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행과 주체성

in #kr-writing5 years ago

유행을 따르는 사람은 실은 소수인데, (체감으로는 다수처럼 느껴지지만) 그 유행을 거의 모두가 따르게 되면 그때는 유행이 아닌 ‘규범’이 된다. (작년 겨울의 롱 패딩 유행은 거의 ‘규범’에 가까웠던 듯)

유행은 계층이나 계급 같은 집단의 산물이라, 이상적으로 평등한 사회라면 ‘유행’은 존재하지 않는다.

예컨대 조폭들에게 문신은 ‘규범’이지만, 요즘 사람들(특히 문화예술 관련)에게는 ‘유행’이다. 유행과 규범 모두 ‘집단적 과시’를 표출한다.

조폭은 문신을 통해 자신 개인의 힘과 자신이 속한 계층(집단)의 폭력성을 과시한다.

패션 문신은 자신이 ‘문화예술적’이라는, 문화예술에 조예가 깊다는 개인의 성향(그리고 우월함)을 과시한다. 또한 자신이 문화예술에 조예가 깊은 무리(계층)에 속해 있다는 것을 시각적으로 광고한다.

결국 문신은 자신이 남과 다르다는 것을 과시하는 동시에 남과 같은 집단(계층)에 소속되어 있다는 것을 알리는 이중적인(역설적인) 아이콘 중 하나다.

문신을 포함한, 개성 있는(?) 패션을 하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평범한’ 옷차림을 한 예술가가 점점 더 ‘유니크’ 하게 보인다.

계층, 계급, 직업 같은 것을 짐작하기 어려운 ‘평범한’ 옷차림(겉모습)을 한 사람에게 오히려 눈길이 쏠린다. 뭐랄까, 어딘가 무리에 굳이 속하려고 하지 않는, 그리고 소속될 필요도 없는, 능력 있고 자주적이며 주체적인 사람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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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공감이 가는 글입니다.

  • zzan 등에서 글을 써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방식은 스팀잇과 똑같은데 추가적인 보상이 있습니다. 이렇게 글을 잘 쓰시면 더욱 유리하실듯.

아. 그런 곳이 있나요? 알려주셔서 고맙습니다. 찾아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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