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일상

in #kr-pen6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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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히 길지 않은 휴가였는데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을 때 느껴지는 변화는 너무 크다.
회사는 이사했고, 나와 매일 아침, 저녁 차를 같이 타고 출퇴근을 하던 동료는 해고 되어 더는 보이지 않았다.
매일 보기만 하면 하하 호호 자지러지게 웃던 나의 귀요미 동료는 2년을 넘게 만난 사랑했던 사람과 헤어졌고, 내가 휴가에서 돌아왔을 때, 우리들의 미친 그 웃음은 더는 없었다. 여전히 만나서 웃고 있지만 뭔가 느낌이 조금은 다르다. 사랑했던 사람과 헤어져서 그런 걸까? 아니면 더는 푸르른 나무와, 아름답고 향기로운 꽃과, 눈이 부시게 푸르렀던 하늘에 둘러싸여 있지 않아서일까? 뭐 둘 다 영향이 있겠지.

그녀와 나는 서로 암호를 주고받는다. 점심 암호. 산책 암호.
암호를 메신저로 보내고, 확인 메시지가 오면 회사 문 앞에서 만나 가벼운 산책을 했다. 우리가 밖에 나가면 길은 텅 비어 있고, 오로지 녹색 나무와 꽃 만이 우리를 반겼다. 길 양쪽으로 집들이 자리하고 있고, 우린 사람 모습이 보이지 않는 그 길을 하하 호호 재밌다고 웃고, 소리를 지르며 산책을 시작한다. 집 창문에서 우리를 내려다볼 수 있을지언정 같이 길을 걷는 사람은 없기 때문일까? 우린 따뜻하게 내리쬐는 햇살을 받으며 편하게 몸도 흔들거리고, 말인지, 노래 인지, 랩인지 알 수 없는 것을 흥얼거리기도 한다.
대화에 리듬을 넣어 노래를 부르기도 하고, 가끔은 아무 말 없이 하늘을 바라보기도 한다.

happy, crazy, silly and piggy girl
그녀가 나를, 내가 그녀를 부르는 별명이다. 이 모든 걸 다 접고 귀요미라고 서로 부를 때가 더 많기는 하다.
회사가 주택가에서 시내로, 가정집에서 회색 직사각형 건물로 이사하고, 우리의 산책은 춥다. 건물 사이로 불어오는 매서운 바람에 옷깃을 여미게 되고, 조금 걷다가 보면 공사 중인 도로들이 우리의 걸음을 더 나가게 하지 못하고 되돌리게 한다. 물론 공기도 너무 다르다. 많은 사람과 차들이 거리를 지나가고, 우린 더는 눈이 부시게 아름다웠던 따뜻한 햇볕을 받으며, 푸른 나무와 꽃을 바라보며 웃을 수 없다. 대화에 리듬을 넣어 노래를 부르며 춤을 추지도 않는다. 매서운 바람에 건물 밖으로 나가지 않고, 건물 안 휴게실에서 조용히 이야기하는 것으로 바뀐 우리의 산책 시간. 조용한 휴게실에서 그저 조용히 웃는 우리들...
이제 더이상 산책이 아니기에 암호를 바꾸고 싶지만 4자리의 숫자를 다시 만들고, 외우는 것이 귀찮아 그냥 오래전 산책 암호를 그대로 사용하는 시간. 다시 그 자연으로 갈 수 없는 그리움이 함께 하는 시간.
뭐 물론 장소가 바뀌었다고 해서 그녀와 내가 바뀐 건 아니다. 우리는 여전히 보이게 보이지 않게 많은 것을 나누고, 스스로 행복을 찾는다.

돌아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새벽에 걸려온 전화. 이렇게 내가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자마자 엄마의 병세는 더 나빠지는 어이없이 속상한 타이밍.
치료를 바꾸었는데 차도가 없고, 오히려 더 다리가 붓자 병원에서는 치료를 중단했다. 예전에 수술한 곳까지 아파지면서 병원에서는 다른 검사를 요구했다.

휴가를 가기 전 내 속을 뒤집으며 스트레스를 제공했던 회사의 다른 동료는 내가 다시 출근한 지 사흘 만에 다시 내 속을 뒤집어 놓기 시작했다. '확 받아 버릴까?' 라는 생각마저 들며 금요일의 평화가 깨지고 체한 나의 위장이 문제인지 갑자기 올라온 스트레스 때문에 식도염의 재발인지 알 수 없는 타는 듯한 가슴 통증으로 다시 오는 스트레스.
자면서도 숨이 쉬어지지 않을 정도로 아픈 거 보니 결국 식도염의 재발이 분명하다.
당분간 커피 끊어야겠다.

