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minism] 왜 그렇게 슬퍼했을까 싶다.

in #kr-youth6 years ago (edited)

그냥 일기 비슷한 차원으로 주절거리는 글이다. 이따금씩 이 글을 다시 보러 올 것 같다.

이전에 남자친구와 헤어진 글을 썼다. 아마 내 블로그 스크롤을 쭉 내리다 보면 보일 것이다. 지금은 전남자친구가 됐지만, 어쨌든 그와 나는 헤어졌었다. 헤어지고 첫 3일간은 밥을 먹지 못했다. 차만 홀짝거렸다. 멍때리고 가슴이 답답하고 너무 우울하고. 그렇게 3일을 보내다가, 그 이후로 차츰 나아지기 시작했다. 그 과정이 어땠건 간에, 지금의 나는 그를 완벽하게 잊고 일상생활을 잘 영위하며 썸도 타고 있다. (?)

최근에 있었던 일인데, 헤어졌던 그한테서 연락이 왔다. 잘 지내냐고, 자기 이직했다고 한 번 보자고 했다.
아, 이야기를 이어가기 전에 미리 해두는 말이지만 그와 나는 페미니즘 덕분에 헤어졌다.
인성과 여성관은 참 별개란 것을 다시 한 번 느낀다. 인성이 좋아도 여성에 대한 사고는 매우 편협할 수 있고, 사실 그런 사람이 대다수를 차지한다.

어쨌든 그와 나는 몇 주 전 주말에 만났다. 그간 잘 지냈는지, 일은 좀 나아졌는지, 그런 이야기들 주고 받았다. 그냥 평범하게 친구 만났다가 온 기분이었다. 근데- 역시 문제는 발생했다.
우리학교 남교수 중 미투운동으로 파면 직전에 있는 교수가 있다고 말했다. 전남자친구는 아주 쓰레기같은 자식이라고 같이 욕했다. 나는 그런 그에게, 혹시나 그가 변한 것일까- 하는 기대감에 차서 내가 좋아하는 글을 보여줬다. 스팀잇에서 어떤 분이 올린 글인데, 내용은 무고죄를 운운하는 남성들의 태도에 대한 지적이었다.

전남자친구는- 아쉽게도 변하지 않았다.
그는 내게 "이 글쓴이는 무고죄를 거의 없다는 식으로 글을 쓰고 있어." 라고 말했다.
"실제로 무고죄 비율은엄청 낮은걸?"
나의 저 한마디에 그는 무고죄 사례를 두어개 정도 나열해댔다.
짜증이 났다. 그가 나열한 그 사례들 모두 인터넷에서 남성들이 무고죄를 운운할 때 써먹는 예시들이었다.

"좋겠다, 그렇게 예시 하나하나 다 설명할 수 있어서.
성범죄 피해 여성은 너무 많아서 그렇게 다 얘기 못 해."

내 한마디가 마음에 들지 않았나보다.
나중에 연락한다고 하며 가버리고 그에게서 연락은 다시 오지 않았다.

참, 저런 사람이랑 내가 6개월동안 뭐하러 만났나 싶다.
생각해 보면 헤어질 때도 내게 상처를 줬었다.
"엄밀하게 말하자면 내가 페미니즘을 추구할 이유도 없고, 추구하고 싶지도 않아."
아직도 뇌리에 생생하게 남아있다.

글을 쓰면서 생각하는건데- 그는 아마 나를 잊지 못했었나보다.
못 잊었으니까 괜히 나한테 연락을 했던 것 같다.
근데 내가, 지옥까지는 아니고 그 근처 쯤에서 온 페미니스트가 되어 있으니
남무룩 해버린거지, 뭐.

어디선가 본 글이 생각난다.
"예상하건대 앞으로 페미니즘 이슈로 대화하다가 헤어지는 연인이 점점 많아질 것이다. 여자들은 지금껏 본인이 당한게 무엇인지 알았기 때문에 절대 모르던 때로 돌아갈 수 없기에 그것을 따라오지 않는 남자와 같이 갈 수 없다. 앞으로 점점 더 그럴 것이다."

정말 그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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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생각에는 왜 굳이 다시 만나자마자 사상논쟁 거리가 될만한걸 보여주는지 의문이 들었을 것 같네요. 그 남친이란 분이랑 님이랑 성격이 비슷한 것 같아요

걍 져주고 말지.

음, 저는 더 이상 오마나님과 언쟁을 하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생각해서. ㅎㅎ
페미니즘을 주제로 사상논쟁이 된다는 것부터 인권의식이 무지한, 혹은 부족한 사람이라는 것이고 제가 저사람한테 한 이야기가 옳지 않은 이야기였던 것도 아니고... 글에 쓰지는 않았지만 미투운동 이야기는 전남친이 먼저 꺼냈던거라서. ㅎㅎ 어쩌다보니 저희학교 이야기도 나왔던거예요.

음, 그간 잘 지내셨나요? :) 우리가 좋게 끝내진 않았지만 그래도 반가워요. 잘지내셨나요?

