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렉티브 소설] 장마 - 프롤로그

in #kr-writing7 years ago

로고 2.JPG

비는 소리 없이 커다란 유리창 위로 하나, 둘 점을 찍기 시작하더니 이내 투투둥- 소리를 내며 거칠게 유리창 위로 올라 서기 시작했다.

'비가 오나?'

유경은 고개를 돌려 커다랗고 시커먼 사무실의 창을 바라 보았다.

어두워 잘 보이지는 않았지만, 아무래도 비가 오는 것 같았다.

"아으으으으으으~"

오른쪽으로 돌린 고개 덕에 왼쪽 어깨에 담이 오는 것 같아, 유경은 오른손을 들어 왼쪽 어깨를 주무르며 고개를 오른쪽으로 힘껏 젖혔다.

딱딱하게 굳은 어깨를 연신 문지르며, 유경은 시계를 보았다.

불이 모조리 꺼진 덕에 모니터의 불빛에 희미하게 비친 시계는 어느 새 11시를 넘어 가고 있었다.

'저 시계 좀 예쁜 걸로 바꿔 줬으면 좋겠다.'

살풍경한 흰 색 바탕에 커다란 검은 고딕체로 숫자만 새겨진 시계는 유경의 불만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저 제 갈 길 가기 바빴다.

'안 그래도 맨날 야근하는데...... 시계까지 저렇게 인간미 없어.'

되지도 않을 불평을 주워 섬기며 유경은 다시 모니터를 바라보았다.

잔업은 처음 계획했던 진도의 거의 80% 정도는 완성한 것 같았다.

'아...... 내일 아침 일찍 나와서 할까, 아니면 그냥 다 하고 갈까.'

지금 잔업을 하면 100% 택시 행이고, 회사에서 택시비를 대 주지는 않으니까 손해다.

지금 집으로 가면 막차를 여유 있게 탈 수 있고, 내일 일찍 일어나야 되기는 하지만 러시 아워를 피할 수 있으므로 출근 시간 만이라도 좀 여유 있게 보낼 수 있을 것 같았다.

'뭘로 봐도 지금 집에 가는 게 낫네.'

결론을 내렸으면 빠르게 움직여야 한다. 유경은 키보드에서 손을 떼고, 의자를 뒤로 젖혀 크게 기지개를 폈다.

그 때-

"꺄아아아아악!!!"

유경은 옆에서 갑자기 나타난 검은 그림자에 소스라치게 놀라 소리를 질렀다.

그리고 검은 그림자도 덩달아 소리를 질렀다.

"으아아아아아아!!!"

쿠당!

큰 소리와 함께 유경은 뒤로 과하게 제쳐진 의자와 함께 바닥에 나뒹굴었다.

아플 새도 없이 본능적으로 유경은 몸을 반쯤 일으켜 검은 그림자가 나타난 쪽을 바라 보았다.

검은 그림자는 엉거주춤하게 바닥에 엉덩방아를 찧은 채로, 유경이 넘어진 쪽을 바라 보고 있었다.

"아이고...... 유경씨. 갑자기 소리를 지르면 어떻게 해?"

익숙한 목소리에 유경은 벌렁거리던 심장을 간신히 가라 앉혔다.

"아...... 아...... 정말 아저씨! 아무도 없는 사무실에서 기척도 없이 갑자기 나타나시면 어떡해요!"

검은 그림자는 빌딩 경비원 김씨 아저씨였다.

"아니 나도 아무도 없는 줄 알고 왔지~ 컴컴한 사무실에 이 자리만 밝아서 또 누가 컴퓨터 안 끄고 갔나 해서~"

김씨는 읏차, 하며 몸을 일으켜 유경에게 손을 내밀었다.

"아니 문에서 들어올 때는 분명히 아무도 안 보였단 말이야~ 그런데 갑자기 휙 하니 나타나서 소리를 꺄아~ 하고 지르니 내가 안 놀라고 배겨?"

김씨의 손을 잡고 일어나며 유경은 어이 없는 웃음을 지었다.

"타이밍 진짜 안 맞았네요 아저씨...... 저 뒤로 기지개 켜는 중이라서 문에서 안 보였나봐요. 죄송해요, 괜히 놀래켜 드려서."

"아니야 괜찮아 괜찮아~ 일단 여기 사인 좀 부탁드립니다~"

김씨는 손사래를 치며 손에 들고 있던 야근 일지를 유경에게 내밀었다.

자신보다 먼저 퇴근했지만 어쨌든 야근 하고 집으로 사라진 몇몇의 익숙한 이름들 아래에 유경은 자신의 이름을 적어 넣었다.

"감사합니다~"

유경이 내민 야근 일지를 일부러 더 공손하게 받아든 김씨는, 유경에게 걱정된다는 말투로 말을 걸었다.

