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r-strange]머리 앞에 총부리가 있었던 바닷가를 제대로 즐기다

in #kr-strange7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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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경북도민일보


건강, 기행, 바다, 무더위, 장마; 보도여행을 추억하며라는 글을 마치며

포항, 바다, 기행이라는 키워드를 가진 사연이 또 하나 생각이 나 다음에 소개할까 합니다.

라는 이야기를 했었습니다. 약속 지키러 왔습니다. 소소하지만 기행이라 할만한 경험이며, 묘한 에피소드까지 겹쳐 더욱 소소한 재미가 있을 것입니다.


가을 바다였습니다. 사진처럼 자갈이 가득 깔린 곳이었습니다. 포항이긴 했는데 자세한 장소는 기억나지 않습니다. 밤에 누워 있다보니 시원한 바람과 파도소리가 기분이 좋았습니다.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한 2시간쯤 얘기를 나누었던걸로 기억합니다. 별로 기분 나쁜 일은 없었던걸로 기억하는데 그 친구가 나중에 묻길 무슨 일이 있었냐고 걱정을 하더군요. 그냥 마냥 누워있자니 심심해서 전화를 건 것인데 바닷가에 누워있다고 하니 감정적인 문제인가 걱정을 했나봅니다.

당시 무슨 생각을 했는지 모르겠지만 털레털레 걸어서 박스를 찾았습니다. 그리고 박스를 깔고 누웠습니다. 자갈밭에 팔을 베고 누워있었더니 팔이 조금 아팠는데 박스를 깔고 나니 편하더군요. 계속 누워있다보니 너무 추웠습니다. 역시 새벽의 바닷바람은 매섭더군요. 그래서 이불을 가져왔습니다. 이불을 덮고나니 한층 더 여유롭게 바다를 즐길 수 있더군요. 한참 그러고 있다 잠이 들었습니다.

잠에서 깨어났습니다. 눈 앞에 밝은 빛이 어른거렸습니다. 말소리도 들리더군요. 잠도 덜 깨서 별 정신도 없던 와중에 한마디는 기억이 납니다.

살아있나?

일어나보니 머리 한쪽엔 손전등이, 다른 한쪽엔 총부리가 있더군요. 사실 지금 생각하니 당황할만한 순간인데 잠이 덜 깨서 그런지 별 생각은 안 들었습니다. 이불을 덮고도 추워서 신진대사가 아주 느려서 더욱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인게 아닌가 싶습니다. 제가 그냥 놀러왔는데 바닷가에서 자고 해 뜨는걸 보고 싶었다고 하니 그냥 지나가더군요. 그래서 다시 잤습니다.

다시 일어나서 해 뜨는걸 보고 또 잤습니다. 별 다른 감상은 없었습니다. 그냥 경치가 좋더군요. 사실 이불을 덮고도 너무 추워서 정신이 들질 않았던 것 같습니다. 어쩌면 너무 기억이 오래되어 별 다른 기억이 없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아침이 되어 부스스 일어나니 바다를 보러 나온 어르신이 계시더군요.

학생, 여기서 잤나?
예.
바다 사람이가?
내륙에서 왔습니다.
근데도 바다를 즐길 줄 아네~

저게 뭐라도 기분이 좋았는지 마냥 바다를 제대로 즐기고 가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았습니다.


글을 쓰고나니 여행지에서 있었던 독특한 경험들을 공유하면 재밌을 것 같아 한번 여러분들께 참여를 제안하고 싶습니다. 태그로는 kr-travel과 kr-strange를 붙혀주세요. 스스로 '내가 갔던 곳이 특별한 곳은 아니지만 사연 하나는 안 꿀려!' 하시는 분들의 재미있는 사연을 기대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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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ㅋㅋㅋ스트레인지라니요. 그나저나 재미납니다 이런경험해야하눈디

Unique라 하려다가 역시 이상한건 맞는거 같아서요 ㅋㅋㅋ 사실 제정신이었으면 얼마나 당황했을까 싶기도 합니다.

총부리라니 자다가도 경기할 일인데 참 덤덤하셨군요. ^^
바닷가에서 잠드는 걸 드라마에서 봤을 땐 엄청 낭만적이었는데, 역시 현실은 춥군요.

낭만적이고, 춥습니다. 멋을 위해서도 안락을 포기하는데 낭만을 위해서 포기 못 할 것은 아니니, 도전해보시죠!

