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사일기 #28. 고양이를 두고 여행하는 방법

in #kr-pet6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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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리어만 열면 들어가서 쉬는 둘째. 둘째에겐 또 하나의 상자일뿐이다.

얼마 전에 다녀온 인도 여행은 사실 대실패였다. 인도를 여행한 것이 문제가 아니라 펫시터에게 고양이를 맡기고 간 것이 문제였다.


고양이와 기차 타기


첫째만 키우던 시절이었다. 고양이는 영역 동물로 영역 밖으로 나가는 것을 두려워한다는 것을 알았음에도 고양이만 홀로 집에 두고 가는 것이 걱정돼서 함께 KTX를 탔다. 그땐 함께 기차를 이용하려면 광견병 예방접종 확인서가 필요하다는 것을 몰랐기에, 그냥 이동장에 넣고 기차에 올랐고, 직원분께서 예방접종 확인서가 없이는 객실에 태울 수 없다고 하셔서 화장실 앞에 있는 간이 좌석에 앉았다. 첫째와의 기차 탑승의 어려움은 그것만으로 끝나지 않았다. 사람은 기차의 소음에 익숙하지만, 고양이는 그렇지 않았기에 첫째는 내도록 울어댔고, 이동장 밖으로 나오기 위해 창살을 긁어댔다. 지나가시던 아주머니께서 기차를 타는 신생아랑 비슷할 것 같다며, 어두운 옷으로 이동장을 덮어보라고 하셨지만 소용이 없었다.


고양이와 차 타기


KTX를 타고 고생했던 기억에 그다음 여행은 자동차를 이용했다. 자동차에 사료와 물, 고양이 화장실까지 넣고 출발했다. 처음에는 괜찮았지만, 문제는 높은 산길을 넘을 때쯤 발생했다. 기압차가 심하게 느껴졌는지 고양이 두 마리 모두 안절부절하지 못하게 된 것이다. 두 마리 모두 채터링을 하기 시작했고, 결국 첫째 고양이는 화장실 모래 위에 누웠다. 평소 때는 모래 묻는 걸 극도로 싫어하는 아이인데, 그럼에도 생소한 자동차보다는 그곳이 가장 편안했나 보다. 결국 더 이상 고양이를 데리고 여행하지 않았다.

고양이를 두고 여행하는 방법 중 어느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그 이유는 고양이마다 특성이 다르기 때문이다. 첫째의 경우 새로운 사람과 환경에 잘 적응하는 반면 둘째는 낯선 사람을 무서워하며 집 밖으로는 절대 나가려 들지 않는다.


1. 고양이 호텔에 맡기기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방법은 고양이 호텔에 맡기는 것이다. 호텔마다 다르겠지만, 우리가 가는 동물병원의 호텔 시설은 다음과 같이 각자의 공간과 공용 공간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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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자의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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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용 공간

설명에 따르면 평소에는 각자의 공간에 들어가 있고, 고양이 별로 돌아가며 공용 공간을 사용하게 한다고 했다. 각자의 공간이 커 보이진 않았지만, 나름 3층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점은 마음에 들었다. 시설은 고양이 호텔별로 다르며, 웹캠으로 관찰할 수 있는 호텔도 있다. 또한 인기 있는 호텔의 경우, 휴가 시즌 몇 달 전부터 예약이 끝난다.

고양이 호텔의 경우 새로운 사람과 환경에 잘 적응할 수 있는 건강한 고양이가 이용하면 좋을 것 같다. 우리 집의 경우 새로운 환경을 무서워하는 둘째에 이어, 올해 내내 입원과 병원 방문에 지친 첫째이기에 호텔 이용은 포기했다.


2. 펫시터 서비스 이용하기


고양이 호텔을 둘러보던 중, 병원에서 이달 초부터 펫시터 서비스를 시작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간호사가 아침저녁으로 하루에 두 번 집으로 방문한다는 얘기에 우리 고양이들에게 딱 맞는 서비스라는 생각이 들어 곧바로 신청했다. 병원에서는 서비스 이용 이틀 전에 집에 방문해서 평소에 고양이가 숨는 장소, 먹어야 할 사료, 약, 간식, 놀아주는 방법, 밥그릇/물그릇/화장실 위치, 그 외 요청사항 등을 파악하고 갔다. 원래라면 아무런 문제가 없을 서비스였다.


