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습작] 스무살

in #kr-pen8 years ago

스무살

하얀 벽 네모난 방 조각난 거울 하나가 서서 울었다
목 졸린 시계 두 팔은 눈 감은 채 허공을 휘저으며 맥없는 바닥을 꿈꿨다
책장을 떠난 단단한 날개들은 뒤틀린 채 사방으로 흩어져 박혔다
파랗게 산산히 부서지던 성에는 창문을 타고 넘어와 미끄러지다 꼿꼿이 멈췄다
온 방이 바르르 떨었다 천장이 울컥거렸다 새벽이 등에 꽂혔다 더이상 해는 일어나지 않았다

까맣게 탄 그림자가 문신처럼 꾸물거렸다
시야를 잃어버린 손짓과 언어를 잊어버린 목소리가 갈라진 벽을 파고들었다
문이 서서히 부풀어 올랐다 모서리에 손자욱이 패였고 손톱이 할퀴어 나갔다 두 개의 균열이 다섯 배가 되고 열 배가 되었다
잿빛 소음이 차올랐다 침잠했다 달빛만이 뚝뚝 떨어지며 숨을 죽였다 아니 숨이 달빛을 죽였다

봄이 가두어진 자리에 겨울이 무성했다
스무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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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내세요 세상의 모든 스무살!

저도 세상의 모든 스무살들을 응원합니다. 특히 그 시기를 "견디어내어야" 하는 스무살들에게 각별한 애정이 있습니다. 들러주셔서 감사합니다. :)

20살 예전에 다니던 대학을 자퇴하고 미래에 대한 고민으로 방황하던때가 생각나네요... 감상에 젖게되는 글과 사진입니다...잘 보고 갑니다 :-)

저도 이십대 초반에는 많이 방황했던 것 같습니다. 지금은 조금 더 평안해지셨길 바라봅니다. 댓글 감사합니다.

음... 저는 운문을 즐길 능력은 없습니다만(기형도 작품을 읽어도 그게 왜 좋은지 잘 모릅니다) 재능있는 분이 쓰신 글로 보이는군요

운문은 사실 산문보다 더 읽히기 어렵습니다. 아무래도 대다수의 분들에게는 불친절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기형도 선생님은 제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아마 젊은 시인들의 대다수는 좋아할 것입니다) 작가 중 한 분이지만, 시는 대중들의 취향과 괴리되어 있는 경우도 많습니다.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는 시도 있는 반면 (저는 그러한 수준에 이르지 못했습니다), 언어의 지평과 세계를 확장하려는 실험과 시도(試圖) 아래 쓰여지는 시(詩)도 있습니다. 나름대로 시어(詩語)와 그의 배치에 세심하게 공을 들이려 합니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친절한 설명을 원하는 세계(그리고 그만큼 시적 상상력이 침투하기 힘든 세계)에 익숙해진 상황에서는 도약과 비약으로 점철된 미완의 문장들로 보일 뿐입니다. 그러기에 특히나 명확성/정보/산문 등을 추구하는 스팀잇의 세계에서는 살아남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개인적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예전에 유명 시인 선생님 (큰 일간지의 신춘문예심사도 종종 하시는 분입니다)의 꼬임(?)에 넘어가 나름 문하생처럼 배웠던 적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저에겐 용기가 없어서인지, 생업을 희생하면서까지 시를 추구하기엔 나약해지더군요. 현직 시인분들이 보기엔 아마 부족한 끄적거림일 것 같습니다.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음... 지금은 그럴지도 모르지만 아마 스팀잇의 지평이 넓어지면 다르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저는 시를 읽을 때마다, 이건 너무 언어의 씹는 맛을 지나치게 강조한 게 아닌가 감정과잉은 아닌가 그런 생각을 하기도 합니다만(저는 그래서 단언시인 일본의 하이쿠를 좋아합니다) 그건 제 개인의 취향일 뿐이고 시는 산문보다도 더 역사가 깊고 많은 천재들이 향유해온 문화였으니까요...

얼핏 장황해보이는 문장이었지만 어딘가 묘한 힘이 있어 쓰신 글들을 다 읽어보았습니다. 전 아마추어에 불과합니다만 제가 보았을 때는 재능이 있으신 것으로 보이는군요

저도 하이쿠 좋아합니다. 하이쿠의 간결함은 매력적이고, 이는 정곡을 찌르는 힘과 숨겨진 여백의 상상력에 기인한다고 봅니다. 대부분의 시인들은 전체 시의 세계 (아주 오래전부터 지금까지 쌓아올려진 세계) 중에서 자신만의 건축을 가지고 싶어하기 때문에, 그 중 일부 시들은 언어 자체의 조율을 위한 탐미적인 방향으로 나아가지 않나 생각합니다. (물론 그렇지 않은 시선을 추구하는 시인들도 많습니다.) 저도 그러한 성향을 상당히 많이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극단적으로 밀어부치는 성향은 아닙니다.

문장을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사실 저 스스로는 제가 적고 있는 문장, 특히 산문 안에서의 문장에 대해서 마음에 들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저도 아마추어에 불과합니다. 글과 문장과 낱말이 누군가에게라도 닿는 것이 다행일 뿐입니다. 조금 더 닿고 싶은 건 욕심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댓글 감사합니다.

이 세상의 모든 숨살이 달빛을 이기고 겨울을 녹여내는 날이 오겠지요.

네. 세상의 모든 숨살들이 세상의 냉정함에 마음 깨지지 않고 따뜻히 덥힐 수 있는 나날이 오면 좋겠습니다. 들러주셔서 감사합니다. 따뜻한 하루 되시길 기원합니다.

저도 시를 읊는 능력이 부족하여 무어라 하기가 그렇지만 시에 고독함이 있네요. 좋은 시 감사합니다.

저도 능력이 부족하기는 매한가지입니다. 스무살 때는 참 많이 외로웠던 것 같습니다. 들러주셔서 감사합니다.

많은 함의가 되어 있는 글이라 어떻게 읽어내야 할까 생각해 봅니다. 사회에서는 스무살이 되면 해방이고 늘 즐거운 일만 있을 거라 희망을 약속하며 중-고등학교를 버텨내라 하지만 그 버팀 뒤에 맞는 스무살도 실은 그 못지 않은, 아니 어쩌면 유예해 둔 자기 자신과의 직면을 올곧이 하게 되는 힘든 시기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글을 보며 생각하게 됩니다. 다만 그럼에도 저의 스무살을 돌아봄에 힘들지만은 않게 박혀있는 스무살로의 추억이 이글이 너무 어둡게 스무살을 보여주고 있지 않은가 고민하게 해 보고 @qrwerq님의 스무살이 어땠을까도 '감히' 생각해 봅니다. 읽고 난 뒤 먹먹함을 느끼었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스무살은 감정의 진폭이 잦아들었다 차올랐다 하는 시기인 것 같습니다. 제 스무살도 마냥 어둡기만한 것은 아니었기에, 검은 날에는 한없이 침잠하다가도 하얀 날에는 주체할 수 없이 둥둥 떠다녔던 것 같습니다. 저도 '유예'라는 말을 좋아합니다. 직면을 한다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일 것입니다. 항상 정성스레 댓글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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