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애성 성격장애 환자는 오만하고 잘난척하는 사람인가?

in #kr-psychology6 years ago

자기애성 성격장애라고 하면 보통 사람은 거만하고 자기 잘난 맛에 사는 어떤 사람을 떠올리기 쉽습니다. 하지만 자기애성 성격장애로 진단될 정도의 병리적 자기애는 이런 외현적인 행동으로 정의되지 않습니다.

인간은 누구나 타인의 관심과 인정을 추구합니다. 이런 관심과 인정은 생애 초기 심리적 발달에 매우 중요한 자양분이 됩니다. 어떤 이유에서든지 간에 이런 관심과 인정을 생애 초기에 적절한 방식으로 받지 못 하면 이후 삶에서도 성격적인 어려움에 처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부모의 무관심 즉 방임뿐만 아니라, 과도한 찬사와 높은 기대치를 보이는 것 역시 병리적 자기애에 영향을 미치는 성장 배경이 될 수 있습니다.

방임이나 과도한 찬사/높은 기대치 등으로 인해 자기에 대한 좋은 느낌을 형성하지 못 하고, 청소년기나 초기 성인기에 이런 느낌을 상쇄할 만한 경험을 하지 못하면 병리적 자기애 혹은 자기애성 성격 조직으로 굳어질 수 있습니다.

병리적 자기애 혹은 자기애성 성격장애의 핵심은 자긍심을 느끼기 위해 외적 확인에 기대는 정도가 과도하게 높다는 점입니다.

이런 이유로, 오만/거만한 태도로 다른 사람의 찬사를 받을 만큼 자기가 뛰어난 사람이라고 느끼며 외적 확인을 추구하는 사람뿐만 아니라 표면적으로는 겸손한 태도를 보이고 자기를 전면에 내세우지 않지만 타인 평가에 과도하게 민감하고 행여나 수치스러운 자기가 발각되지 않을까 전전 긍긍하는 사람 역시 병리적 자기애를 지녔다고 말할 수 있게 됩니다.

병리적 자기애를 이해하는 데 혁혁한 공로를 세운 오토 컨버그라는 정신과 의사는 전자를 외현적 자기애, 후자를 내현적 자기애라 칭했습니다. 이런 구분을 통해 자기애를 더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게 됐죠.

자기애가 지나치면 다른 사람과 깊이 있는 관계를 맺는 것이 어렵습니다.

심리평가에서 많이 활용되는 Rorschach라는 투사적 심리검사에서 병리적 자기애를 감별할 수 있는 반응들이 있습니다. 특히 내현적 자기애를 포착하는 데 탁월한 반응 집합인데요. 검사 오염 방지 차원에서 더 설명하기 어렵지만, 이런 반응 집합은 타인을 온전한 하나의 인격체로 대하지 못 하고 부분적인 대상으로, 특히 자신에게 일종의 양분을 공급해줄 대상으로 보려는 지각 특성과 관련되죠.

타인을 자기의 연장선상에서 이해하고, 타인이 자기와는 다른 독립적인 인격체라는 사실을 감정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병리적 자기애를 지닌 사람과 대면하는 사람은 자신이 마치 무생물이나 없는 사람처럼 되는 것 같은 느낌을 받기 쉽습니다.

엄마가 갓 태어난 신생아를 보면서 '이 아이가 커서 뭐가 될지 정말 궁금하다!'라고 생각하는 것과 '이 아이는 커서 분명 훌륭한 심리학자가 될 거야!'라고 말하는 것에는 차이가 있죠. 후자가 바로 자기의 연장선상이라는 표현이 의미하는 바입니다.

타인을 온전히 보지 못 하니 자연스레 공감 능력이 결핍되기 쉽죠. 공감 능력의 결여는 DSM-5의 자기애성 성격장애 진단기준 중 하나입니다.