"그런데 유경씨, 집에 안 가?"

"가야죠~ 이제 더 하래도 기력 없어서 못 해요 정말."

"에그...... 맨날 그렇게 늦게 집에 가서 연애는 언제 해?"

김씨의 말에 유경은 인상을 팍 찌푸렸다.

"할 사람 없는 거 뻔히 알면서 자꾸 그렇게 팍팍 긁어요? 자꾸 그러면 나도 아저씨 새 장가 언제 드냐고 맨날 물어봐요?"

유경의 말에 김씨는 더욱 인상을 찌푸리며 대꾸했다.

"어허, 새 장가라니! 난 엄연히 미혼이라구! 남에 혼사길 막을 일 있어?"

"살림 차렸었으면서......"

유경이 작게 웅얼거리자 김씨는 자신의 입에 검지를 갖다 대었다.

"쉿! 유경씨 그거 우리 둘 만의 비밀인데 자꾸 이렇게 막 이야기 하고 그러면 안 돼~"

유경은 깔깔 웃으며 컴퓨터 종료 버튼을 눌렀다.

"알았어요 알았어~ 저 이제 진짜 가야 돼요. 안 그러면 막차 놓쳐요. 아저씨도 당직 고생하시구요~"

"그래, 살펴 가요~ 내일 출근 잘 하고~"

김씨는 라이트를 켜 사무실 문 쪽을 비춰 주었다.

유경의 컴퓨터가 꺼진 사무실은 순간 암흑으로 뒤덮였다가, 김씨의 라이트에 다시 희미하게 살아 일렁였다.

유경은 살짝 고개를 숙여 김씨에게 인사를 하고는, 출구로 향했다.

'아, 그냥 택시 타고 갈까......'

문을 나서자 유경의 전신에 피로가 몰려 왔다.

'무리도 아니지, 지금 이게 며칠 째야 정말.'

본부장 보고 건을 세 번이나 퇴짜 맞아 날이 선 팀장은 팀원 들을 들들 볶아 댔다.

벌써 유경이 쓰고 있는 저 보고 자료도 넉넉잡아 서른 번은 퇴짜 맞은 것 같았다.

'내가 진짜 이번 건 끝나고 나면 일주일 휴가 지른다 정말.'

또각 또각-

유경의 하이힐 소리가 빈 복도에 울려 퍼졌다.

희미한 비상구 불빛이 회색 복도에 유경의 그림자를 일렁 일렁 흩뿌렸다.

유경은 엘리베이터 앞에 서서 버튼을 누르고는, 고개를 들어 엘리베이터의 전광판을 바라 보았다.

1층에 서 있던 엘리베이터는, 서서히 유경이 서 있는 11층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휴가 쓰면 어디 가지? 대만? 태국? 제주도? 아니면 그냥 집에서 푹 잘까?'

4, 5, 6......

'아니지 아니지. 집에만 있기엔 너무 아깝지. 그럼 홍콩이나 갈까?'

엘리베이터 전광판이 '10'으로 바뀌자, 유경은 한 발짝 앞으로 발걸음을 내딛었다.

그 때 였다.

"땡!"

하고 엘리베이터가 11층에 도착해 문이 열림과 동시에, 희미한 신음 소리 같은 것이 유경의 귀에 들린 것 같았다.

"뭐지?"

유경은 버튼을 눌러 엘리베이터를 잡아둔 채로, 다시 한 번 빈 복도에 귀를 기울였다.

"으으...... 흐...... 으으으으으......"

가냘프지만 틀림 없는 신음 소리가, 유경의 귀에 들려 왔다.

유경은 엘리베이터 버튼에서 손을 떼었다.

스르르르르르, 꿍.

작지만 단호한 소리를 내며, 엘리베이터의 문이 닫혔다.

전광판의 숫자는 여전히 11을 가리키고 있었다.

'어차피 탈 사람도 없을 테니까. 그런데 도대체 무슨 소리지?'

막상 엘리베이터 문을 닫고 컴컴한 복도에서 신음소리를 들으려고 귀를 기울이는 자신의 모습을 보니, 유경은 살짝 소름이 돋았다.

'에이, 세상에 귀신이 어딨어. 그런데 왜 또 소리가 안 나지?'

유경은 다시 한 번 정신을 집중했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하아......"

유경은 깊게 한숨을 쉬고는, 핸드폰을 들어 시계를 바라 보았다.

시계는 어느 새 11시 25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잘 못 들었나...... 몸이 허해서 그런가...... 여행 가지 말고 보약이나 지어 먹어야 하나.'

유경은 머리를 흔들고는, 다시 엘리베이터 버튼으로 손을 가져 갔다.

그 때.

