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능 물질: 라듐(Radium)과 라돈(Radon)

직장 동료의 처남의 친구가 백혈병에 걸렸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그 사람이 사는 곳은 10채 정도의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있고, 하나의 지하수원을 공유해서 사용하고 있는데, 최근 그 이웃들 중 도합 3명의 암 환자가 나왔다고 합니다. 여러 조사 끝에 공동으로 사용하는 지하수에서 기준치를 초과하는 라듐이 발견되었다고 합니다. 직장 동료 처남의 친구는 이 집에서 태어나 30년 넘게 살았는데, 그의 부모님이 본인들이 수질 검사 안해서 아들 암 걸렸다고 엄청 슬퍼하고 계신다고 하네요.

한국에서는 최근 라돈이 나오는 침대, 베게, 바닥재 등이 문제가 되었죠. 라듐과 라돈, 비슷한 이름을 가진 2가지 원소에 대해 조금 알아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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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듐(Radium, Ra⁸⁸)과 라돈(Radon, Rn⁸⁶)은 모두 방사능(radioactive) 물질입니다. 방사능 물질이라는 것은 원자핵이 불안정하여 알파선, 감마선 등 고에너지 파장을 방출하며 원자핵이 자연 붕괴되는 물질을 말합니다. 참고로 적외선->가시광선->자외선 순으로 파장이 짧고 에너지가 높은데, 자외선 만으로도 세균을 죽일 수준인데, 알파선과 베타선은 자외선보다도 훨씬 파장이 짧고 에너지 밀도가 높습니다. 얼마나 에너지가 높냐 하면 세포 내의 DNA에 변이를 가져올 수 있을 정도입니다. 따라서 생체 세포의 돌연변이를 유도할 수 있고, 그런 이유로 암세포를 만들어내는 역할을 합니다. (물론 방사선을 쪼인다고 모든 세포가 암세포가 되는 건 아닙니다. 암세포가 만들어질 확률이 높아진다고 알아두시면 되겠습니다.)

방사능 물질은 원자핵이 불안정하여 자연 붕괴한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방사능 물질은 반감기라는 성질이 있어서, 그 반감기의 시간이 지날 때 마다 양이 반으로 줄어듭니다. 예를 들면, 가장 안정적인 라듐-226의 반감기는 1600년이며, 라돈-222의 반감기는 3.8일입니다. 즉 라돈의 경우 38일이 지나면 1/2¹⁰=약 0.1%로 줄어듭니다. 그러면 라돈의 경우 약 한달만 지나면 거의 무시할 정도까지 사라져 버리는 것 아닌가요? 그런데 그게 그렇지가 않습니다. 왜냐하면 방사능 물질들은 연쇄반응을 일으키고 있기 때문입니다.

즉, 이 연쇄반응에 따르면 라돈이 붕괴하면 폴로늄이라는 원소가 되고, 폴로늄은 3.1분만에 양이 반으로 줄고, ... 계속 이어져서 안정적인 납(Pb-206)이 될 때 까지 계속 알파선 또는 베타선을 내뿜습니다. 그리고 라돈은 라듐으로부터 공급되고, 라듐은 결국 우라늄과 토륨으로부터 공급됩니다. 우라늄과 토륨의 반감기는 엄~~~청 깁니다. 특히 우라늄-238의 반감기는 44.6억년입니다. 지구의 나이에 필적한다고 볼 수 있죠. 그렇다는 것은 지구가 생겨날 때 같이 만들어졌던 우라늄의 절반 정도는 아직 땅 속에 묻혀있다는 말이 됩니다. 이 우라늄이라는 공급원이 없어지지 않는 한 자연 발생하는 라돈과 라듐은 계속 검출될 겁니다.

라듐과 라돈은 비슷한 이름에도 불구하고 결정적으로 다른 점이 하나 있는데, 그것은 라듐은 금속이고 라돈은 기체라는 겁니다. 특히 라돈은 무색 무취 무미 기체이기 때문에 인간의 감각으로는 존재를 알 수 없습니다. 제가 살고 있는 미국 메릴랜드 지역은 라돈이 흔히 검출되기 때문에, 집마다 지하(집 지하실 바닥 밑)의 공기를 강제 배출하는 라돈 대비책을 권장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지하실의 잦은 환기도 필요하구요.

다시 처음의 라듐 지하수 얘기로 돌아와서, 지하수를 쓸 경우 지하수가 "쎈 물 (경수, Hard Water)"인 경우가 많아서 연수기 (Water Softener)를 설치하는데요, 라듐도 금속인지라 연수기의 소금과 반응하여 90% 정도는 거를 수가 있다고 합니다. 저희 집도 지하수에 연수기를 설치하여 쓰고 있는데요, 저희는 직접 먹는 물은 생수를 사먹고 있긴 하지만 수질 검사를 한 번 받아야 겠다는 생각이 드는 요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