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벌레와의 동침

in #kr-writing8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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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레를 보았다.
정확한 이름은 잘 모르겠는데 다리가 수십 개 달린 지네처럼 생긴 벌레다. 예전 집에서는 자주 출몰하는 녀석인데 집을 옮긴 후 오랜만에 보니 낯설었고 두려웠다.

근데 이 친구를 발견한 장소가 조금은 남달랐다. 내 방의 등은 천장에 매립되어있다. 즉, 네모난 등이 천장에 들어가 있는 모양을 하고 있는데 그 안에서 보았다. 그 친구도 답답했는지 그 공간을 나가려고 사각 모양의 궤도를 그리며 뱅뱅 돌고 있었다. 저 매립된 등은 겉으로 봤을 때 들어갈 구멍이 없는 매몰형이기 때문에 다리 수십 개 달린 친구가 어떻게 저 안으로 들어갔는지 궁금했고, 한편으로는 저렇게 배회하다가 혹시라도 내가 모르는 틈 사이로 나와 내 방에서 돌아다닌다면 어떻게 처리를 해야 할지도 궁금했다.

갑자기 무서웠다. 저 친구가 나와서 내게 다가온다고 하니, 저 정도 속력이면 1m 거리는 3초면 돌파할 것 같은데 나는 어디로 피해야 할지부터 시작해서 내가 잠을 자고 있는데 그때 혹시 빠져나와 내 입속으로 쏙 기어들어간다면 나는 속수무책으로 당해야 하지 않을까와 같은 망상까지 나의 뇌는 총력을 기울여 스스로에 대한 공격을 시작했다.

그때였다. 위를 들어 다시 봤는데 그 벌레가 없었다.
눈 뜨고 봐도 없었다. 분명 내가 발견한 후 30여분 가량 그 안에서 뱅뱅 돌고 있었는데 사라졌다. 정말 큰일이 났다고 생각한 나는 방바닥에 앉아있을 수 없었다. 가능성은 두 가지다. 벌레가 들어왔던 내가 알지 못하는 천장 구멍으로 돌아갔거나, 빈틈을 찾아내어 천장으로부터 바닥으로 기어 내려왔구나 말이다. 식은땀이 났다. 사방을 두리번 했으나 역시나 그 친구의 그림자조차 찾을 수 없었다. 드디어 내 두려움이 실현되었다. 아마도 내가 잠을 청하기 위해 바닥에 누웠다면 그 즉시 어두운 구석 한쪽에서 나를 지켜보고 있다가 내게 돌진하겠지?

겁에 사무친 나는 결국 어젯밤을 거실 소파위에서 보냈다.
조그마한 두려움으로 시작된 망상이 내 생명을 위협할 정도로 이렇게 확대되었다니. 아, 인간은 이렇게 심약한 존재이구나라는 것을 다시 한 번 실감했다.

뇌 속에만 존재하는 조그마한 우려는 절망과 공포를 먹이로 성장한다. 우리의 뇌 구조는 그렇게 짜여있다. 반복해서 생각하는 행위는 그 녀석을 계속 키워가는 자양분을 제공한다. 나도 어제 내 머릿속의 벌레를 키운 것이다.

어제의 나는 어땠는가? 공포와 우려를 삭히지 못한 채 감당할 수 없을 만큼 키워 나 자신을 전장에서 이탈하게 하지 않았는가? 100% 확실한 투자라는 것은 이 세상에 없다. 있다면 그것은 99.9% 사기일 것이다. 특정 자산을 사고 그 자산이 수익이 발생하기까지 인내하는 것은 공포와 두려움과 싸움이다. 이를 자신의 머릿속에서 아무런 근거 없이 키워선 절대 안 되며, 처음에 크기가 작었을 때 확실하게 때려잡아야 한다.

투자 좀 했다는 나는 어제 완전히 투자에 실패한 사람과 같이 행동했다. 결론은 뭔가? 괜히 불편한 소파 위에서 잔 것으로 인해 지금 무지하게 피곤하며, 컨디션은 바닥이고 벌레에 대한 우려가 아직도 머릿속에 남아있어 저녁에 집에 가면 다시 한번 그와의 조우를 경험할 수도 있는 처지에 있다.

많이 힘든 구간이다.
코인 생태계 여기저기서 잡음이 많다. 주식투자는 아무리 중간에 노이즈로 인해 주가에 변동성이 크게 생겨도 결국에는 이익의 함수다. 기업의 이익이 올라가면 주가는 올라가게 되어있다. 스팀도 그렇다. 스팀잇 생태계에 참여하시는 분이 늘어날수록 가치는 자연스레 증가할 것이다.

부디 전장을 이탈하는 것이 아닌 벌레와의 동침을 쿨하게 받아들이고 노이즈를 만들어내기를 즐기는 '뇌'라는 친구를 잘 다독이신다면 좋은 성과를 내실 거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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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마 인듯.. 보기보다 좋은 녀석이에요. 잡벌레들 잘 잡아먹는데요. 인간에겐 보기 흉한거 빼곤 없고...

두려움이... 많이 문제긴 하죠..

돈벌레라고도 불리죠 ^^

앗...정말 자세히 알고 계시군요, 사실 돈벌레 정도로만 알았는데 자세한 이름까진 모르고 있었습니다 :)

님, 저는 현질해서 스파업했습니다. 히히.

앗 잘하셨습니다. 모두가 공포에 휘말려있을 때, 아무도 관심 가지지 않을때 산 주식들은 항상 좋은 수익을 줬던 경험이 있어요!!

"특정 자산을 사고 그 자산이 수익이 발생하기까지 인내하는 것은 공포와 두려움과 싸움이다. "
명문입니다..

