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와 늑대의 시간 : 6월24일 일요일의 생각

in #kr-writing6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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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질녘, 모든 사물이 붉게 물들고 저 언덕 너머로 다가오는 실루엣이 내가 기르던 개인지 나를 해치러 오는 늑대인지 분간할 수 없는 시간... 이땐 선도 악도 모두 붉을 뿐이다...


일출과 일몰의 사진을 찍어본 적이 있는가?

사진을 찍던 순간에는 매우 분명히 구분할 수 있으리라 추호의 의심도 없던 이 두가지의 풍경이지만, 시간이 한참 흐른 후, 사진을 찍었던 기억이 희미해질 무렵이 되면, 사진만으로는 그것이 일출이었는지 일몰이었는지 구분하기 힘들다.

새벽의 여명과 함께 동쪽하늘을 붉게 물들이는 '떠오르는 태양'은 묘하게도 희망의 상징으로 여겨져왔고, 서쪽하늘을 같은 색상으로 물들이며 저무는 '9분전에 이미 진 태양의 잔상'은 끝 혹은 마무리의 의미를 담아왔다.

하지만 여전히 한장의 노을 사진으로는 그것이 희망의 의미인지 절망의 의미인지 알 수 없다.

지난 4월초 내가 처음 스팀잇에 발을 들였을 때 스팀의 가격은 1400원 대였다. 당시의 나는 스팀의 가격이 얼마인지 관심이 없는 상태였기에, 원래 그 정도인가보다 생각을 했었다. 시작한 마음에 모든게 신기하고 희망적이었다. 심지어 스팀이 미화 1불보다 비싸다고는 좋아하기 까지 했다. 하지만 많은 분들에게 그 풍경은 희망의 일출이기 보다 절망의 노을 이었던가 보다. 그 시기에 많은 분들이 좌절해서 스팀잇을 떠나셨다는 건 한두달이 지나고서야 알았다.

지금 내가 스팀잇을 시작한지 두달을 좀 넘긴 시점에서, 처음 스팀잇을 시작했던 때와 스팀의 가격이 같아졌다. 놀랍게도 같은 풍경인데 이젠 자꾸 지는해의 노을 처럼 보이려고 한다.

풍경은 변함없다. 바라보는 이의 시선이 달라졌을 뿐이다. 몰라서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는 것 뿐이다. 내가 분명이 개라고 생각했던 것이 갑자기 불현듯 다가온 붉은 노을과 함께 늑대처럼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사방을 붉게 물들인 이 노을은 짧은 순간 자신감을 자괴감으로 바꿔 놓는다.

글쟁이가 되기에 턱없는 실력임에도 글을 읽어주는 이웃들의 응원의 바람에 살짝 부풀어 올랐던 자존심의 두께는 그렇게 얇았던가 보다. 마음을 좀먹는 불안감은 늑대와도 같다.

나는 정말 늑대를 보고 있는가.

아니다. 아직은 아니다. 설혹 진짜 어둠이 찾아와서, 내가 개라고 생각했던 것이 진짜 늑대가 되어 내 목줄기를 물어 뜯게 되더라도. 아직은 절망의 노을로 가라앉을 만큼 내 자신감과 함께하는 이들에 대한 신뢰가 바닥을 치진 않았다.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이곳에 온것이 아니었다는 것을 나는 아직 잊지 않은 까닭이기도 하지만, 붉은 노을이 걷히고 개와 늑대의 시간을 지나 내가 만나게 될 것이 다름 아닌 나의 충성스러운 개일 것이라는 기대를 놓지 않았기 때문이다.

혼돈의 시간도 지나간다. 나를 비롯하여 우리 모두가 이 혼돈의 노을을 아침을 기다리는 노을로 맞이 할 수 있기를 바란다.

