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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 [qrwerq, essay] 머나먼 유기

in #kr-pet6 years ago

우리가 쓰는 반려와 유기라는 개념을, 나아가 죄책감이라는 감정을 어디까지 적용해야 할 지 저도 고민합니다.

어제 교실에 아주 작은 날파리 크기만한 벌레가 나왔는데 소리지르는 아이들을 대신해 저는 그 벌레를 잡았습니다. 학생들에게 생명을 존중하라고 해놓고 나는 정작 우리에게 아무런 피해도 주지 않은 이 벌레를 고민 없이 죽였구나 싶더군요. 크기가 작고, 삶이 짧고, 개체 수가 많다고 해서 그 생명이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닐텐데. 저와 같은 사고방식이라면 초월적인 존재에게 인간을 죽이고 살리는 것도 아무 일이 아닐 겁니다. 베르나르베르베르의 '신'이라는 소설이 갑자기 떠오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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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벌레들이 나올 때 종종 고민하곤 합니다. 다만 예전에는 그냥 서슴없이 잡았다면 요즘에는 종이 한장을 놓고 그 위에 벌레를 놓은 뒤 밖에 버리곤 합니다. (버린다는 표현이 참 애매한데, 제가 가까이 하고 싶진 않기 때문입니다.) 생각보다 이 방법 요긴하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그럼에도 우리가 알지 못하게 사라지는 생명들이 있을 겁니다. 동물들의 층위는 상당히 넓게 퍼져있는것 같아요.

저는 신에 대해서는 불가지론을 추구하지만, 그래도 초월적인 존재가 있다면 인간을 포함하여 모든 존재를 어여삐 여기길 바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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