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추억하다 #1. 그간의 발자취

in #kr-travel6 years ago (edited)

먼나라 이웃나라


어린 시절의 내가 외국이라는 개념을 제대로 인식하게 된 계기는 만화, <먼나라 이웃나라> 때문이었다. 아직도 기억나는 것은, 처음 이 책을 읽었을 때 내용을 전혀 이해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그 당시 나는 외국=미국이라고 생각했기에, 유럽의 역사가 나오는 책의 1권을 읽으며 혼란에 빠졌다.
지금처럼 인터넷 검색이 가능한 시절도 아니고, 어릴 때부터 쓸데없이 자존심이 강했던 나는 부모님 등 그 누구에게도 여쭤보지 못한 채, 만화책을 읽고 또 읽고서야 내가 가진 세계관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지금은 내용을 거의 잊었지만, 내가 가장 좋아했던 편은 프랑스 편이었으며, 와인, 코냑, 꼬꼬뱅 등의 프랑스 음식을 접하는 재미에 책이 닳도록 읽고 또 읽었던 기억이 난다. 역시 나는 술을 좋아할 운명이었나보다.

대항해시대


나는 컴퓨터 게임을 좋아한다. 지금도 간혹 플레이하곤 하는데, 대부분은 심시티, 삼국지, 대항해시대 등 어릴 때부터 했던 시리즈물이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대항해시대 2로, 세계지리 과목을 공부하는 데 아주 큰 도움이 되었다. 방과 후 매일같이 전 세계를 항해하던 나로서는 딱히 지도를 힘들게 외울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게임 때문일까? 나는 여행하는 것을 좋아하며, 북미/남미보다는 유럽 여행을 선호하는 사람이 되었다. 또한 여행지가 주요 항구도시일 경우 주점에 들러본다거나(난 항구를 떠도는 철새요!), 광장에서 아코디언으로 연주되는 곡을 감상하고, 해양/해군 박물관에 가서 한참을 머물곤 하는데, 이는 모두 대항해시대 2와 대항해시대 온라인, 그리고 게임을 했던 시절의 나를 추억하기 위함이다.

부러웠던 친구들


우리 집은 IMF를 비껴가지 못했다. 대학생이던 시절, 학기 중에는 장학금을 받기 위해 공부하기 바빴고 방학 때 아르바이트로 번 돈은 학기 중에 용돈으로 써야 했다. 부모님께 받은 용돈으로 여행 다니는 친구도 부러웠지만, 학기 중에 아르바이트 한 돈으로 방학 동안 여행을 다녀온 친구들 역시 부러웠다.

취업 후에 알게 된 것은 그간 나를 괴롭혔던 그 돈이 생각보다 쉽게 벌 수 있는 액수였다는 것이었다. 돈은 벌지만, 시간이 없어진 나는 그제야 학자금 대출이라도 받아서 여행 갈 생각을 하지 않은 것에 대해 후회했다.

여행을 꿈꾸다


취업 후 첫 해외 여행지는 가까운 일본이었다. 매일같이 반복되던 일상과는 달리, 오감이 살아나는 느낌이 너무나 좋았다. 그 이후로는 매년 해외여행을 계획했고, 휴가에 대한 희망으로 회사 생활을 버텼다.

어느 날, 10년 차 선배가 갑자기 퇴사한다는 얘길 꺼냈다. 평소에 존경하던 선배는 아니었지만 인사치레로 앞으로 뭘 하실 것이냐고 여쭤봤다.
그런데 "잘 모르겠지만, 일단 혼자 이집트에 50일간 여행 갈 거예요."라는 말을 듣는 순간 그 선배가 처음으로 멋있게 느껴졌다. 그리고 나도 언젠가 퇴사하면 혼자 여행을 떠나 보겠다는 결심을 했다.

그리고 지금


2년 전에 퇴사한 후, 두 달이 멀다 하고 여행을 다녔다. 여행을 좋아해서이기도 하지만, 지난날에 대한 보상 심리 때문인 것도 같다.
여행기를 글로 남기려는 시도는 여러 번 했지만, 사진을 고르고 편집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오래 걸려 어느 순간 뒷전으로 미뤄졌다. 이러다가는 영영 정리하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에 일단은 한 주에 한편의 여행기, 또는 관련 글을 쓰는 것을 마나마인 내 여행 채널에서의 목표로 삼았다.


이 글은 아래의 글을 바탕으로 쓰여진 글입니다.

다음 글 : [뉴질랜드] 뉴질랜드 여행 일정, 비용 및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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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놈을 처음 샀을 때 모니터 부여 잡고 감격의 눈물을. 엉엉.
라레아르.JPG

ㅋㅋㅋㅋㅋㅋㅋ 맞아요!! 저는 싸우고 다니느라 쉽도 ㅋㅋㅋㅋㅋㅋㅋㅋ 어릴땐 공략 구하기도 쉽지 않아서 나름 아테네-이스탄불을 잘 찾아서 노가다 했다고 생각했는데, 나중에 남편이 시세조작 교역법을 알려줬을 때 완전 황당했어요.

쉽을 철갑선으로 장만해도 처음 제대로 된 애마 뽑던 감격에는 못 미치죠. 저도 시세조작 교역이라는 판도라의 상자를 열면서 그만 흥미가 ㅠㅠ

ㅋㅋㅋㅋㅋ 역시 저만 그런게 아녔군요. 그럴 땐 다시 그냥 지도나 그리는 걸로..