ㅋㅋㅋㅋ아니 바다에 누워있다고 전화를 받은 그 친구분은 얼마나 놀랬을까요.. 제가 받아도 놀랐겠습니다. 요즘 어디 그런 낭만을 즐기는 이가 있던가요~

그리고 총부리 이야기를 들으니 군시절이 생각나네요ㅎㅎ 두어달에 한번씩은 꼬박꼬박 시체가 떠밀려오던 바닷가.. 사람모양만 겨우 한 채 일렁이는 물결을 타고 해안가에 누워있는 그 이름모를 사람들의 시체들 덕에 자연히 경계심이 높아져, 밤 바닷가에 간혹 관광차 놀러와 앉아있는 이들을 보곤 5분 대기조가 나간것이 한두번이 아닙니다 ㅎㅎ

아마 저 군인들도 시체나 떠밀려온 귀순자인줄 알았나봅니다;; 하여간 누구 놀래키는데는 선수이신가봅니다 ㅋㅋㅋ

쨋뜬... 바닷 사람들보다도, 해병대보다도 바다를 즐길줄 아는 그대는.. 해적왕(?)이 될 자격이 있습니다..! 다른 기행도 보여주세요 ! ㅋㅋ

휴... 스팀잇에 와서 처음으로 연재를 마치고 왔습니다. 뿌듯하면서도 주변에 널린 '사육'의 흔적을 보며 슬프기도 합니다.

저도 군인들도 놀랐을 것이라 생각해서 민원은 넣지 않았으니 안심하시길! 그리고 저 반사회적인거 싫어하는데 해적왕 말고 해병왕 해도 될까요? ㅋㅋ

해병왕하니 생각난 이야기가 있는데 프로게이머 중 별명이 해병왕인 선수가 있었어요. 팀에서 그 선수 응원문구를 공모하는데 당선이 되서 제 문장이 현수막에도 걸려보고 싸인 유니폼도 받았습니다. 프로게이밍을 평소에 즐기진 않는데 어쩌다 공모를 하게 되었을까요.

이거 말고도 기행은 많습니다. 삶 자체가 기행이라... 근데 나머지는 너무 무겁고 진지할 것 같아 이런 유쾌한 기행을 올려봅니다.

헐 군인들이었나요?? ㅋㅋ 총부리가, 엄청 놀라셨을텐데.. 또 잠을 ㅋㅋ
좋은 경험인지는 모르겠지만 오랜 추억으로는 남으셨겠네요.

그저 웃긴 에피소드라 생각한답니다. 신진대사가 늦어져서 그런지, 원래 그런 사람인지는 모르겠지만요.

아 네 ㅎㅎ 낙천적인 분 이신 하네요~~ 감사합니다^^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ㅎㅎㅎ
역시나 동영상한편 본것처럼 ㅎㅎ뭔가 생동감이있는 글이라 ㅎㅎ
짧아서 아쉬울따름입니다.

정말 오랜 기억이니 상세한건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혼자 누워서 무슨 생각을 했는지도 기억이 나면 더 좋았을텐데요.

사실 오늘 글이 안올라 오시길래 흠~어디 가셨나 하다가
시리즈 읽느라 건너뛰었던 글을 읽게되었는데 ㅎㅎ
아니왠걸 ㅋㅋ재미나게 읽어서 좋았습니다 ㅎㅎㅎ
부산은 아침부터 비가옵니다.
뜬금없이 근황도 물어봅니다 ㅎㅎ

글이 안 올라온 이유는! 조만간 알게 되십니다 ㅋㅋ 전국에 비가 한바탕 내린거 같더라구요. 그래서 좀 시원해져서 기분이 좋습니다.

오호....이런식으로 기대를 하게 하십니까...ㅎㅎㅎ
얌전히 기다리겠습니다 문학작가님~

도보여행은 여름 장마로 기억하는데…
이건 도보여행에서 있었던 일이 아닌 바다 기행인 거죠? 여름에 도보여행하시고 가을에 바다보러 가신 거예요?
새벽 바다 바람 정말 매서운데 ㅋㅋ 고생하셨네요.
너무 위험했는데 ….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ㅎㅎㅎ 일단 웃습니다. ㅋㅋㅋ
별일 없으셔서 정말 다행입니다. ㅎㅎ 추운데 ㅋㅋ 어찌 잠을 주무셨는지 ㅋㅋ 그게 더 신기합니다 ㅎㅎ
바다를 제대로 즐기셨군요 ㅎㅎㅎ

예. 도보여행이랑은 별개에요 ㅎㅎ

ㅎㅎ 저는 대학때 친구들 꾀어서 밤바다 보러 가자고 데리고 나갔다가 길 잃어버리고 겨우 찾아간 바다에서 동사하는 줄 알았었습니다. kmlee님은 바다 앞에서 주무셨다는 게 그저 신기합니다 ㅎㅎ 친구분이 걱정을 많이 했을 거 같아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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