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날한시 #6] “해협의 로맨티시즘” / 임화
해협의 로맨티시즘
임화
바다는 잘 육착한 몸을 뒤척인다.
해협 밑 잠자리는 꽤 거친 모양이다.
맑게 갠 새파란 하늘
높다란 해가 어느새 한낮의 카브를 꺾는다.
물새가 멀리 날아가는 곳,
부산 부두는 벌써 아득한 고향의 포구인가?
그의 발 밑,
하늘보다도 푸른 바다,
태양이 기름처럼 풀려,
뱃전을 치고 뒤로 흘러가니,
옷깃이 머리칼처럼 바람에 흩날린다.
아마 그는
일본 열도의 긴 그림자를 바라보는 게다.
흰 얼굴에는 분명히
가슴의 「로맨티시즘」이 물결치고 있다.
예술, 학문, 움직일 수 없는 진리……
그의 꿈꾸는 사상이 높다랗게 굽이치는 동경,
모든 것을 배워 모든 것을 익혀,
다시 이 바다 물결 위에 올랐을 때,
나는 슬픈 고향의 한밤,
홰보다도 밝게 타는 별이 되리라.
청년의 가슴은 바다보다 더 설레었다.
바람 잔 바다,
무더운 삼복의 고요한 대낮,
이천 오백 톤의 큰 기선이
앞으로 앞으로 내닫는 갑판 위,
흰 난간가에 벗어제친 가슴,
벌건 살결에 부딪치는 바람은 얼마나 시원한가!
그를 둘러싼 모든 것,
고깃배들을 피하면서 내뽑는 고동소리도,
희망의 항구로 들어가는 군호 같다.
내려앉았다 떴다 넘노니는 물새를 따라,
그의 눈은 몹시 한가로울 제
뱃머리가 삑! 오른편으로 틀어졌다.
훤히 트이는 수평선은 희망처럼 넓구나!
오오! 점점이 널린 검은 그림자,
그것은 벌써 나의 섬들인가?
물새들이 놀라 흩어지고 물결이 높다.
해협의 한낮은 꿈같이 허물어졌다.
몽롱한 연기,
희고 빛나는 은빛 날개,
우뢰 같은 음향,
바다의 王者[왕자]가 호랑이처럼 다가오는 그 앞을,
기웃거리며 지나는 흰 배는 정말 토끼 같다.
「반사이」! 「반사이」! 「다이닛」……
이등 캐빈이 떠나갈 듯한 아우성은,
감격인가? 협위인가?
깃발이 「마스트」 높이 기어올라갈 제,
청년의 가슴에는 굵은 돌이 내려앉았다.
어떠한 불덩이가,
과연 층계를 내려가는 그의 머리보다도
더 뜨거웠을까?
어머니를 부르는, 어린애를 부르는,
남도 사투리,
오오! 왜 그것은 눈물을 자아내는가?
정말로 무서운 것이……
불붙는 신념보다도 무서운 것이……
청년! 오오, 자랑스러운 이름아!
적이 클수록 승리도 크구나.
삼등 선실 밑
동그란 유리창을 내다보고 내다보고,
손가락을 입으로 깨물을 때,
깊은 바다의 검푸른 물결이 왈칵
해일처럼 그의 가슴에 넘쳤다.
오오, 해협의 낭만주의여!
| 창작일자: 1936.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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