그래, 다시 돌아왔나 보다 일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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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은 늘 잔잔한듯 아닌 듯 끝없이 돌아가죠
걱정하는 일들이 얼른 평온해지길 바랍니다~

이런 게 일상이군요. 돌아오자마자 또 엉키기 시작하는 실타래들, 이래서 떠나는군요. 스트레스도, 가슴 통증도, 어머니의 병세도 다 좋아지길 바랍니다. 소소한 산책의 행복을 찾던 그녀와의 일상도요.^^
스팀잇으로도 오랜만에 돌아오신 거 환영합니다.ㅎ

하핫 해피님의 글이 올라왔네요.
그러게요 휴가 다녀온 사이 이것저것 많이 달라진 것 같네요.
회사가 이사한 것만해도 큰 변화인 것 같은데, 출퇴근 동료의 해고, 귀요미 동료의 사랑 이별 까지.

실제 물리적인 변화도 크고, 심적인 변화도 작지 않을 것 같아요. 그럼에도 귀요미 동료와 해피써클님 두 사람의 관계는 여전하군요. 그리고 그 관계덕에 새로운 곳에서도 분명 이전만큼 혹은 그 보다 더 크고 새로운 즐거움을 찾게 될 거라 믿어요!

어머니의 병세는 정말 마음 아프네요. 치료를 잘 받으셨으면 좋겠는데, 이제와서 또 다른 검사를 요구하다니... 뭔가 야속한 기분입니다.

그리고 해피써클님 속을 뒤집어 놓는 인간은...누구입니까..!!!!
확! 진짜 확! 아오!

누가 동그라미님 속을 뒤집어 놓는겁니까. 눼~? ????

일상으로 돌아가셨군요 ㅎㅎ 다시 화이팅입니다 !

어머니도 곧 완캐 하실겁니다 !! 화이팅!!!

ㅎㅎㅎㅎㅎ 그러게요. 진님 안녕하세요. 베트남 밋업은 언제 올려 주실 건가요? ㅋㅋ
베트남 생활이 많이 바쁘신가 봐여. 베트남 가시고 도통 포스팅이 없으시네요.
저도 물론 못하고 있지만 ㅠㅠ ㅎㅎㅎ

아이고.....일상으로 돌아가셨지만, 분명 새로운 환경에도 적응이 되시면 여유가 다시 찾아올 거에요. 어머니 상태가 좋아지시길 빌게요.

저는 몸이 안좋아서 여행가서 쉬고 오면 낫겠지 하는 맘으로 다녀왔는데 올때가 되니 더 아프더라구요. 그래서 오자마자 병원 다녀오고 담날 출근했다가 회사를 그만두었습니다. 이젠 안아픈걸 보니 어릴때 학교 가기 싫어 아픈 꾀병이었나 싶어요. 아님 스트레스의 원인이 없어져서일지도....ㅎㅎ
힘드시겠지만 해피님도 소소한 즐거움 누리시며 좀 더 편히 지내실 수 있기를 바라봅니다.

저도 예전에 식도염이 있었어서, 그게 얼마나 괴로운지 조금은 알 것 같아요.
식도염 자체의 통증도 통증이지만, 이 증상이 지금 내가 마음고생하고 있구나를 알려주는 신호인것만 같게 느껴지기도 했었구요.

속상한 일도 많으시고, 스트레스도 받이 받을수 밖에 없는 상황같아요.
해피서클님에게 평온한 일상이 찾아오길 바래요.

늘 살아가야 하는 일상이 괴로워서는 안 되는데, 우리 삶은 어찌 이리 야박할까요...

그래, 다시 돌아왔나 보다 일상으로...

왜, 아늑한 느낌이 들지 않을까요. 마주치기 싫은 얼굴, 하기 싫은 일, 외면하고 싶은 것들로 가득 채워진 것이 일상이라고 하더라도, 그래도 한 켠 어디엔가 내 몸 하나 뉘고 쉴 아늑한 공간이 있는 법인데요.

생각해보니 아예 없는 건 아니네요. ;) 암호를 주고 받는 귀요미가 있었군요.

모쪼록, 식도염이 나을 수 있는 환경이 되길 바랍니다. 모친의 건강도 얼른 회복하시길 바랍니다.

일상이 너무 평화롭고 행복해서 여행 생각이 안 날 정도였으면 좋겠어요.
어머니도 빨리 좋아지시길 바랄게요.
Keep your chin up! happy, crazy, silly, piggy gi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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