아뇨 님 남친보고 말한겁니다ㅎ그리고 페미니즘이 목숨이 위태로울 심각한 인권유린에 대한 거라면 수긍이 가는데 역시 완고하시네요ㅎ

뭐 상관없지만ㅎ 이겨서 뭘하겠어요

실제로 여성 혐오는 여성의 생존, 목숨과 밀접한 관련이 있으니까요~
저랑 좋게 이야기가 될 것 같지는 않네요. 제 전남자친구한테 하신 말씀이라고는 하지만 여전히 저한테도 가시다 돋쳐있다는 건 알 수 있어요. 오마나님이 굳이 제 블로그에 오셔서 덧글을 쓰시는 이유는 뭔가요? 오마나님 말씀대로라면, 오마나님도 왜 굳이 다시 오자마자 사상논쟁 거리가 될 만한 걸 이야기하시는지 저는 의문이 들어서요.

아뇨ㅎ 심심해서 스팀잇 잠수타다가 와본겁니다 전 그냥 님이 다 맞다고 해주려고요ㅎ 아프리카에선 여성혐오로 할례도 당하니 말입니다ㅋㅋ

여자가 뭘 들이대도 걍 대답한번 니가 다 맞아 해주는게 그리 어려운가...? 성격참ㅋㅋㅋ 피곤하게 살지 말라그래요ㅋㅋ

... 기분이 나쁘네요. 이만 해주세요. 괜히 제 글에 오셔서 이러시는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좋은 분 만나실 거에요 위니님은!

고마워요 킬루오빠 :D~~~ !

남무룩이라는 단어는 좀 불편하네요ㅋㅋ
사실 미투운동 피고자가 성추행이나 성폭행을 했던 게 한 두 명한테만 하진 않았을 건데... 자신은 무고하다고 하는 것도 좀 뻔뻔하죠...

근데 억울한 사례도 분명 있다는 건 인정을 해줘야 합니다. 그것도 무시해 버리면 페미니스트들이 주장하는 남성성을 그들 자신이 가져버리는 것 아닌가요? 음 전 페미니즘은 잘 모르기때문에... 아마 그게 남성성 중에 하나로 들어갈 것 같은데. 소수의 희생은 당연하게 생각하거나 무시해버린다든가.

그리고 저는 지인 중에 두 명이 좀 범위에서 벗어난 성추행 혐의를 받고 직장에서 불이익을 받은 것을 봤기 때문에 무고한 남성도 있다는 입장은 가져가고 싶네요...

그리고 또 하나, 사실 일반적으로 매력적인 남성일수록, '한남'일 경우가 많죠. 저는 개인적으로 호르몬 문제가 크지 않을까 생각하는데요ㅎㅎ 남성적인 본능+남자의 문화+한국의 문화 이렇게 합쳐진게 속칭 한남이 아닐까... 사실 저도 '남자가 어쩌고 저쩌고~'하는 애들은 좀 불편한 경우가 많긴 하거든요.
아 그리고 저는 무매력남이니까 그냥 두남 하겠습니다...ㅠ.ㅠ

암튼 오늘 포스팅도 잘 봤습니다! 위니님 포스팅만 보면 생각도 많아지고 글도 많아지고... 오늘은 그냥 안 지우고 다 올릴게요! 그럼 화이팅

안녕하세요 torax님 :)~ 마침 글을 쓰려고 스팀잇을 켰는데 댓글이 달려서 금방 확인할 수 있었네요!
https://steemit.com/kr/@funder2000/5jc7du
이 글이 제가 전남자친구한테 보여준 글이에요.
오해는 없었으면 해요. 무고죄가 없다는 게 아니라 무고죄를 말하는 남성들의 의도가 성범죄 피해자들보다도 가해자에 이입하는 것, 남성이 가해자일 때만 무고죄를 염두하는 것을 비판하는 내용입니다.

늘 제 포스팅을 봐주셔서 감사해요.!

링크하신 포스팅 보고 왔습니다!
중립적인 시선으로 쓰여진 글에서도 그런 반응을 보이다니 그 전남친 참 답답하네요...;;; 자존심이 센 건지 뭔지 흠...

사실 저도 상당수의 남자들이 저런 반응을 보이는 것에 경악을 금치 못했었고
제가 몇년동안 활동하던 네이버 남초카페에서 저런 문제 때문에 언성을 좀 높였다가 강퇴도 당하고 했었는데요ㅋㅋㅋ
제가 남성 호르몬이 없는 건지 저런 남자들 참 이해가 안되더군요...

미투운동 보면서 왜 성관계 하기 전에 합의 여부를 녹취해야 하네 어쩌네 말을 하는지... 이러니까 여자들이 한남한남 거리는 거구나 싶기도 하고...쩝

암튼... 맘이 좀 그렇네요. 이건 진짜 남자들이 잘못한 거야...ㅠㅠ 암튼

그럼 담에 또 찾아오겠습니다:)

자존심 문제도 있겠지만 아마 가해자의 절대다수 성별과 본인의 성별이 일치하는 것에서 동질감을 느끼는 게 아닐까 싶더라구요. ㅎㅎ 늘 감사해요 ^^

이번 썸남(?)은 좋은 분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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