Fin.


written by @travelwalk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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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돈의 시간이 지나면 좋은날이 올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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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틀림없이 그럴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한때 개와 늑대의 시간이라는 말을 쓰는 것 자체가 굉장히 낭만적이던 시절이 있었어요 ㅎㅎ 큰돈 벌고 하겠다는 마음은 아니었어도 젛아하는 글을 쓰는 사람들이 모여서 서로 주고받고... 결국에는 투자한 시간만큼의 보상이 따르는 시스템 안에서 그렇게 행복했는데... 보상도 줄고 존폐 위기까지 거론되다보니... 힘이 빠지는건 사실이네요ㅜ

그쵸... 한때 좀 유행했었죠? 명확한 이유도 모르면서 괜히 멋있는 말 중하나라서 ㅋㅋㅋ Twilight 이 좀더 명확한 느낌이긴 합니다. ㅎㅎㅎ 옛날에 '환상특급'이라는 웃기는 이름으로 번안되어 티비에서 방영했던 미국 시리즈 물이 있었는데, 그 원제가 Twilight zone 이었죠.
폐지까지 가진 않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아직 잠겨있는 금액이 크니까요. 다만, 좀 다른 형태의 내재가치를 확장시킬 아이디어가 더 나와야 할 것 이라 생각합니다. 그래도 스팀은 괜찮지 않나 싶어요. 서로 이야기하고 글도 쓰고 하면서 기다릴 수 있으니 말이죠. ^^

흠... 환상특급을 기억하시는 걸 보니... 비슷한 세대일지도 모르겠네요 ㅎㅎ 초딩 저학년인가? 취학전인가? 그 때 봤던거 같은데 ㅋ

ㅋㅋㅋ 그럴줄 알았습니다. 저는 적어도 국민학교 고학년 혹은 중학생이었던 걸로 기억하니...^^

혼돈의 시간을 함께 보낸 후 나누는 이야기는
더욱 따뜻할 것만 같습니다~!!

옛날 이야기를 할때가 있겠죠 언젠가는.... ^^

일년도 더 전에 들어오셨군요.
어쩌면 누군가한텐 지금의 시간이 일출의 시간이기를.. (진짜 바람)

에... 두달전에... 들어왔습니다 ㅎㅎㅎㅎ ^^
일출의 시간이 될 겁니다. 그렇게 믿는 사람이 많으면 그렇게 되지요

새벽에 피는 나팔꽃과 같았으면 좋겠네요 ^^ 제가 시적이지 않은점 이해바래요 ^^

무슨 말씀을요. 꽃처럼 피어나야죠. 모두 행복하게 ^^

게을러서 일몰사진은 꽤 있는데, 일출사진은 별로 없네요. 나이가 들면 일몰의 광경을 슬프게 느끼기도 한다는데, 그 역시도 시선이 달라져서겠죠?ㅎㅎ

아뇨.... p님의 감정이 풍부하셔서 일것으로 추정합니다 ^^ emotional p 이시니까요 ㅎ
일출 사진 찍기가 일몰에 비해서 한 열배쯤 힘드니까요. 사실상 당연한 결과 입니다. ㅋ

옹 다소 무거운 글이네요. 힘내요!
이또한 지나가리라~ 고 믿어요 😊

음.... 무겁진 않고.. 쫌 멋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재미있게 지내는데 없어지기야 하겠나요. 별 걱정 없습니다 ^^

늑대 와 개 붉은 노을에 가려 적인지 아군인지 분간할수없는 시간..
일몰 인지 일출 인지 판단할수없는 시간..
배가 바다를 출발해서 풍랑 을 만나고 암석을 만나고...온갖 수난을 격은 다음에 순풍을 만나 잘 돌아올것 같습니다.
좋은글은 항상 나에게 감동을 줍니다^^

hyeheyhye님이 travelwalker님을 멘션하셨습니당. 아래 링크를 누르시면 연결되용~ ^^
hyeheyhye님의 나는야 선물뽑기의 신. 너무나 신났던 밋업후기

... 자기소개를 하며 도란도란 얘기를.
스팀잇만으로 얘기나누던 jungch98, travelwalker님을 처음으로 직접 만나니 더욱 친근감을 느끼며 얘기를! 밋업을 통해 새로운 분들을 만나는게 흥미를 느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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