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608 나루 작업 일지] 즉흥과 짜임

in kr •  11 month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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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게 들어왔지만, 그래도 글을 쓰고 싶어서 마감 기한에 쫓기는 작가에 빙의해 글을 씁니다. (12시 전에 올려야 해!)


공연 날이 점점 다가오면서 구체적인 내용도 얼추 정리되고 있습니다. 음악도 약 2/3 정도는 완성됐어요.

처음 연습실에서 다 같이 모인 날. 작품에 관한 이야기를 길게 나누고, 헤어지기 전 각자 느끼는 것을 자유롭게 표현해보기로 했어요. 즉흥으로 8분 정도 합을 맞췄습니다. 그때 영상을 남겨뒀는데 그 느낌이 무척 좋았어요. (저는 무조건 첫 느낌이 가장 좋다고 생각합니다)

곡도, 정해진 시간도 없었습니다. 내가 이해하는 텍스트와 무용수의 움직임에만 반응해 연주했어요. 악보도 없다 보니 의지할 곳은 사람뿐이더군요. 얼마 안 되는 몰입의 순간이었습니다. 재즈에서 말하는 '인터플레이(Interplay)'를 느꼈어요.

그때 즉흥으로 했던 움직임은 모두 버려졌지만, 저는 8분짜리 영상에 있는 음악적 모티브를 바탕으로 이 작품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날로 먹는 것이지요. 그 8분짜리 영상에 이 작품의 모든 음악이 다 들어있다 해도 무방합니다. ㅎㅎ

점차 안무가 정해지면서 즉흥으로 했던 연주를 곡의 형태로 다시 다듬었습니다. 연주의 길이와 연주 방법을 정리했어요.

짜임새를 갖추다 보니 오히려 즉흥으로 연주했을 때의 감정이 사라집니다. 저는 악보를 보느라 여념이 없고, 어떤 방식으로 연주해야 하는지를 생각하고, 틀리지 않는 데에 집중하게 됩니다. 그렇다 보니 음악은 더 정교해졌지만, 왠지 모를 찜찜함이 계속 남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즉흥과 짜임에 대해 생각해보았어요.

늘 즉흥으로만 뭔가를 만들어낼 수 있을까요? 몇 번은 감정에 취해 기가 막힌 작품이 나올 때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어딘가 아쉬울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짜여진 음악이 좋은가 생각해보면 그것도 아닌 것 같아요. 짜인 것들은 신경 쓸 게 많기 때문에 더욱 몸이 굳거나, 함께하는 이에게 집중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이 둘을 어떻게 조화시켜야 하는지 고민해 보았어요. 간단한 답이 나왔습니다. 치밀하게 짠 후, 충분한 연습으로 즉흥 때처럼 집중하고 몰입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맥 빠지는 답이지만, 연습한 만큼 결과가 나오는 건 어쩔 수 없으니까요.


즉흥으로 했던 연주가 악보에 갇히면서, 메트로놈에 갇히면서 좀 답답해졌습니다. 여기는 빠르게, 여기는 느리게 하고 싶은데 일정한 박자에 맞춰 정확하게 연주하는 게 가끔은 지루하게도 느껴지네요. 자유롭게 했던 셈여림도 이제 슬슬 정리해야 할 때가 오고 있습니다.

투덜대긴 했지만, 곡이 충분히 숙달되면 그 안에서도 얼마든지 빠르기를, 또 셈여림을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습니다. 이제 웬만큼 만들어졌으니, 정말 연습을 해야겠어요. 맨날 말로만 연습한다고 하는데, 그래도 요즘은 매일 연습실도 가고 있답니다.



그리고, 오늘은 또 다른 작업에서 뼈아픈 실수를 했습니다. 돌이킬 수 없는 실수를 했을 때, 혹은 할 수 있다고 생각한 걸 해내지 못했을 때, 그때 마음이 가장 괴롭습니다. 그럴 때 저는 한 시간 정도 핸드폰을 꺼놓고 맘껏 괴로워하다가, 마음을 차분히 먹고 돌이킬 수 있는 실수로 만들려고 애씁니다.