더 쓰고 싶지만 퇴근 시간이 지났네요. 다음 편에서 이어집니다. 특히 병리적 자기애를 지닌 사람이 경험하는 우울과 일반적인 우울증 환자가 경험하는 우울의 차이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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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 유튜브나 게시판들에 나르시시즘에 대한 토론이 한창 유행했던 적이 있는데, 국내에서와는 달리 상당히 '악마적인 성격장애'로 인식되는 것 같습니다. 뭐 그냥 일반인들이 느끼는 분위기가 그렇다는 것이지만..

우린 자기애적 성격장애라 하면 그냥 자신을 너무 사랑하는가보네, 할텐데 외국에서 나르시시스틱 퍼스널러티 이러면 요샌 거의 소시오패스로 보는 것 같아요.

정신질환에 대한 논란도 문화마다 다른 것 같고 유행도 타는 것 같습니다.

외국은 그런 논의가 일반인들 사이에서도 활발한가 봐요. 모르긴 몰라도 미국 사람들은 도널드 트럼프같은 인물에 악성 나르시시즘 딱지를 붙이기 좋아하는 것 같아요. 자기애성 성격장애의 극단에 소시오패스가 있다고 보는 견해도 있어요.

정신질환을 규정하는 기준 자체가 문화적 시대적 영향을 받고, 그래서 유행도 타는 것 같아요. 한 때는 동성애가 정신질환으로 분류되는 시절도 있었거든요.

굉장히 활발합니다. 서양인들은 평상시에도 심도깊은 논의를 하는 걸 좋아하는 것 같아요. 문화가 다른 것 같기도 하고..

트럼프는 자기애적 성격같기는 하지만 소시오패스까진 아닌 것 같습니다. 리버럴들이 트럼프나 부시를 악마화해서 자기들의 정치적 입지를 굳히려고 하는 일도 많고 ㅎㅎ

정신질환의 기준은 정말 당대의 영향을 크게 받는 것 같습니다. 과거에는 싸이코패스라는 말이 없고 그냥 연쇄살인범만 있었으니..

처음 접할때 교재에 있던 자기애성 성격장애 삽화그림이 너무 강렬했던 것 같아요. 나르시스 강한 성격파탄자분위기였죠 인상은 거만하고 심술궂고 말이죠.
내현적 자기애에 대해선 생각해본 적이 없었는데 이렇게 알게되네요.

자신에게 일종의 양분을 공급해줄 대상으로 보려는 지각 특성과 관련되죠.

공감능력 결여라는 측면에서 유사하겠지만 소시오패스와의 두드러지는 차이점이 혹시 있을까요? 헷갈리네요.

병리적 자기애의 우울한 경험글도 기대되요 +_+!

일전에 자기애성 성격장애에 관해 읽으신 적이 있나 봐요. 소시오패스와 유사하지만 다른 측면이 있고 다음 글에 포함시켜야겠네요~ 소재 던져주셔서 감사합니다

타인을 독립적인 인격체로 보지않는다는 점에서 소시오패쓰 같기도 하네요. 저도 스스로 생각하기에 나르시시즘이 꽤 있는거 같아서 이런거 볼 때마다 뜨끔합니다.

예 맞아요. 악성 자기애는 소시오패스 혹은 정신병질과 동의어로 쓰이기도 해요.

나르시시즘은 누구나 지니는 것이에요. 저도 자기애 충만할 때가 있죠. ㅎ 어떤 정신'병리'든 처음에는 정상적이고 기능적이었던 것일 수밖에 없고, 정상성의 연장에서 한 쪽 극단에 위치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기 때문에 정신병리를 처음 접하는 사람은 전공자든 비전공자든 가릴 것 없이 '이거 내 얘긴데. 나 문제 있는 거 아냐'라고 생각하기 쉬워요.

최소한 나 나르시시즘 꽤 있는 거 아니야 라고 말하는 사람은 정상 범주에 위치할 가능성이 높죠. 병리적 자기애를 지닌 사람은 그렇게 말할 가능성이 희박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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