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사일기 #33. 고양이 만성 변비 & 거대 결장 관리

in #kr-pet5 years ago (edited)

첫째 고양이가 혈변을 누고 병원에 입원했던 게 작년 화이트데이 다음 날이었으니 만성 변비 관리를 시작한 지도 벌써 1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작년 봄에는 변비로 인해 며칠에 한 번씩 병원에서 관장을 하기도 했다. 결국 변비의 원인은 노화로 인한 거대 결장으로 결론지어졌지만, 첫째의 나이 때문에 수술은 어렵다는 수의사 선생님의 말씀을 들으며 앞으로 어떻게 첫째를 돌봐야 할지 막막했던 적도 있었다. 하지만 여러 시행착오를 겪은 결과 지금은 우리도 첫째도 이 상황에 조금은 익숙해졌다.

오늘은 이와 같은 일을 겪을 분들을 위해 고양이 만성 변비를 관리하기 위해 시도했던 일을 정리하려고 한다.


1. 변비 증상

하루에 한 번 대변을 누지 못하거나, 매일같이 대변을 보더라도 모래가 묻어나지 않는 건조한 상태인 경우 변비로 볼 수 있다.
그 외 증상으로는 구토, 식욕부진, 화장실에서 울기 등이 있는데 이는 다른 질병의 증상일 수도 있으므로 병원에서의 검진을 추천한다.


2. 결장 위치 알기

변비를 해결하기 위해 고양이의 아랫배를 둥글게 마사지하고, 등을 쓸어주라는 이야기를 들어 초반에 열심히 해 보았으나 변비에는 딱히 도움 되지 않았다. 대신 수의사 선생님으로부터 촉진으로 결장 찾는 방법을 배웠는데, 이를 통해 뱃속에 얼마만큼의 변이 쌓였는가와 그 굳기 정도를 알 수 있게 되었다.
고양이가 대변을 배출하기 전 마지막 관문인 결장은 일직선이기에 딱딱한 변이 아닌 경우에는 촉진하면서 변을 살짝 뒤로 밀 수도 있다. 아랫배를 둥글게 마사지하는 것보다는 이렇게 살짝 뒤로 밀어주는 행동이 고양이가 대변을 보게 하는 데 조금 더 효과적이었다.


3. 음수량 늘리기

당연한 이야기지만, 물을 적게 마시면 변비가 생기기 쉽다. 각 방과 주방, 거실에 물그릇을 하나씩 두었으며 물이 흐르는 형식인 고양이 정수기도 설치해 두었다.
고양이 정수기(분수대)를 처음 설치했을 땐 무서워하며 다가오지 않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차츰 익숙해졌다. 둘째는 여전히 물그릇에 담긴 물을 선호하지만, 첫째는 주로 분수대에 가서 물을 마신다.


4. 프로바이오틱스 복용

고양이가 먹을 수 있는 프로바이오틱스에는 여러 제품이 있으며, 그 중 3가지를 시도해보았다.

  • Pro Plan Veterinary Diets FortiFlo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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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에서 소개받은 제품. 실온 보관 가능한 파우더 타입이다. 기호성이 좋다고 들었지만, 식성이 까다로운 첫째 고양이에게는 별 소용이 없었다.


  • 닥터 머콜라 프로바이오틱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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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동 보관이 필요한 파우더 타입으로 장 건강은 물론, 신부전에도 좋은 프로바이오틱스 제품이다. 다만, 신 향이 있어 기호성이 떨어진다.
신부전으로 인해 강제 급여를 진행했던 한 달 동안 이 제품과 차전자피 분말을 주식캔에 섞어 먹였는데, 그 기간 동안만큼은 변비 문제가 전혀 없었다.


  • 아조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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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비 보다는 고양이 신부전을 위한 프로바이오틱스로 유명한 제품이다. 냉장 보관이 필요하며, 다른 프로바이오틱스와는 달리 작은 캡슐 형태라 먹이기는 가장 쉽다.