헉 써니님 문명 하시면 좋아하실 듯..ㅎㅎ 하지만 하지 마시옵소서..ㅋㅋ
저도 심시티랑 삼국지는 가끔 지금도 깔아서 해요.ㅋㅋ 단순해서 멍하니 하기 딱 좋은..ㅎㅎ
마나마인 컨텐츠가 우선 여행인가보네요 ^^ 기대하겠습니다 여행기~~~ 478,051km ㄷㄷㄷㄷㄷ

문명 하죠 ㅋㅋㅋㅋㅋㅋ 5랑 6 둘다 가지고 있어요. 다만 그건 어릴때부터 하던건 아니어서 제외시켰어요.

헉 역시..ㅎㅎㅎㅎㅎ 문명 한판 깨는 게 넘 오래걸려서..
정말 쉬는 날에 작심하고 해요 전.ㅋㅋㅋ
맘에 드는 맵 고르는데만 10분은 넘게 걸리고..ㅎㅎ
전 5만 하는데 6도 사야하나 심각히 고민중 ㅋㅋㅋ

저는 문명 5가 더 재밌었어요. 하지만 문명 6는 퇴사 후에 산거라 그렇게 느꼈을지도요. 주말에 스트레스 풀려고 하던 게임이라 그런지 놀게되니까 조금 시들해지더라고요.

저도 문명은 날 잡고 하는 편이라 가끔은 주말 아침부터 피자 2판 주문해서 남편이랑 하루종일 게임하곤 했었어요.

문명5 하다가 담배 한대 필까나 하고 시계 보면 4시간이 지나 있곤 했어요. 좀 더 했으면 담배도 끊었을텐데...

"한.. 한턴만 더..."가 괜히 있는게 아니죠. 저도 처음 시작했던 날이 일요일인가 그랬는데 결국 월요일에 게임하고 싶어서 휴가 썼어요...

여행은 한번 다녀오면 그 매력에 푹 빠지는것 같아요.친구들보면 20대 젊은 시절 팔팔할때 못가보고 늦게 세상구경다닌걸 후회하더라구요. ㅎㅎ 시간과 돈을 생각하다보면 아무래도 ㅜㅜ
써니님은 학창시절 열심히 보냈으니 늦게라도 많은 곳을 가볼수 있었던 좋은 계기도 됐을거 같네요^^

맞아요. 사실 20대에 돈과 시간을 모두 갖고 있긴 힘들죠. 대학생땐 친구들처럼 배낭여행을 떠나지 못한게 아쉬웠는데, 나중에 약간은 풍족해진 상태로 여행을 다녀보니 미술관, 박물관, 음식점, 숙소를 선택할 수 있는 폭이 넓어져서 오히려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물론 어린 날의 체력은 못 따라가겠지만요 ㅋ

마나마인이 여행 관련 태그군요. 딱 좋아하시는 주제네요. ㅎㅎ

주제는 엄청 다양한데 저는 여행, 고양이, 요리와 일상 글을 쓰려고요. 사실 이렇게 쓰면 너무 일관성이 없다 싶었는데 그냥 저 좋은대로 하려고 마음 먹었습니다. 아하하

정말 많이 다니셨네요. 써니님 여행기 기대할께요 :)

감사합니다! 지루한 여행기가 되지 않도록 고민해보겠습니다!

주점에 들러 블랙잭은 안 하셨어요? :-) 마나마인에 연재하시는 여행기 기대할게요, 써니님!

ㅋㅋㅋㅋㅋㅋㅋ 글게요. 블랙잭 하려면 어디 골방으로 들어갔어야 했을듯요.

마나마인에서 연재하시는군요! 기대하겠습니다 써니님 > <

>ㅂ < 감사합니다!

대항해시대

제가 정말 좋아했던 게임이었는데.ㅋㅋㅋㅋ
심야에 시장을 가면 히든 아이템도 얻고...

마니마인도 축하드립니다.
근대, 중간에 지도에 거리표시되는건 어플인가요?

ㅋㅋ 그쵸 성기사의 갑옷이랑 청룡언월도 이런거 야시장이었던듯요.

https://my.flightradar24.com/ <= 지도는 여기서 작성했어요.

오 재미난 어플이네요.
비행기의 실시간 이동도 보이는군요.
정보 감사합니다.

여행을 많이 하셨네요. 여행만큼 즐거운것은 없는것같아요.
저도 틈나는대로 여행을 갈려고 해요.
여행기 읽는것도 간접경험으로 재미있어요.
자주 올려 주세요 ^^

여행하는거 정말 좋죠! 고양이도 같이 여행다닐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ㅠㅠ

그러게 말이에요~냥이들은 참 특이한 아이들이에요. 다른곳에 가면 큰일 나는줄 알고
있어서 안타까워요. 혼자서도 잘 있어서 여행갈때 물과 밥만 많이 주고 가니까 편한점도 있긴해요 ^^

저희도 어릴땐 그랬는데, 작년 말부터 제가 며칠 사라졌다 돌아오면 첫째가 꼭 어디 아프더라고요. 분리불안 같기도 하고.. 제가 없으면 스트레스를 많이 받나봐요. ㅠ. ㅠ 근데 사실 저도 애들 병원 보내거나 해서 텅 빈 집에 오면 쓸쓸하고 우울해지더라고요. 그래서 이해도 돼요.
그런데 옐로캣님 아이들은 워낙 대식구라 쓸쓸할 틈은 없을 것 같아요. +_ +

여럿이 있어서 도움이 되긴 하는데 여행 갔다오면 아이들이
불안한지 밥과 물을 평소보다 조금 먹었어요. 우리가 안보이면
불안하긴 한것 같아요 ^^

그만큼 평소때 사랑받고 있어서 그런가봐요.
결론은 같이 여행 좀 다닐 수 있으면 좋겠어요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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