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대로 쓰는 소설 4

in #kr-pen6 years ago

13 .   조카가 입을 옷으로는 코오롱 아웃렛에 들러 노란색 예쁜 패딩을 샀다. 희정이는 이번 설을 지나면서 스물 넷이 되었다. 그러고 보니 동남아 아이가 희정이과 나이가 비슷할 것도 같았다. 

  형님을 데리고 마을로 들어설 때부터 마음이 찜찜했다. 혹시나 동남아 여자 아이가 깨서 탈출해서 내가 없는 집으로 들어갔을 거란 걱정이 들었기 때문이다. 멀쩡한 보금자리를 가지고 있던 고양이들을 괴롭혔을 수도 있었다. 그러고 보니 별 애정을 쏟지 않은 고양이들에게 얼마만큼의 연민이 나에게도 생긴 것 같았다.


14 .  돌아가는 길에 마을 어르신들 회관에 들렀다. 어르신들 절반 정도는 농촌체험활동 이야기에 시큰둥했다. 그거 하면 뭐 보상금이라도 나오는것이여? 쓸데 없는 짓은 하덜 말어.. 우리 마을에 뭐 애들이 델구 놀만한 게 있나, 논에 우렁이 오리 푸는 곳도 아니고 말여.. 괜히 와서 농약 묻혀놓곤 아토피 걸렸다고 땍땍거리는 꼴 볼 것이구만.

  부추 겉절이에 삼겹살을 싸서 손녀를 먹이던 박씨 할머니 말이 틀린 구석이 없는 것 같았다. 동생이라고 하나 있는데 도움도 못 주는 것이 누나에게 미안해서, 좀 더 밀어붙여볼까 싶었다. 아니 어르신, 꼭 그렇게 도움이 되어야만 합니까? 길게 봐요 길게. 가뜩이나 마을에 젊은 사람 없어 쉰내나는데, 애들이 시골을 알아야 나중에 귀농 인구라도 늘어나지. 애들 교육에 시간 좀 내는게 뭐 그리 힘들어요? 이러니까 도시 사람들이 우리를 무시하지… 어떡해요? 진짜 오지 마라해요? 모르는 사람 부탁도 아니고, 누나가 이 마을서 나고 선생까지 됐는데 고향에서 이러는 거 알면 기분이 좋으려나. 난 모르겠다. 이렇게 말하고 나는 평상을 떠났다. 이정도 말해두었으면 될 것 같았다.


15 . 다행히 집에는 아무일도 없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마당의 비닐 하우스를 보았는데 역시나 아무일은 없었다. 대신 아이가 깨어 있었다. 내가 하우스 문을 살짝 여는 소리에 반응해서 고개를 들었다. 아직 힘이 없어 보였다. 어떡할지 답이 떠오르지 않았다. 성가시고 귀찮았다. 고양이들이 들어와 사는 것처럼 여자 아이도 어쩔 수 없이 내가 거두어야 할 것 같았다. 다만 잠깐이라도 말이다. 나는 혹시나 아이가 밖으로 나가 차에 치이거나 길을 잃어서 또 변을 당할 위험을 막기 위해서 목줄을 걸고 배관에 단단히 묶었다. 웬만한 힘으로는 풀 수 없을 것 같았다. 나는 남은 명절 음식을 담아서 옆에 놓아주었다. 마당 수도가 얼어서 물을 대기에 힘들었다. 나는 집 앞에 얼음을 뚫고 흐르는 도랑의 물을 좀 떠서 하우스 안에 가져다 두었다. 

 

16 . 이틀이 지나고 누나와 조카가 왔다. 너무도 자연스럽게 현관문을 열고. 둘은 조카의 임용준비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그렇지 않아도 궁금했는데 떨어진 것 같았다. 조카는 저 엄마를 따라 선생님이 되려고 사범대에 들어갔다. 올해가 작년의 절반이었다고 했다. 초시생들은 한 명도 붙지 못했다고. 그냥 공무원으로 돌릴까 봐. 그러자 누나는 딸을 나무랐다. 겨우 한 번 해보고 뭘 그러냐고. 나도 물어보고 아는척 하고 싶었는데 아는 게 없으니까 그러진 못했다. 

  희정이는 시골생활을 모르면서 잘도 물었다. 삼촌 농사는 잘 돼? 올해는 뭐 심어? 결혼은 해? 하고 말이다. 어려도 꼭 누나를 닮아서 함부로 대하기가 머쓱했다. 희정이가 내일 햄스터를 사러 가자고 했다. 삼촌도 한마리 키우고 자기 집에도 한마리 데려갈 거라고. 인터넷으로 알아보니 시내에 있는 대형 마트에 판다고 했다. 바깥에 고양이들은 어떡하고? 고양이와 쥐를 같이 키우는 집이 있을까? 대신, 희정이 입으라고 옷 사 뒀는데 하고, 희정이를 두고 방으로 들어가는 누나를 따라가서 내가 말했다. 오늘 말고, 내일 줘 내일, 하고 누나가 말했다. 내일 나가서 점심도 둘이 같이 먹고 그러면서 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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