강제 급여를 하던 시기에는 습식 사료에 닥터 머콜라를 섞어 먹였고 이후 자율 배식으로 전환하면서 건사료와 아조딜을 먹이기 시작했기 때문에, 아조딜과 닥터 머콜라 중 어느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확실히 습사료+닥터 머콜라가 변비를 해결하는 데에는 훨씬 효과가 좋았으나, 참치캔에 닥터 머콜라를 섞어 줄 경우 거들떠도 보지 않는 첫째이기에 우리에게는 알약 형태인 아조딜을 먹이는 것이 더 용이하다.


5. 변비약(완하제)

  • 락툴로오즈 : 시럽 형태로, 단 향과 그 특유의 끈적임으로 인해 거부감이 매우 강했다. 먹일 때마다 토하거나, 입 주위에 묻은 끈적함에 스트레스를 받아서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

  • 락사펫 : 바셀린, 피시 오일 등이 든 페이스트 형태. 앞 다리에 발라주면 핥아먹는 등 기호성은 좋다.

  • 미라락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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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색무취의 가루약으로 하루에 1/8tsp 정도 사용하면 된다. 고양이 변비에는 이 제품과 뒤에 소개할 차전자피 분말을 함께 사용하는 것이 좋다고 알려져 있다.

첫째의 경우 변비를 겪고 있음에도 대변이 건조한 편은 아니기에 변비 완하제는 아주 가끔 필요한 경우에만 사용하고 있다.


6. 수용성 식이 섬유

  • 차전자피 분말(psyllium husk)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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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 차전자피 분말


효능 - 고양이가 물을 많이 마시더라도 대변에 수분이 머무를 공간이 없을 경우 소변으로 빠져나갈 뿐 아무런 소용이 없다. 차전자피 분말은 수용성 식이섬유로 물을 흡수해서 팽창하는 성질이 있어 변비에 도움을 준다.

사용 방법 - 1/8tsp부터 시작해서 용량을 늘려보라는 글이 있었지만, 하루에 한 번 1/16tsp 가량 먹이는 것만으로도 효과가 있었다. 먹일 때에는 분말이 수분을 흡수하게 한 다음 먹여야 하며 차전자피 가루 자체의 향이 있어 고양이가 거부하기에 주로 향이 강한 참치 캔 또는 닭고기 육수에 섞어서 먹였다.


7. 관장

  • 좌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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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용 좌약 + 바셀린


글리세린으로 만들어진 어린이용 좌약으로, 바셀린을 발라 살짝 녹인 다음 이용한다. 관장약에 비해 효과는 덜하지만, 녹은 글리세린 덕분에 변이 쉽게 나오는 편이다. 첫째의 경우 거대 결장으로 인해 결장 끝까지 대변이 도착하지 않아 배변 신호가 오지 않는 것인지, 좌약을 반쯤 넣기만 해도 화장실로 달려가서 배변을 할 때가 있다.
현재는 이틀 이상 배변을 하지 않았을 경우에 이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좌약의 경우 인산나트륨이 포함된 것을 사용하면 안 되는 등 몇 가지 주의사항이 있기에, 수의사와 상담 후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 관장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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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 열거한 방법이 모두 통하지 않아 변비가 4~5일가량 지속될 경우 병원에서 관장을 했다. 딱 한 번 고양이 전용 관장약을 이용해 집에서 관장한 적이 있는데, 고양이 전용임에도 약이 너무 강했던 것인지 약 8시간 동안 구토를 하고 거품 가득한 침을 흘리는 등 너무 힘든 시간을 보냈다. 때문에 액체로 된 관장약만큼은 문제가 생길 경우에 빠른 조치가 가능하도록 병원에서 사용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


8. 음식

  • 삶은 단호박 : 고양이 변비에 좋다고 알려져 있지만, 고양이가 먹을 경우에만 효과를 볼 수 있다.