오늘 제 작업의 주제가 즉흥과 짜임이라면, 부제는 실수와 받아들임이 될 것 같아요. 이 글을 쓰는 시점에는 많이 좋아졌습니다. 나의 실수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만으로도, 내가 잘못했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하는 것만으로도 반 이상은 해결이 되는 것 같습니다. 주말엔 뒷수습을 열심히 해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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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을 만드는 것은 정말 신비로운 것 같아요. 즐거운 주말 보내시고 뒷수습 화이팅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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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비로운 일인가 생각해봅니다. 제가 임하는 마음이 그렇게 성스럽진(?) 못해 부끄러운 마음이네요. 뒷수습은 잘 해보겠습니다. 소중한 가족과 함께하는 즐거운 주말 되셨으면 합니다. 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즉흥과 짜임, 실수와 받아들임

모두 멋진 말들이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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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도님도 일할 때 가끔 즉흥적으로 하실 때가 있는지요? 갑자기 궁금해지네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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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쎄요? 저도 궁금 ^^

이야기를 더 보탤 것이 없는 일기네요^^ 주제에 대해서는 글을 쓰는 사람으로서 공감했다면, 부제에 대해서는 미완성된 한 인간으로서 공감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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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성형 인간으로 살고 싶습니다만, 부족하기에 인간이겠지요. 즐거운 시간 보내고 있으시겠군요. 잠시만이라도 훌훌 털고 잘 쉬다 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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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실컷 바다를 보고 왔습니다. 숙소에 베란다가 있어서, 거기에 의자 가져다 놓고 앉아서 하염없이 바다를 보며 파도소리를 들었어요. 날씨가 좀 더 쨍하고 맑았다면 좋았을텐데, 구름이 잔뜩 끼고 비도 와서 조금 아쉬웠네요^^ 그래도 마음은 많이 차분해졌습니다. 다녀오길 잘한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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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돌아오신 거겠죠? 덧붙여주신 사진을 보니 저도 훌쩍 떠나고 싶은 마음이 드네요.

의자에 앉아 하염없이 바다를 보다니... ㅠ_ㅠ 정말 행복한 시간이셨겠어요. 다음을 기약하고, 또다시 즐거운 일상이 되셨으면 합니다.

사진은 고프로로 찍은 건가요? 넓은 바다가 참 시원하게 보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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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무사히 잘 돌아오고, 오늘은 새벽 3시 반에 출근했습니다ㅎㅎㅎ 이제 퇴근하고 집에 돌아왔네요^^ 마음을 쉬어주는 여행이었습니다.

사진은 아이폰X 파노라마로 찍었습니다^^ 어딜 거의 가지 않고 숙소에서만 콕 박혀있었더니 이렇다 할 사진이 거의 없네요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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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노라마였군요! 길게 펼쳐진 바다가 참 좋아요.

세 시 반 출근이라니, 요즘 정말 바쁘신가 봐요! 저는 감히 상상도 해볼 수 없는... ㅠㅠ 고된 하루 보내셨으니 따뜻한 집에서 푹 쉬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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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오늘은 뭘 더 해볼 엄두가 안나네요. 얼른 저녁 먹고 자야겠어요ㅎㅎㅎ 좋은 저녁시간 보내셔요!!:-)

習이라는 한자가 새끼 새가 날개짓(羽) 을 백번(百 물론 여기서는 白이지만)하면 마침내 날게된다고 그런것 같습니다. 백번이라는 뜻은 아주 많다는 뜻인데요. 결국 습은 패턴을 계속 반복하는 것이지요. 그러다보면 날수 없는 상태에서 날게되는 것이지요. 즉 창조가 일어나는 것이지요. 즉흥과 짜임은 동전의 양면과 같지요. 나루님의 일 속에서 열중하시는 모습을 상상하니 아름답습니다. 習안에는 실수와 받아들임 그리고 일어나서 다시함의 오뚜기 정신도 있지요.