댓글 감사드립니다. 항상 이 힘겨운 싸움을 이겨내야 성과가 다가오더라고요. 저만 그런건 아니겠죠? ㅜ.ㅜ

엄청난 상승 이후에 하락이 있었던만큼 공포도 큰 모양입니다. 주식은 기업의 가치를 어느정도는 평가할 수 있는 것과 다르게, 코인은 그 가치를 평가하기 어렵다는 점도 더욱 공포를 키우죠.

맞는 말씀이세요. 아무래도 산이 높다 보니 조금 더 힘들게 다가오는 것 맞습니다. 많은 코인들이 저마다의 특색을 내세우고 있지만, 스팀만큼 확실한 색깔의 코인은 없다고 생각해요. 물론 제 주관적인 의견이지만요..오늘 날씨가 참 흐리멍덩합니다. 왜 @kmlee님만 뵈면 와우했던 그 시절이 그리운 걸까요?!

행동경제학을 공부한게 하락장에 많은도움이 됩니다.

저도 다시한번 책을 펼쳐봐야겠습니다:)

스팀잇 유저가 늘어나고 포스팅이 많아질수록 성장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 깊이 공감합니다.

전 최근에 여러 코인들을 사들였는데,
분할매수의 소중함을 다시 한 번 상기하게 되네요^^ 흑흑

하락하는 시점에는 말씀하신대로 분할매수 전략이 탁월한 것 같아요. 항상 공포가 극에 달하면 저가매수 기회가 많이 오더라고요. 항상 화이팅입니다 무원님!!!

바퀴벌레 알을 먹는다는 걸 안 뒤로 때려잡을 때 조금 주저하게 됩니다. 보기 좋은 녀석은 아닌데, 바퀴벌레처럼 무한증식을 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일년에 서너번 마주치는 정도죠. 천정의 현광등갓에서 탈출 하지 못하고 죽어있는 경우가 많은데, 매립등에서 탈출했다니 그거 참 괴이하군요.

그러게 말이에요. 저도 한참 쳐다봤습니다. 그곳은 그 친구가 들어갈 수 있는 곳이 아니었거든요. 역시 세상은 제가 모르는 것으로 가득 차 있는 것 같아요. 볼님도 오늘 날씨는 우중충하지만, 즐겁게 보내시길 바랍니다..

아.. 그리마.. ㅠㅠ 제가 어렸을 때 가장 무서워 했던 벌레에요.
곱등이하고 같이요.

사실 열면서 혹시라도 사진이 있을까봐 좀 두려웠어요 ㅎㅎㅎ;;

사실 그리마가 무서운 이유는.. 그 엄청난 속도 때문이죠.
댓글에 다들 말씀하시지만, 모양은 그래도 인간에게 이로운 익충이라 죽이지 말라고 하고 사실 무서워서 죽이지도 못하지만.. 포스팅에 이런말 써도 되는지 모르겠는데, 때려잡으면 다리가 막 분리되요 엉엉 일명 돈벌레라고 잡으면 안된다고 할머니가 그러셨었어요.

하지만 그 생명체가 엄청난 속도로 저에게 돌진해 오면 저도 모르게 "으아아악!!!" 하면서 뭔가를 집어 던지거나 도망치게 되더라고요 ㅠㅠ

하락장 말씀하시면서 쓰신 벌레 이야기로 온통 댓글내용을 도배하네요;; 저는 지금 여유 자금이 없는데.. 이럴때라도 스팀을 사야하는것 아닌가 하면서 심히 고민중입니다.

말도 안되는 두려움으로 그리마에 쫓기는 어리석은 인간처럼 말씀대로 우리는 공포와 두려움과의 줄다리기에서 이기는 것이 참 힘듭니다. 하지만 또 고비를 견뎌내면 앞으로 나아가지요. 이것 역시 인간이라서.. 그렇겠지요 :)

오늘 밤은 부디 그 녀석이 옆집으로.. 혹은 어디 옥상으로 먹이찾아 탈출해서 vixima님을 괴롭히지 않기를 바라겠습니다 ㅠㅠ

다들 도망갈 떄 앞으로 뛰어가본 기억이 정말 몇 번 없긴 한데요, 후회했던 기억은 생각해보면 없었던것 같습니다. 오늘 다시 본다면 잘 가라고 축복해주려고요. 고맙습니다. 빗길 조심하시고요!!

ㅋㅋ 네네, 축복 좋네요! 좋은 저녁 보내시고요 ^^
도망은.. 제가 그런 경험이 별로 없어 잘 기억이 안나지만, ㅎㅎㅎ 그런 상황이 오면 어떨지 상상해 보게됩니다 ^^

다행히 사라져버렸습니다 :) 좋은 주말 되시기 바래요 :)

앗! 정말 다행이에요! 집으로 돌아간 그리마에게 축복을! ㅎㅎㅎㅎㅎ

읽으면서 처음에는
'꿈'을 꾸신 자신의 이야기인줄 알았는데...

이렇게 결말이 지어졌네요..

님 말대로 이글을 쓰고 있는 시점에서 그리고
적지 않은 세월을 힘듬으로 보내야 겠지만..

그럴때 일수록 님 말대로 쿨하게 제 갈길가야죠...

잘 보고 갑니다.

@sindoja님은 묵묵히 자신의 길을 가시는 분이니 조금만 더 기다려보신다면 원하시는 결과물 얻으실수 있다고 생각해요 :)

잘보고갑니다
결국 포도나무위 포도처럼 붙어만있다면 달콤한 과실을 얻을수있듯이...
그냥 붙어있으렴니다
감사합니다

하하 정말 적절한 비유입니다. 제가 더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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