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기준 - 수영장에서 25

in #kr-writing6 years ago

같은 레인에서 수영을 하는 한 남자가 있었다. 30대 초반으로 보인다. 열심히는 하는데 조금 느리다. 자유형 할 때 킥하는 다리는 곧게 펴지지 않고 좀 비뚤어졌으며, 팔과 머리도 똑바르지 않아서 좌우로 흔들거린다. 그 자세 때문에 힘은 많이 들지만 속도가 나지 않는 것 같다. 그 남자와의 거리가 좁혀지면 수영을 멈추고 그 남자가 저 멀리 떨어질 때까지 잠시 쉬었다 가기를 반복했다.

그가 건너편에서 접영을 하면서 오기 시작했다. 가운데로 온다. 내가 출발하면 그와 부딪히게 되므로 그가 도착할 때까지 기다렸다.

3급 지도자 자격증이나 라이프가드 자격증을 따기 위해 훈련하는 사람들은 같은 레인에서 서로 교차하면서 접영을 해도 별 문제가 없다. 그들은 접영을 해도 오른편에 바짝 붙을 수 있다. 오른팔을 레인 로프 위로 스트로크 할 수 있기 때문이다.(속도가 중요한 경영 선수들 훈련과는 좀 다르다)

그가 도착했다. 그에게 요구했다.

접영 할 때 건너편에 사람이 있으면 오른편으로 바짝 붙어달라고.

그는 처음에 그 말을 못 알아들었다. 다시 설명했다.

상급자들은 앞에 사람이 있으면 접영 할 때 오른팔을 레인 로프 위로 스트로크 해서 오른편에 붙어 앞사람과 부딪히지 않도록 한다고 말했다.

그가 약간 당황하면서 말했다. "저도 상급자인데... 접영 레슨까지 다 끝냈는데요... 어쨌든 저 때문에 불편하셨다는 거죠?"

그는 스스로 상급자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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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상급자라고 말하는 그를 보고, 순간 일본 건축가 '안도 다다오'가 떠올랐다.

안도 다다오는 17세에 프로복서로 데뷔했다. 어느 날 현역 스타 선수의 스파링을 보고 권투를 그만두었다. 그 선수의 차원이 다른 수준을 보고 자신이 아무리 노력해도 절대로 저렇게 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자신의 수준과 다른 사람의 수준을 파악할 수 있었던 안목 덕분에 우리는 안도 다다오의 멋진 건축물을 볼 수 있게 되었다.

일반 사람들이 건강을 위해 수영하는 곳에서 '상급' 수준이란, 수영을 하면서 주변 상황을 파악하고 판단하는 능력이 있는 사람을 말한다. 자신이 다른 사람보다 좀 빠르면 앞사람 뒤에 너무 바짝 붙지 않도록 속도 조절을 한다. 그리고 잠시 쉬었다가 느린 사람이 자신의 뒤에 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출발한다. 자신이 다른 사람보다 좀 느리다면 중간에 잠시 쉬고 빠른 사람을 먼저 보낼 수 있는 사람이 상급이다.

자신의 분야에서 일할 때 최소기준은, 다른 사람의 실력을 가늠할 수 있는 안목을 갖추는 것이 아닐까 싶다. '안도 다다오'처럼 다른 사람의 실력(능력)과 자신의 능력을 비교해서 파악할 수 있다면 더욱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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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영만 아니라 모든 분야에서 상급자들은 배려를 함께 갖추고 계시더라구요. 제 생각에 배려는 실력이 없으면 갖출 수 없습니다.
앞 사람이 늦으면 속도를 늦추고 앞 사람이 라인 밖으로 비켜주면 돌아가시더라구요. 저는 돌아가는 것은 되어도 속력을 늦추면 아직 몸이 가라앉습니다.
상급자분들은 배려를 할 수 있는 실력을 이미 갖추고 계십니다.
역시나 자칭 상급자인 그분은 주변을 배려할 수 있는 실력이 없군요. 안타까운 것은 자신만의 틀을 깨지 못하고 상급자라고 자부하시니... 더 안타깝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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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실력보다는(실력은 기본이고) 배려하는 능력을 갖춘 사람이 상급자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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