3. 지인에게 부탁하기


이제까지 대부분의 여행은 지인에게 고양이를 부탁하고 떠났다. 한국에 있을 때는 동물을 키우는 다른 친구들이 하루 또는 이틀에 한 번씩 우리 집에 방문했고, 그들이 필요로 할 때에는 내가 그들의 동물을 돌보기도 했다. 지인에게 부탁하는 것은 언제나 미안하고 감사한 일이지만, 고양이 입장에서도 아는 사람이 나타나는 만큼, 사실 가장 문제가 없는 방법이기도 했다. 아부다비에 온 후에는 고양이를 키우는 친한 친구가 없어 어쩔 수 없이 다른 지인들에게 부탁을 드렸다. 덕분에 문제없이 여행을 다녀왔지만, 아무래도 동물을 키우지 않는 상대방에게는 불편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때문에 이번 여행은 펫시터 서비스를 이용했다. 또한 올해 첫째가 아팠던 이후로 집안 곳곳에 웹캠이 설치했기에 조금은 안심하고 여행을 떠났다. 첫날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첫째는 내가 돌아오길 기다리며 잘 먹지 않는 듯했지만, 밤이 되자 포기하고 밥을 먹기 시작했고, 둘째의 경우 펫시터를 무서워하며 숨긴 했지만, 그들이 돌아가자마자 나와서 수북이 쌓여있는 밥을 먹느라 30분에 한 번씩은 밥그릇과 화장실 앞의 웹캠에 나타나곤 했다. 문제는 이틀째에 발생했다. 인도는 네트워크가 느려서 시내 구경 중에는 웹캠을 확인할 수 없었고, 저녁을 먹으러 친구 집에 들러서야 겨우 웹캠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런데, 오전 8시 반에 둘째가 침대 밑으로 숨는 영상이 나온 후, 12시간 넘게 둘째가 그 어느 곳에서도 보이지 않는 것이었다.

한창 첫째에게 피하 수액을 놓을 때 첫째가 침대 밑으로 숨곤 해서, 박스, 휴지, 그리고 안 보는 책을 이용해 침대 밑으로 기어들어가는 공간을 다 막아뒀다. 하지만, 올가을 둘째가 장염으로 고생할 때 약 먹기 싫어서 한차례 벽과 침대 사이의 박스를 뚫고 들어간 적이 있어 이번에는 그곳에 조금 더 많은 무거운 상자를 쌓아두었던 것이 화근이었다. 영상을 보니 첫째 또한 내내 침대 위에서 쉬거나 서성이고 있었고 간혹가다 울음소리를 내는 것으로 보아 둘째가 박스를 헤집고 침대 밑으로 들어간 후, 다른 박스가 덮어버려 나오지 못하는 것 같았다.

박스를 치우고 상태를 확인해줄 누군가가 필요했지만, 펫시터는 오전 8시, 오후 6시쯤 방문하겠다는 계약과 달리 오후 오전 8시, 오후 2시 방문 후 연락이 닿지 않았다. 무슨 일이 생겼을지 몰라 마음이 급해진 우리는 돌아갈 비행기 편을 알아보았지만, 이미 당일의 비행기는 모두 떠난 후였다. 그렇게 1시간 넘게 지인 및 동물병원에 연락을 시도한 후 겨우 직원 중 한 명에게 연락이 닿았고, 지인에게 동물병원에서 열쇠를 받아 상태를 확인해달라고 부탁했다. 그리고 지인이 집에 도착하기 20분 전, 둘째가 가까스로 혼자 탈출하는 것에 성공했다. 집에 돌아와서 보니 계속 탈출하려 시도했는지 막는데 사용했던 상자들이 군데군데 뜯긴 상태였다.


여행 시 알아둘 점


  • 낯선 이를 무서워하는 고양이의 경우, 펫시터보다는 기존에 자주 놀러 왔던 지인에게 부탁하는 편이 고양이에게 스트레스를 덜 주는 것으로 보인다.
  • 펫시터나 지인에게 부탁하는 경우, 고양이의 특성을 알려주는 것이 좋다. 예를 들면, 현관 문을 열 때 고양이가 나가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거나, 고양이가 숨는 장소 같은 것이 있다.
  • 혹시 공격할지도 모르니 발톱은 미리 잘라두는 것이 좋다.
  • 한 번은 1박 2일로 여행을 다녀온 적이 있다. 그리고 집에 돌아왔을 때, 방에 갇혀 울고 있는 둘째와, 그 앞에서 어쩔 줄 모르는 첫째를 발견했다. 방문을 밀어서 닫는 놀이를 좋아하던 둘째가 사람이 없는데도 문을 닫아버린 것이었다. 그 이후로는 여행 전에 의자를 방문 앞에 갖다 놓는 등 문이 닫히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인다.
  • 웹캠이 있으면 만사형통일 줄 알았다. 하지만, 국내여행과는 달리 해외여행 중에는 네트워크 속도가 충분하지 않아 화면이 중지되거나 접속이 끊기기 일쑤였다. 웹캠이 있다고 방심하는 것은 금물이다.