나루 날다. 파다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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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비행도 백 번의 날갯짓 끝에 얻어지는군요. 한자에 담긴 뜻이 괜히 따뜻하게 느껴져요. 피터님의 상상만큼 열중하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나루 날다. 파다닥! 넘 좋네요:)

첫 테이크에서 좋은거 많이 나오는거 참 신기하죠?
뭐든지 그런거 같아요.이건 심리학적으로 풀어봐야 하나?ㅋ
어차피 다듬고 살 붙일게 많지만,가장 좋은 틀은 거기서 잡히더라구요
기록이 참 중요한 것 같습니다.

저같은 경우는 과거 밴드 환경에선 게으름 부리고,스스로들을 과신하느라 기록의 중요성을 간과하다, 백날 천날이 지나도 그 초기 테이크의 느낌이 안나와서 찜찜했던 경우가 많은데 나루님은 철저하시네요.

미디환경에서도 그래서 중간중간 백업이 중요한거 같구요.
마음속,머리속에 있으니까 괜찮아!가 아니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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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테이크라고 말하시니 마치 녹음 부스로 들어간 것 같은 기분이 들어요.

전 예전에 가이드 연주를 받았었는데요. 가이드라는 생각에 괜히 다시 보내 달라고 했어요. 근데 다시 보낸 연주엔 힘이 잔뜩 들어가서 되게 별로더라고요. 그래서 그냥 그 가이드 썼죠. 근데 그게 지금 보니 가이드가 아니라 '첫 테이크'네요!

작곡을 하고 합을 맞춰 연주도 하고~
창작의 고통과 즐거움이 동시에 느껴지네요
충분히 연습하고
집중해서
즉흥적으로 연주를 한다는 글이
다른 창작에도 적용되는 말인거같네요
글 잘보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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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을 그리는 분이시라 제 이야기에 조금 더 공감해주시지 않았나 싶습니다. 저는 그림은 영 소질이 없지만, 그림을 그리는 과정도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아요. 끝없는 습작을 바탕으로 나오는 것이 즉흥이라고 생각합니다. 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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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예가가 일필휘지로 한번에 글을 쓰듯
과감한 붓질을 하고 싶은데
자꾸만 소심하게 그리게 되서 고민이네요
언제쯤 경지에 오르게 될쥐 ~~~ ㅎㅎ
모든 창작자들 화이팅 했음 좋겠습니다^^

그렇게 계속 발전을 하는것 같아요
차곡 차곡 노하우와 연륜이
쌓아지는 과정일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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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언젠가는 저도 데빌스님을 닮아 연륜을 바탕으로 음악을 만들어보고 싶네요. 아직은 햇병아리 수준이랍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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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이쿠 무슨 말씀을~~ 저는 게으른 연주자 입니다
제자리 걸음만 계속 하고 있지요~~^^

돌이킬 수 없는 실수를 돌이킬 수 있는 실수로 만들려고 애쓰는 마음이 참 예쁘게 느껴져요. 말씀대로 차분히 생각하면 가능한 일일텐데 저부터라도 나한테 화를 내느라 정작 필요한걸 해야할 시기를 놓치고 말죠. 나루님같은 마음이라면 뭐든 잘 해내실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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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어느 정도는 돌이켰답니다! 아마도 @miniestate님의 응원 덕분이 아닐까 싶어요. 저도 예전에는 저에게, 혹은 누군가에게 화가 나고 속상하고 했는데요. 언제부턴가 그럴수록 차분해지는 걸 연습하고 있어요. 쉽진 않지만, 오히려 상황 해결에 더 도움이 되더라고요:)

크크 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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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도 사진도 예뻐서 제가 볼게 참 많네요. 자주 놀러올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