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렉티브 소설] 장마 - 1화

in #kr-writing7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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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분명히 소리를 들었다. 소리가 나는 쪽으로 가 보자. (5표)

2. 내가 피곤해서 잘 못 들은 것이다. 빨리 가자. 막차 놓친다. (7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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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경은 눈을 질끈 감고, 엘리베이터 버튼을 눌렀다.

띵-!

하는 경쾌한 소리와 함께 다시 스르르 문이 열렸다.

'빨리 가자. 피곤해서 그런거야, 피곤해서.'

엘리베이터에 올라 탄 유경은 문 닫힘 버튼 부터 먼저 누르고는, 이어 1층 버튼을 눌렀다.

거무죽죽하던 '1'이라는 숫자에 빨간색 불빛이 들어오고, 스르르르 하는 소리와 함께 엘리베이터는 아래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왠지 귀에서 계속 신음 소리가 맴도는 것 같아, 유경은 고개를 세차게 흔들었다.

'아...... 진짜 짜증나. 빨리 집에 가서 씻고 자고 싶다.'

"1층입니다. 문이 열립니다."

엘리베이터의 안내 음성에 또 흠칫 놀란 유경은, 빠르게 엘리베이터 밖으로 나와 로비로 걸어갔다.

쏴아아아아아아......

로비 바깥은 비로 커텐이 쳐 진 것 처럼, 하얗게 비가 오고 있었다.

유경은 절로 헛웃음이 나왔다.

"하하......하......"

정말 글자 그대로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오는 비에, 유경은 할 말을 잃고 멍하니 로비 밖을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어쩌지......"

도저히 대중 교통으로는 집에 갈 엄두가 나지 않았다. 지하철 까지는 어찌 어찌 탄다 해도, 그 후에 환승해서 버스를 타는 순간 쫄딱 젖을 것 같았거니와 시간이 아슬아슬 해서 버스를 탈 수 있다는 확신도 들지 않았다.

유경은 핸드폰을 들어 콜택시를 부르려고 어플을 실행 시켰다.

'근방 택시 없음'

울화가 치밀어 올라 핸드폰을 던지려는 자신의 손을 겨우 진정시키며, 일단 유경은 택시 호출 버튼을 눌렀다.

그리고 유경은 환하게 켜진 핸드폰 화면과, 비현실적인 그림을 그려 주고 있는 눈 앞의 물더미를 번갈아 바라 보았다.

10여분 정도 흘렀을까.

여전히 콜택시 어플은 아무런 반응이 없고, 기다리다 지친 유경은 핸드폰으로 뉴스를 검색 하고 있었다.

'금일 밤 유래 없는 물폭탄 온다. 서울 시간 당 30mm 이상 폭우 예상'

'기습적인 폭우로 지하철 역 곳곳 침수 피해'

'산간 지역 등산객 고립, 아직까지 구조 작업 어려워'

"나도 여기에 고립 됐는데, 누가 구하러 안 오려나......"

유경은 혼잣말이라기에는 큰 소리로 중얼거린 후, 콜택시 어플을 닫았다.

"어떡하지......"

집으로 갈 수 있는 수단이 모두 끊겨 버린 유경의 머릿 속에 '외박'이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어차피 혼자 살고 있기 때문에 외박한다고 누가 뭐라 할 것은 아니었지만,

'하...... 옷도 좀 갈아 입고 싶은데. 화장품도 없고......'

내일 오늘과 똑같은 옷을 입고 속옷도 갈아 입지 못한 채 민낯으로 일에 시달리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상상하자, 유경은 몸서리를 쳤다.

'아 진짜 이건 아니잖아. 이건 아니야......'

이건 아니었지만, 다른 방법이 없다는 것을 유경은 잘 알고 있었다.

내일의 초췌함은 머리에서 지우며, 유경은 빠르게 머리를 굴렸다.

'편의점에서 속옷을 사서 모텔을 가야 하나? 아니면 찜질방?'

모텔이건 찜질방이건, 혼자 가서 숙박을 해 본 적은 없었기 때문에 유경은 양 쪽 다 찝찝했다.

'아 진짜 이 빌어먹을 폭우, 꼭 하필 이럴 때......'

