아하지만, 내 부족함 탓에 우여곡절이 많았다. 최종에 최종에 최종을, 수정에 수정에 수정에 수정까지 해야 했다. 그래도 뭔가 부족하고 아쉬웠다. 그런데 공연 전날 완성 되다니... 기적처럼! 공연이 끝나면 한 명 한 명 연주자의 손을 잡고 감사하다는 말을 하고 싶다.

내 곡을 몇 개 올리는데 그중 몇 개는 내가 연주를 한다. 잘하자... 잘하자... 제발...

졸려서 자꾸 눈이 감긴다. 원래 이렇지 않은데... 아침이 엉망이군. 오늘 아침 일정에 스팀잇은 없었기 때문에 아쉽지만 글을 마무리하고 손을 풀어야 한다. 평소보다 손이 더 부어있다. 나 잘할 수 있을까? 잘하고 싶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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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 낮으면 댓글도 못달아요?..
지금 처음 댓글 달아 봅니다 ^^*

공연 성공적으로 끝낸 후 대댓글 주세요. ㅎㅎ

제이미님 댓글 보고 잘해야겠다고 다짐했어요. 잘 마쳤어요~~~ 라고 댓글 달고 싶어서요! 감사합니다. 잘 마쳤어요!

잘 할 겁니다. 잘 될 겁니다. 화이팅. ^^ ㅎㅎㅎ

잘하실겁니다^^

크게 쉼호흡 3번 실시

파이팅해요~!

공연 성공적으로 마치시기 바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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