"하아...... 아으으...... 아윽!"

다시 한 번 신음 소리가 유경의 귀에 들려왔다.

유경은 등에 소름이 돋는 것을 느꼈다.


1. 분명히 소리를 들었다. 소리가 나는 쪽으로 가 보자.

2. 내가 피곤해서 잘 못 들은 것이다. 빨리 가자. 막차 놓친다.

선택 마감 시간: 2017년 7월 11일(화) 23:59분 까지


안녕하세요, 간만의 신작으로 돌아온 RT4U입니다.

이번 소설은 전에 예고 드린대로, 여러분들의 참여에 의해 분기가 나누어 집니다.

여러분의 선택에 따라 소설은 해피 엔딩이 될 수도, 배드 엔딩이 될 수도 있으며,

소설의 전반적인 흐름까지 바뀔 수도 있습니다.

매 화 마다 선택지는 2~3개 주어지게 될 것입니다만,

연재가 거듭 되면 될 수록 여러분의 선택이 소설의 방향을 이끌게 될 것입니다.


선택지 규칙


  1. 매 화 마다 선택 마감 시간을 공지합니다.
  2. 마감 시간까지 댓글로 여러분들이 선택해 주신 선택지를 다수결로 취합합니다.
  3. 다음 화 시작 시 여러분이 많이 선택해 주신 선택지를 공지 드립니다.
  4. 그 선택지에 따라서 제가 스토리를 이어갑니다.
  5. 완결될 때 까지 1~4를 반복합니다.

양해를 부탁드립니다.

소설의 형식 상 비축분을 쌓을 수가 없습니다.

선택이 끝나자 마자 바로 제가 써 내려가고,

끝나자 마자 최소한의 퇴고만을 거친 후

바로 업로드 할 예정입니다.

소설의 형식 상 속도가 중요하기 때문에

최대한 템포를 빠르게 가져 갈 예정입니다만,

불의의 상황이라는 것이 항상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혹여나 늦어지게 되더라도 너무 화 내지 말아주세요.

항상 제 글을 읽어 주시는 여러분께 다시 한 번 감사 드립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여러분의 보팅과 댓글이 저에게는 큰 힘이 됩니다! :)

imgur

Sort:  

2번으로 합니다. 1번은 너무 뻔합니다. ㅋㅋ

ㅋㅋㅋㅋㅋㅋㅋ

어디로 가든 뻔하지 않게 쓰려고 고민하고 있습니다.

고래 등극을 감축드립니다 (__)

오호 저도 소설에 참여할 수가 있군요 ㅎㅎ 전 역시 1번으로 하겠습니다. 잘 보고 갑니다!

넵 소중한 한 표 감사합니다 :)

✈ 이럴땐 2번으로 가야 살 수 있는데... 모든 것은 작가님 마음이겠죠? ㄷㄷㄷ

제 마음대로 안 될 수도 있습니다 ㅎㅎ

팔로우합니다 흥미가 넘치는데여 ㅋㅋ

팔로우 감사합니다 :) 다음에는 선택지도 투표 부탁드려요 ^^

대게 소리나는데 가면 죽어요!! 2번!!

2번!!! 감사합니다^^

우왕~! 너무 신선합니다. 풀보팅 합니다! ㅋ
전 2번으로 ㅋ

2번이 꽤 많이 보이는군요 ㅎㅎㅎ

감사합니다 :)

오 1번 당첨됐나요? 빠른 연재 부탁드립니다. 전 1번 하고싶었는데 시간이 한참 지났네요..; 완결까지 20% 보팅할게요. 달려주세요!!

아, 시간 안 지났습니다 :)

오늘 23시 59분 까지니까요 ^^

열심히 써 보겠습니다~

오 스릴러가 흥미진진할거같네요
저도1번 ! 소중한 글 감사해요 또보러올게요

오 율님 방문 감사해요 ㅋ

1번이지요? :)

2번갑니다!!!!! ㅋㅋㅋ 역시역시 알티님진짜최고!!!!!ㅋㅋㅋ 열심히매일기다릴께용

ㅋㅋㅋㅋㅋㅋ 2번 간다고 로코로 갈 것 같습니까!!!

감사해요 +_+ 열심히 할게요 ㅋ

와 재미있어요~~ 저도 2번 선택합니다. 뭔가 2번에서 반전이 생기면 더 좋을것 같아요~~~ 응원합니다 화이팅 ^^

사실 저도 여러분이 뭘 골라 주실지 전혀 모르겠기 때문에 마음의 준비가 안 되어 있습니다 ㅠㅠ

2번 감사합니다!

Coin Marketplace

STEEM 0.15
TRX 0.12
JST 0.025
BTC 56204.99
ETH 2395.80
USDT 1.00
SBD 2.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