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일장 참여] 너는 나의 첫정이었다

in #kr-writing7 years ago (edited)

너와의 첫만남
그것은 참을 수 없는 고통이었다
교활한 뱀의 간교에 넘어가 선악과를 따먹은 벌이
이렇게도 고통스럽단 말인가

그 고통의 끝에서 마주한 너는
황홀 그 자체였다

보드라운 너의 살결
금방이라도 부서질 것 같은
가녀린 너의 손가락
세상 어느 향기보다
더 매혹적이고 중독적인
너의 살냄새
너의 눈동자보다 더 맑고 깨끗하며
순수한것이 세상에 또 있을까?

너는 나의 첫경험, 나의 첫아이
첫 정이었다

너와의 첫만남
그것은 길고 긴 기다림,
인고의 시간을 견뎌낸 반가움이었다
천고의 기다림이 이렇게도 길었을까
그 긴 기다림의 끝에서 마주한 너는
기쁨 그 자체였다

나를 빼다박은 눈매
사탕같이 다디단 너의 해맑은 웃음
너는 흡사 나의 분신과도 같았다

외동인 니 애비에게도
이런 사랑을 주진 못했다

바쁜 니 애비, 애미를 대신해
나는 기꺼이 너를 업고 끼고 키웠다
내가 눈앞에 없어도 울음을 터트렸던 너는
어느새 훌쩍자라 더 이상 나를 찾지 않는다
그 아쉬움과 서운함도
너의 웃음 하나면 되었다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이 어디 있겠는가
그래도 더 아픈 손가락은 있는 법이다
어느 손주 하나 이 늙은 할애비 눈에
안 이쁜 놈이 어디 있겠냐마는
넌 눈에 넣어도 안 아플
더 설랬고 더 애틋했던 나의 첫손주,
나의 첫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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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는 사실 두 파트로 나뉘어 있습니다. 전자는 엄마의 첫정, 후자는 할아버지의 첫정. 성경에 보면 뱀의 교활한 꾀임에 넘어간 하와가 선악과를 따 먹은 죄로 여자에게는 출산의 고통이 부여되죠. 출산의 고통속에 만난 첫아이와의 첫정을 표현했다면 두번째 파트는 외동인 아들이 자식 손주를 늦게 낳아 고대하고 고대하면 첫 손주를 당신 예순살 회갑이 되는 해에 만나시고는 그 어떤 생일 선물보다 귀하다 좋아하셨던 할아버지의 첫정을 생각하면서 작성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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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글솜씨가 좋으세요~
가슴이 뭉클해지네요..
잘 읽었습니다!!!

글솜씨가 좋다는 말 잘 듣지는 못하고 살았는데
스티밋을 하면서 이런 칭찬도 들으니 기분이 좋네요~~^^
감사해요~그린그린님~

너는 나의 첫 아이기도 하고 나의 첫 손주이기도 한것같네요. 가슴뭉클해지는 글 잘 읽었습니다

할아버지께서 정말 손주를 오래 기다리셨는데 늦게서야 첫 손주를 안겨 드렸거든요~ 가끔씩 치사랑, 내리사랑을 말씀하셔서 한번 지어봤네요~^^

마음이 따뜻해지는 시입니다.. 할머니, 할아버지가 오늘따라 더 보고싶네요.

한 40년후에 우리 아들이 이 포스팅을 보고
엄마와 할아버지를 그리워 했으면 하네요~~
마음이 따뜻해진다고 해 주셔서 감사해요^^

끝이 약간의 반전이었네요 ㅎㅎ 뭉클하게 잘 읽었습니다. 친할아버지께서 절 엄청 예뻐하셨다는데 제 첫기억 이전에 돌아가셨고, 할머니께는 온갖 나쁜짓 한 걸 용서받기도 전에 할머니가 돌아가셔서 눈물을 흘렸던 기억이 나네요.

전반부는 엄마인 제 이야기, 후반부는 할아버지 이야기인데...반전인가요?? 암튼 뭉클하게 읽어주셨다니 감사합니다~^^

앗 저는 초반부만 읽고 연인에 대한 이야긴가 싶었는데 뒤에 다른 이야기들이 이어져 반전으로 느꼈답니다 :) ㅋㅋㅋㅋㅋㅋㅋ

ㅎㅎ 네~~그점은 반전이지요~^^ 재밌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글솜씨도 좋으시네요. 덕분에 고향에 계신 엄마가 갑자기 보고싶어졌어요 ㅎㅎ 좋은 글 공유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아 해피맘님이 아니고 해피맘님의 부모님 입장에서 쓰신 거였군요!! ㅎㅎ 정말 뭉클하니 조부모님이 생각나네요 ...

저게 정말 공감가는 게 , 저희 조부님께서 제가 태어나 집에 왔을때 처음 본 변을 손에 받으시고는 세상에서 가장 깨끗한 똥(?ㅋㅋ) 이라고, 건강하다는 증거라고 행복해하셨다고 했습니다.

내리사랑은 정말 위대한 것이죠.. 전 자식을 낳아보지 못해 아직 내리사랑이 무언지는 모르지만, 받은 내리사랑으로 짐작해볼 수 있었습니다.

덕분에 내일 조부모님께 전화드릴 명분이 생겼네요~ 감사드립니다 ^^ 저번 백일장처럼 또 뭉클한 글을 써주셨네요... 저번엔 어머니와 딸의 뭉클한 감정이었다면, 이번엔 조부와 손자의 뭉클한 감정이군요 ^^

하루에 한개씩은 포스팅을 하고 싶은데 어느 한 분야의 전문가가 아니다 보니 매일 소재거리 찾기가 쉽지 않은데 마진숏님께서 이렇게 백일장을 열어주시고 주제까지 던져주시니 참 좋네요~~ ^^ 첫아이를 생각하면 출산의 고통과 너무 기뻐하신 아버님 모습을 떨칠수 없어 엄마로서의 제가 느낀 감정과 할아버지가 느꼈을 감정을 생각하며 작성해 봤답니다. 사실 저는 조부모님들께서 모두 일찍 돌아가셔서 할아버지, 할머니 정을 못 느끼고 자랐는데 우리아이들은 정말 복 받은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네요~^^
암튼 너무 쟁쟁한 실력자들이 많으셔서 전 명함도 못 내밀겠지만 이런 기회가 자주 있었으면 좋겠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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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없이 저에게 잘해주시던 할머니, 할아버지가 떠오르네요...
가슴 따듯하게 만들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오히려 이렇게 댓글 달아주셔서 너무 감사해요~~^^

글을 참 잘쓰세요~
따뜻한글 잘읽었습니다~

글 잘 쓴다는 얘기들으니 기분이 엄청 좋네요~^^
이렇게 따스한 말 한마디로 격려해 주시니 엄청 힘이 나네요~감사해요~^^

저 여기 한표 ㅋㅋ

시호님을 심사위원으로 추천하는데 한표~~ㅋㅋ
감사합니다~저한테 투표해 주셔서~^^

지난번 장원은 맞혔는데 떨리네요 ㅋㅋ

그렇게 말씀하시니 저도 떨리네요~두둥~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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