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적 이해란

in #kr-psychology8 years ago (edited)

공감적 이해란 내담자의 입장이 되어 먼 길을 가 본다든가 그들의 눈을 통해서 본다는 것과는 다르다. 그것은 타인의 감정을 정확히 똑같이 느낀다는 것은 결코 있을 수 없음을 아는 일이다. 또한 우리가 똑같은 상황에 처하더라도 완전하게 동일한 상황을 경험하는 것은 절대로 불가능함을 깨닫는 일이다. - 상담 및 심리치료의 기본 기법, 138쪽.

지하철에서 한 노인이 딸을 안은 채 서 있는 나를 보더니 자리에 와서 앉으라며 연신 손짓을 한다. 어떤 때는 내가 지하철 좌석에 앉고 딸을 내 다리 위에 앉힌다. 얌전히 잘 앉아 있는 때도 있다. 하지만 딸 기분이 좋지 않을 때는 그렇게 앉아 있는 것을 딸이 힘들어 한다. 답답하기 때문일까? 이유는 알 수 없지만 그럴 땐 서 있어야 한다. 내가 딸을 안고 서 있으면 딸은 시야가 트여서인지 사람들을 쳐다 보며 지하철 여행의 지루함을 달래는 듯 내 품에 폭 안겨 있는다.

이런 배경 정보를 그 노인은 알 수가 없다. 그저 선의에서 내게 자꾸만 손짓한다. 한 번, 두 번, 세 번 손사래를 쳤음에도 계속 오라고 손짓한다. 괜찮습니다 라고 연신 말하는 것도 지쳐서 결국에는 시선을 돌렸다.

그 노인의 선의는 자신의 준거에 근거한다. 그 준거가 뭐였는지 난 알 수 없다. 하지만 그 준거가 나의 준거와 충돌하고 있음에도 계속 자신의 준거를 들이미는 그 노인의 행동으로 인해 약간의 불쾌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24개월이 안 된 딸과 함께 지하철을 이용하다 보면 이런 일들이 참 많다. 귀엽다며 딸을 누군가 무심코 만지지는 않을까 경계심을 세우게 된다. 자기와 타인의 경계가 흐릿한 사람들 때문에 불쾌해지고 싶지 않아서 애초에 그런 상황을 만들지 않기 위해 지하철 안에서나 지하철 엘리베이터에서나 가급적 와이프보단 내가 아이를 데리고 있는다.

누군가의 선의가 누군가에게는 악의가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이해하는 것, 내 기준에 비추어 다른 사람의 심경을 헤아리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음을 이해하는 것, 이런 것이 상담적 용어로는 공감적 이해고 일상적 용어로는 예의다. 타인을 자기의 연장선에서 이해하려는 사람이 많고, 전문가라는 페르소나를 쓰지 않을 때의 나 역시 그러한 경향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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