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선생, 다른 학생 - 수영장에서 13

in #kr-writing6 years ago

수영장 맨 끝 레인에서 강습을 하고 있다. 수영 강사는 큰 몸집에 부리부리한 인상을 가졌다. 아마 어디에서든 그 큰 체격과 인상 때문에 무시당하지는 않았을 듯하다.

유치원 다닐 정도의 나이로 보이는 작은 여자아이를 가르치고 있다. 상냥하고 조곤조곤한 목소리로 “참 잘했어요, 자, 이렇게 팔을 올려요. 옳지~”라고 말하는 모습이 그 인상과는 좀 어울리는 것 같지는 않지만, 그 풍경이 평화롭다. 여자아이는 얌전하게 그 가르침에 집중한다. 그 아이의 강습 장면을 예전에도 몇 번 보았다.

수영실력이 눈에 보일 정도로 향상되었다.

옆 라인에서 수영하며 그 광경을 틈틈이 구경하다가 그 덩치 좋은 수영 강사가 다른 아이를 가르치던 모습이 떠올랐다. 유치원이나 초등학교 저학년으로 보이는 남자아이였다. 그 아이는 수영 강사의 말을 잘 듣지 않았다. 집중하지 않고 잘 따라 하지 않았다. 그 덩치 좋은 수영강사는 부드러운 말로 구슬리기도 하고 엄하게 반말로 누르기도 하면서 그 아이를 가르쳤다.

그 남자아이는 수영실력이 늘지 않았다.

선생은 같았지만 그 지도를 받아들이는 학생의 성향에 따라서 강습 풍경은 달라졌다. 조용히 집중하던 여자아이의 강습 풍경은 평온했지만, 계속 장난을 치며 따르지 않는 남자아이의 강습 풍경은 시끄럽고 불안했다. 그 강습 풍경에 따라 아이들의 수영 실력은 차이가 났다. 학생을 대하는 선생의 모습도 달라졌다. 여자아이를 가르칠 때는 평온해 보였던 수영 강사가 남자아이를 가르칠 때는 우악스러워졌다.

무협소설을 보면 무림고수가 자신의 무공을 전수할 때, 특히 자신의 후계자를 고를 때, 제자의 자질과 성품을 면밀히 살피는 장면이 흔히 등장한다. 훌륭한 스승(고수)도 드물지만 훌륭한 제자도 드물다.

굳이 스승과 제자가 둘 다 ‘훌륭하진’ 않아도 서로 가르치고 배우는 과정에서 어떤 성향이 딱 맞으면 가르침과 배움의 과정이 아주 효과적이고 재미있게 되는 경우도 있는 것 같다. 그런데 선생은 같은데 학생이 다른, 그 수영 강사의 강습 모습을 보고 있자니 서로 가르치고 배우는 과정에서는 그 주체가 학생인 것 같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선생은 그저 거들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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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정보 알려주셔서 너무 고맙습니다.

저는 스승과 제자 두 행위자간 중요도가 같다고 보아요.... 우리나라 대표적인 도제 시스템으로 대학원이 있죠. 명문대에 들어간 친구는 꿈을 펼칠 줄 알았는데 연구주제를 강제로 빼앗기고 다른 진로를 선택했습니다. 너무 잔인한 처사라 친구가 불쌍하더군요. 반면 어떤 친구는 평범한 대학교에 들어가서 박사과정을 착실하게 밟고 있고... 분명 둘 다 배울 자세가 되어있는 친구였는데 말이죠.

반면 정당한 대우를 해주는 연구실에서 궁시렁궁시렁 거리는 학생도 봤습니다. 정작 본인은 후배들한테 잘 해주는 사람도 아니었죠.

네. 서로 맞으면 더욱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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