핸드폰으로 이리 저리 검색해 본 유경은, 그냥 모텔로 가기로 마음을 굳혔다.

찜질방이 분명히 싸긴 했지만, 따로 잘 수 있는 곳도 없고 사람이 북적거리는 곳에서 푹 잠이 들 자신도 없었다.

그나마 좀 괜찮아 보이는 무인 모텔을 찾은 유경은, 우산을 펴고 눈을 질끈 감고 한 발 앞으로 걸음을 내딛었다.

구구구구구구궁-

우산에 떨어지는 빗소리가 마치 공장에서 돌아가는 둔탁한 엔진소리처럼 유경의 귀를 때렸다.

한 발 내딛었을 뿐인데 이미 하이힐은 물에 흠뻑 젖어버렸다.

돌아갈 수 없는 한 발을 내딛은 유경은, 뛰듯이 걸어 근처 편의점으로 향했다.

"어서오세요~"

20대쯤 되어 보이는 덥수룩한 머리의 편의점 아르바이트가, 유경 쪽은 쳐다보지도 않고 건성으로 인사를 던졌다.

유경은 빠르게 속옷 칸으로 가서, 작은 박스 안에 들어 있는 여성 속옷을 골라 카운터로 향했다.

"이거 주세요."

삑-

"8,000원 입니다. 멤버십 있으세요?"

속옷을 골라 온 유경을 그제야 쳐다본 편의점 아르바이트는, 속옷을 받아 바코드를 찍고는 유경의 가슴께를 힐끗 쳐다 보았다.

"아뇨."

"봉투 필요하세요?"

"아뇨, 그냥 주세요."

"카드 받았습니다."

계속 유경의 가슴께를 흘깃거리는 시선에, 유경은 모로 몸을 틀었다.

아무래도 비에 옷이 젖어 블라우스가 비치는 모양이었다.

'변태 새끼.'

"여기 있습니다. 카드 받으시구요."

"수고하세요."

유경은 낚아채듯 속옷을 받아 들고선, 빠른 걸음으로 편의점을 나왔다.

"안녕히 가세요~"

편의점 아르바이트의 목소리가 따라 붙지 못하게 하려는 듯, 편의점 문을 세차게 닫은 유경은 지도 어플을 켜 길을 다시 한 번 확인 했다.

무인 모텔까지는 걸어서 10분 정도 걸리는 듯 했다.

"그나마 다행이다, 걸어서 갈 수 있는 거리라서."

물에 젖은 하이힐 안이 꿉꿉하게 미끌거리는 감각을 꾹 참아내고선, 유경은 모텔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처음 무인 모텔에 온 유경은 좀 많이 헤메기는 했지만, 무사히 카드로 결제를 마치고 방으로 들어올 수 있었다.

고시원 보다 조금 더 큰 방은 깔끔하게 정리 되어 있었다.

"하아......"

이제서야 좀 살아난 느낌이 든 유경은, 물에 쫄딱 젖은 옷들을 벗어 옷걸이에 따로 따로 걸어 두고는 곧장 샤워실로 향했다.

쏴아아아아-

밖에서 뒤집어 쓴 미적지근한 빗물과는 다르게, 문명이 선사해 주는 따뜻한 물이 몸을 감싸기 시작하자 유경은 자신도 모르게 기분 좋은 신음 소리를 냈다.

머리부터 따뜻한 물을 뒤집어 쓰고, 바디 클렌저를 덜어 거품을 내 몸에 칠하고 나니 천국이 딱히 다른 곳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지 않았다.

"아...... 좀 살 것 같다."

그렇게 한참을 물을 맞고 나서, 몸을 말리고 뽀송해진 유경은 가운을 걸치고 침대 쪽으로 향했다.

바구니 안에 있는 머리끈을 집어 머리를 대충 말아 올린 유경은, 침대에 털썩 누워 에어컨을 틀었다.

우우웅-

이제 에어컨이 방 안에 남아 있는 약간의 습기 마저도 없애 줄 것이다.

바싹 말라 있는 침구의 감촉을 느끼며, 유경은 리모컨을 들어 티비를 켰다.