  • 삶은 닭다리살 + 육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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냄비에 껍질과 뼈를 제거한 닭 다리 살과 소량의 물을 넣고 뚜껑을 덮은 채 삶은 다음 육수와 닭고기를 잘게 찢어 냉동 보관해두었다. 줄 때에는 전자레인지에서 살짝 데워서 주는데, 맛있어서 잘 먹기도 하고 또한 닭 가슴살에 비해 기름기가 많은 부위라 변비에 효과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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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비라는 동일한 이름을 가지고 있지만, 원인이 모두 다른 만큼 관리 방법도 다 다른 것으로 알고 있다. 첫째의 경우 수용성 식이 섬유 함량을 늘려 변의 크기를 키우는 것이 주된 관리 방법이지만, 어떤 경우 식이 섬유 함량을 줄여서 변의 크기를 최소화하는 것이 관리 방법인 경우도 있다.

약이나 보조제를 먹이는 방법 또한 고양이마다 다를 것이라고 본다. 첫째의 경우 차전자피와 함께 섞어 주었던 몇 달 동안 먹던 참치캔을 어느 날부터 갑자기 거부한 반면, 요즘은 예전에는 거들떠보지도 않던 삶은 닭고기를 맛있게 먹고 있다. 아마 또 언젠가는 닭고기를 거부하고 다시 예전의 참치캔으로 돌아갈지도 모르겠다.

처음 거대 결장이라는 진단을 받았을 땐 굉장히 생소하고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했었다. 지금은 물론 신경도 쓰이고 손이 많이 가지만, 그래도 함께 행복하게 지낼 수 있어서 좋다. 이 글이 작년의 나와 같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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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아프지않고 오래동안 곁에 있었으면 하네요.
저희집에도 강쥐 있는데 나이가 들어서 이가 많이 빠지니 좋아하던 간식도 잘 못먹고 안스럽더라구요ㅠㅠ

ㅜㅜ 진짜 그러시겠어요. 얼굴만 보면 아직도 2살 고양이 같은데 언제 시간이 지났나 싶어요.
강아지 고양이 수명은 왜 이리도 짧은지.
파치아모님 댁 강아지도 행복하고 건강하게 오래 함께하길 바랍니다.

순이님 글 읽을 때마다
'생명을 기를 자격'이라는 것에 대해서 생각해봅니다.
늘 잘 읽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

프로바이오틱스도 먹을 수 있다니~ ㅎㅎㅎ 놀라운 사실이군요
전 거부반응이 있어서 영양제를 잘 못먹어요 흑흑...
냥이가 참 사랑스럽습니다!

감사합니다 😆
동물용 프로바이오틱스가 있는거 예전에 태국 사시는 스티미언 분이 알려주셨어요 ㅎㅎㅎ
저도 알레르기 때문에 못먹는 영양제가 많답니다 ㅜㅜ 돼지고기 소고기 같은 시설이거나 젤라틴을 쓰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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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사람이나 동물이나 잘싸구 잘묵는것이 건강한 생 인거 같습니다

네 ㅋㅋㅋㅋㅋ 건강의 척도죠.

노견 기르는 입장에서 집중해서 보게되네요. 애들이 나이가 들면 정말 생각도 못한 다양한 병들이 찾아오는 것 같은데 동물이나 주인이나 둘다 고통인 것 같습니다. 사랑이 아니면 할 수 없는... T^T

ㅜㅜ 그니까요. 어쩔 수 없다는 건 알지만 먹기 싫어하는 약 먹일때나 좌약 사용할 땐 완전 미안해요.
사람이나 동물이나 수명이 다하는 날까지 병치레는 없으면 좋겠습니다.

변비의 원인도 다양하네요~
써니님의 정성으로 냥이들이 이젠 아프지 않고 잘 크리라 믿어요~^^

감사합니다. 변비의 원인은 정말 다양해요. 심지어 관절염 때문에 쪼그려 앉기 불편하면 화장실 가는걸 꺼려하게 돼서 변비가 올 수 있다고도 하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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