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

in #kr-present3 years ago

날씨가 춥긴 춥나 보다, 오랜만에 온 집의 창틀이 물바다가 됬다. 월요일은 병원이고 화요일에 아버지가 차로 태워주기로 해서 나에겐 이틀이란 시간을 집에서 더 보낼 수 있게 되었다. 물바다가 된 창틀을 오랜만에 청소하고 집안의 영양제들이 얼마나 남았는지 확인해 봤다.

날씨가 추워져서 그런가 아니면 내 (서울대vs 연구소) 문제가 아버지에게 엄청난 스트레스를 준 것인지 (아무래도 아들이 하고 싶어하는 것들 사이에서 아버지가 의견을 좀 많이 냈었으니 부담이 됬었을 수도 있다. 빠른 선택을 내린 것 중에는 아무래도 아버지의 뜻도 반영이 안되었다고는 말 할 수 없겠다) 이명증이 심해졌다고 하셔서 이명증에 좋은 이런저런 것들을 알아보다가, 집안의 영양제로도 사실 충분히 증상 완화에 도움이 될 수 있긴 한데 영양제들이 떨어져서 그런가 싶어 영양제와 추가적으로 다른 영양제들을 구입했다.

마그네슘, 오메가3, 밀크씨슬 관련된 메이져 회사의 영양제들을 구입했고 다 합쳐 보니 한 20만원 정도 쓴 것 같다. ㅋㅋㅋ 뭐 이 정도야 지난번 제주도 여행 때도 돈 보내드렸고 어짜피 나는 따로 돈을 쓰는 것들도 없으니 나쁠건 없다.

동생도 자기가 어머니 갱년기 영양제랑 화장품 사는데 20만원 가까이 돈을 썼다고, 나한테 크리스마스 선물을 달라고(;) 그래서 ㅋㅋ 동생한테도 10만원을 송금했다. 얘는 공무원인데 이번에 진급했다고 하면서 맨날 돈이 없다고 ㅠㅠ 오빠는 그냥 연구원 생활 하면서 교수 지원까지 버텨보는 것도 좋지만, 이제 그만 삼성에 가서 서울에서 살면 안되냐고 작년부터 노래를 불렀는데...

내 분야에서 교수 임용이 되려면 평균적으로 8~10년을 연구원 생활을 해야 하고 이 시기를 놓치면 연구교수나 강의교수 자리정도까지 밖에 노릴 수 없는 (순수학문은 원래 암울하긴 하다) 그런 분야이다. 우리나라의 최고 대학교라고 하는 서울대학교에서도 예전엔 많았지만 지금은 두자리 정도 뿐이고, 두 분다 젊어서 (한분은 최근에 임용되신 선배님이다) 10년뒤에도 나한테는 아마 자리가 안 올것이고, 뭐 운이 좋다면 서울권의 교육학과나 더 운이 좋다면 그래도 나름 좋은 수도권 4년제 학과의 교수가 될 수도 있긴 할텐데, 솔직히 윗 선배들을 보면 분위기는 상당히 암울하다. 설포카급 교수가 되는 것은 사실상 포기했다고 봐도 무방하고[일단 전공도 그렇지만 그 전공에서 세부 분야로 들어가면 나는 우리나라의 주 연구 중심 분야와 너무 거리가 먼 쪽을 연구했고 하고 있다]

그래서 긴 연구원 생활을 하느니 차라리 다른 분야, 그나마 내가 잘 아는 수학과에 진학하여 4~5년 만에 졸업하고 (수학과는 교수 커리가 포닥 2년 정도로 되어 있어서-근데 사실 이것도 분야마다 엄청 다르긴 하다. 생각해 보니 친분이 있는 외국인 수학자들은 다 5년은 포닥 하고 조교수로 임용이 되긴 했네) 교수임용을 노려봤는데 이것도 솔직히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흘러간다는 보장이 없기는 하다.

지난번에 서울대에서 만났던 친구는 어제 연락와서 나의 미래를 위해 기도한다고 하던데 ㅋㅋㅋㅋ, 내가 뭔가 잘 속거나 순진하게 생겼나? 왜 나를 보면 다들 기도해준다거나 같이 설교 듣자거나 그런 것을 권유하는 사람들이 있는 걸까? 아무튼 이번 서울길에도 예상했던 것 처럼 돈을 팍팍 쓰고 간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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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들을 위해서는 팍팍 써도 좋죠~ ㅎ

연구의 길은 한도 끝도 없죠^^ 교수님이 되시는길 응원하겠습니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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