요즘은 여행가방을 열면 첫째와 둘째도 왠지 우리가 며칠간 사라진다는 것을 아는 눈치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며칠간 다녀온다는 말을 이해시킬 수가 없다. 밤과 낮, 그리고 숫자를 가르칠 수 있어 "몇 밤 자고 돌아올게."라는 그 말만큼은 전해질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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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한테 여행가거나 알려줄때 몇 밤자고 올거야 이렇게 하는데 써니님 집사 일기보면 아이들이랑 똑같은거 같아요.^^

하지만 아이들은 점차 알아듣는 반면 고양이는 시간이 지나도 그대로라서 아쉬워요. ㅠ. ㅠ

조마조마하며 읽었어!!
ㅠㅠㅠ
웹캠이 있어도 만약의 사태에 바로 도움을 줄 수 없으니 불안하긴 마찬가지겠다는 생각이 드네...
함께 여행할 수 있다면 좋을텐데 그것도 어려우니 참...안타깝다ㅠㅠ

어!! ㅠㅠ 우리도 전혀 예상을 못했어. 그럴 줄 알았으면 여분의 열쇠라도 친구한테 맡겼을텐데. ㅠㅠㅠㅠ
함께 여행은 더 힘들어. 고양이를 외국에 데려가거나 외국에서 데리고 오려면 문서도 많이 필요하고 말야. 제일 중요한건 고양이가 비행기 타는 것 자체가 위험한 편이라는거.

뭔가 딱 좋은 방법이 있었으면 좋겠어.

냥이 집사 되기도 쉽지 않군요~
써니님의 자상한 배려에 두 냥이들은 행복할 것 같습니다~
냥이와 함께 지내는 분들에겐 꿀팁이 될 것 같아요~^^

고양이에게는 저희가 안 사라지는게 제일 행복한 일일거예요. 하지만 여행을 포기하기도 힘들고, 어떤 때는 같은 시기에 출장을 가게 되는 경우도 있어서.. 누군가에게 맡기고 갈 수 밖에 없더라고요. :(

반려견이나 반려묘는 장시간 집을 비워야할 때 걱정이 많겠네요..

네. 생각지 못한 사고를 칠 때가 있더라고요. :(
그리고 어릴 때는 괜찮았는데, 아무래도 올해 아프면서 조금 더 사람에게 의존하는 모습을 보여서 더 신경이 쓰이기도 해요.

고양이와 사람이 말이 통하면 좋을텐데요
하루밤만 자고 올게~ ㅎㅎ 웹캠이 있어도 맘 놓고 여행하기 쉽지 않네요~
이고이고~ 고생하셨습니다!

네. 한동안은 그냥 집에 붙어 있으려고요. :) 같이 편하게 여행다닐 수 있으면 진짜 좋을 것 같아요.

우어 정말 여행가셔서 내내 신경쓰이셨겠어요.
반려동물이 있는 집은 여행가기도 힘들군요..
지인이나 맡길 사람이 없으면 잘 가지도 못하겠네요.
새삼 정말 가족을 한 명 더 두는게 엄청난 책임이라는 생각이 드네요.ㅎ

맞아요. 그나마 여행은 그렇게 자주가는 편이 아니고, 출장의 경우 거의 번갈아 가서 다행이었지만, 출장이 잦은 지인 중에 혼자서 고양이 키우는 경우는 출장갈때마다 병원에 맡겨야해서 더 힘들어보였어요.

고양이에 대한 애정이 각별하시군요^^ 이렇게 민감한 동물인지 오늘 알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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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정도 함께해서 지금은 그냥 가족이예요. :) 고양이들이 성격이 다 달라서 더 그래요. 첫째는 누가 오면 졸졸 따라다니면서 구경하기 바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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