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장에서 30 - 미안하기 싫은

in #kr-writing6 years ago

상급 레인에 6명이 있다. 그중 4명은 물속에서 걷는 속도보다 느리게 수영한다. 그들 중 한 명과 거리가 좁혀졌다. 레인 끝에 사람이 서 있어 추월할 수 없다.(그 사람이 출발하면 나와 부딪힌다) 뒤로 돌아서 가려니 그쪽도 걷는 속도로 헤엄치는 사람이 있다. 할 수 없이 가던 방향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이런 상황은 계속 반복되어 이제 4번째였다.

레인 끝에 서 있는 할머니가 걸어오는 나를 보며 뒤로 돌아서 가라고 손짓한다. 내 앞에 가는 할머니와 친구인 것 같다. 하지만 돌아서 갈 수는 없는 상황이라 끝까지 걸어갔다. 레인 끝에 내가 도착하자 할머니가 말을 건넨다.

“느리면 뒤로 돌아서 가면 될 텐데, 젊은 사람들한테 미안해서 그러지.”

그 말을 듣고 ‘누군가’ 생각났다.

//
그 ‘누군가’는 다른 사람에게 미안한 짓을 했는데, 자신이 미안한 짓을 했다는 것을 알았다. 그런데 미안함을 느끼고 싶지 않았다.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기 싫었다. 그래서 그 미안함을 무마하고자 피해를 준 사람을 배려하는 것 같은 말과 행동을 했다.

하지만 그 말과 행동은 피해를 준 사람에게 실질적으로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그 말과 행동은 피해를 입힌 사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자신을 위한 것이기 때문이었다.

//덧.
‘상급’은 인간들을 끌어당기는 꽤 매력적인 단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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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nta님 생각이 철학적이시네요.
잘 읽고 갑니다~!

친절하신 댓글 고맙습니다^^

조심해야겠습니다. 저도 은연중에 타인에게 슬쩍 책임을 돌리는 화법을 쓰는 것 같아요... 짧은 글이지만 반성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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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조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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