12:37.

티비는 유경에게 시간을 알려 주고는, 이내 영화 광고 화면으로 넘어갔다.

'음...... 지금 바로 자면, 여기가 회사 근처니까 7시 까지 출근해서 마무리 한다고 치면......'

5시간 이상은 잘 수 있을 것 같았다.

'야근 하고 삽질한 것 치고는 생각보다 운이 좋은데?'

불을 끄고 티비만 켜 놓으니 이내 졸음이 쏟아졌다. 유경은 하품을 하고는 이불로 몸을 둘둘 말았다.

에어컨의 차가운 바람이 이불 밖으로 기분 좋게 느껴졌다.

'에어컨 켜고 이불 덮는 호사를 여기 아니면 어디서 느끼겠어.'

그 때 였다.

또 유경의 귀에 신음 소리가 들린 것은.

유경은 소스라치게 놀라 침대에서 벌떡 상체를 일으켰다.

'뭐야 정말!'

유경은 울고 싶은 기분으로, 무릎을 끌어 안았다.

'오늘 왜 이러는 거야!'

유경은 휙 돌아 베게에 얼굴을 파 묻고는 이불을 머리 끝까지 뒤집어 썼다.

'내가 무슨 잘못을 했다고......'

"흐아앙!"

이번엔 조금 더 또렷하게 신음 소리가 들렸다.

유경은 무언가 위화감을 느꼈다.

'아까 들린 거랑 좀 다른데......'

귀를 귀울이던 유경은, 이내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아...... 여기 모텔이지.'

아무래도 유경이 들어간 모텔은 방음이 잘 되지 않는 모양이었다.

"아...... 진짜 별 게 다!"

아무도 없는 허공에 소리를 빽 지른 유경은, 신경질적으로 이불을 덮어 썼다.


1. 소리 때문에 신경 쓰이니 티비 볼륨을 올리고 잠이 든다.

2. 뭐, 어때. 난 잘 잘 수 있어. 티비를 끄고 잠이 든다.

3. 잠 좀 잡시다! 라고 크게 소리를 질러 본다.

선택 마감 시간: 2017년 7월 14일(금) 21:59분 까지


여러분의 보팅과 댓글이 저에게는 큰 힘이 됩니다! :)

재미 있으시다면 리스팀도...... 헤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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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오오 이거 과거의 게임북 같은 느낌입니다!! 정말 좋아했는데
느무 흥미롭습니다! 팔로우 하고 잼나게 읽겠습니다!

넵 구담님 감사합니다 :)

다음에는 분기 투표도 해 주세요 ^^

ㅋ 점점 빠져듭니다~. 저도 3번!

빠져들어 오시는 겝니다 ㅋㅋㅋㅋ

3번 감사합니다~

ㅋㅋㅋㅋㅋ
홀리 저 3번원해요 :) 오늘도 재밌는 글 감사합니다 > <

ㅋㅋㅋㅋㅋㅋ 현실에서 못 하는 걸 여기서 이루시려고 하시면 안 됩니다!

3번 접수!

다들 3번으로 가는 분위기지만 저는 3번으로 하겠습니다. +_+

음 역시 줏대가 있으시군요.

특별히 3번으로......

✈ 저는 2번을 선택하도록 하겠습니다. 몰입감이 장난이 아니네요. 전회차에서 1번이었으면 어떤 스토리가 될까 궁금해요.

그러게요 잠은 중요하죠......

빨리 잘 수 있도록 2번으로 주인공을 독려해 주세요 ㅋ

좋은 평 감사합니다 눈님 :)

3번... 3번갑니다!

이..... 이 분들 ㅋㅋㅋㅋㅋ

3번 접수 되었습니다 ㅋ

2번입니다!

2번 접수되었습니다!!!

재밌습니다. 전 2번으로 하겠습니다. 하하.

2번 감사합니다 ㅎㅎ

다음 스토리도 기대해 주세요 :)

4번은 없나요 ? 벽에 귀를 가져다 댄다 ㅋㅋ
4번은 없으니 3번 !!! 헤헤

모험심이 풍부하시군요!

그렇다면 3번으로 ㅎㅎㅎㅎ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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