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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 #kr-pet 일일 댓글 이벤트 (종료)

in #kr-pet6 years ago

유기견을 입양했었지요. 이 아이는 7마리 새끼의 엄마가 됐고, 아파트에서 키우기에는 댕댕이가 너무 많아졌어요. 엄마는 외가댁으로, 꼼지락거리는 녀석들은 차례로 다른 친척들에게 흩어졌고, 제일 순진한 눈의 아이가 우리 집에 계속 남았더랬지요.

이 아이는 내 수험 생활을 옆에서 지켜보고, 방탕한 대학 시절에 밤새고 들어가는 집 대문에서 가장 먼저 맞아준 가족이었고, 제대 후 시커메진 얼굴 빨리 하얗게 되라며 핥아 줬던 가족도 요녀석이 유일했지요. 물론 가족끼리 얼굴 핥거나 하지 않습니다만.

바다 건너 다녀와도 제일 먼저 뛰어나오던 가족이고, 직장에 들어가 회식 때 술에 쩔어 집에 들어오면 나도 한잔하자며 입술 핥아대던 녀석이 언제부턴가는 내가 집에 들어오는 소리를 듣지 못하기 시작했어요.

소파에 이리저리 부딪치기 시작했고, 산책을 나가면 물끄러미 먼 곳만 보다가 춥다고, 안아달라고, 그렇게 품으로 파고들었습니다.

아프다 말은 못 하고 품에만 파고들다가, 구정 연휴를 앞두고 곡기를 끊었습니다. 아무리 먹어라 먹어라 해도 혀만 살짝 대고는 먹지를 않았어요. 그리고 가족들이 모두 모인 자리에서 가족들 한 명 한 명의 냄새를 맡더니 무지개다리를 건넜지요.

처음 만났을 때 눈을 감은 채 이불 위에 누워 내 손가락을 배고 있었는데,
헤어질 때도 눈을 감고 이불에 누워 내 손을 배고 있었어요.

만났을 때의 경이로움과 함께할 때의 즐거움 보다, 헤어질 때의 슬픔이 너무나도 커 아직도 우리 가족은 또 다른 아이를 들이지 못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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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나는 글이네요. 이별이 어렵지요.

@machellin님의 댓글을 선정했어요. 축하드립니다. 약속대로 테이스팀 보팅 1회를 양도해드리니 받으실 포스팅을 알려주세요. 유효기간은 무제한이니 일단 포스팅하시고 신청하셔도 됩니다.

오.. 감사합니다 !
일하다 후다닥 썼던거라 다시 읽어보니 참 민망하네요.ㅠ
제일 최신 포스팅에 해주시면 감사히 받겠습니다.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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