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픔이 길이 되려면 ⟫, 김승섭

in #kr-pen6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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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려대 보건정책관리학부 교수, 사회역학자(Social Epidemiologist)인 김승섭 저자의 ⟪ 아픔이 길이 되려면 ⟫ 은, 종이책으로 구할 수 없는 저는 몇 큰 서점의 사이트에 전자책으로 만들어달라고 여러 번 요청을 드렸던 책입니다. 이 책은 작년 10월에 완독했으니 거진 일년이란 시간이 지났네요. 이미 너무나 유명한 책이고 읽었을 당시 생각을 정리해놓은 노트를 뒤적여 옮기는 기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며칠전, '자기계발/역사/예술/과학 분야'의 '아픔이 길이 되려면'(김승섭, 동아시아)은 ‘서점인 이 뽑은 올해의 책’ 5위 안에 들었는데, 심사들이 이 책은 너무 유명해서 선정을 잠시 망설였다고 설명 합니다. '아픔이 길이 되려면'은 한국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를 '사회 역학'이라는 새로운 시각으로 분석해서 작년 연말에 모든 매체에서 격찬을 받았습니다. '사회적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서는 이 책밖에 대안이 없다는 데에 의견이 모였다고 하네요.

    2018년 9월 14일,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들에게 실질적 복직이 이루어진 날이죠. 10년의 긴 세월 동안 싸운 그들이 마침내 이뤄낸 승리이며, 국가폭력에 대한 반항이었습니다. 저자의 책으로 조명을 받게 되면서 몇 인터뷰에서 얘기하길, 실제로 고통받고 있는 사람들은 아직도 밖에서 천막을 치고 싸우고 있는데, 저는 단지 그들 옆에서 실태를 조사하고 연구하여 책으로 편 것 밖에 없으니, 공을 받기엔 과하다고 생각한다고요.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의 복직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해결책으로 생각된다. 논문의 저자들은 다른 방안에 대해 상세히 기술하길 바란다." 2015년 진행한 서베이를 분석해 쌍용자동차 해고자와 복직자 건강 비교 연구 논문을 투고했을 때, 심사위원 중 한 분이 주셨던 코멘트였습니다. 지난 몇 년 동안 그 이야기는 오랜 기간 마음 한구석에서 저희 연구팀을 괴롭혔습니다. 저부터도 '정말 그런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으니까요.
..마음 속 깊이 '복직이 가능할지는 모르겠지만, 이 아까운 사람들 싸움을 초라하게 만들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함께했던 저 같은 연구자에게 우리가 상상하고 꿈꿔야 하는 변화의 지평에 대해 알려주셨어요.
10년 동안 너무 많은 사람들을 잃었습니다. 그분들이 이날을 함께 하지 못하는 게 아쉽고 아깝습니다.
그래도, 오늘은 기쁜 날입니다. 모두 애쓰셨습니다.
-출저:김승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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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age 출저:김승섭

    일주일 전 개최된 인천퀴어문화축제에 참가했던 사람들을 대상으로 폭력을 휘두른 피의자 몇이 집행된 가운데, 그날 참가자 폭력 피해에 대해 조사와 연구를 하고 있기도 합니다. 성 소수자 자녀들을 둔 부모님들과 만나며 강의를 펼치는 저자 김승섭은 현대 사회의 아픈 곳을 어루만지고 잘못된 인식을 바로잡는 선두에 서 있습니다.

기독교인이 아닌 제가 작년 12월 새길교회에서 설교를 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세월호 참사와 성소수자 인권과 HIV 감염인의 삶에 대해, 그리고 제가 알고 있는 깊고 넓은 예수의 삶에 대해 말하고 싶었습니다.”예수가 2017년 한국에서 살아가고 있다면 어떤 마음이었을까요. 제가 신약성서 사대복음을 통해 만났던 예수는 세월호 유가족에게, 동성애자에게 눈물을 흘리며 ‘내 이름으로 너희에게 가해진 폭력’에 대해 미안하다며 온 마음으로 사과했을 존재입니다. 그리고 말했을 꺼예요. 나를 포함한 누구도 너희의 삶을 정죄하지 않으니, 포기하지 말고 살아달라고요."
-출저:김승섭

    이처럼 한국사회에서 입에 올리기 쉽지 않은 몇몇 정치적으로 민감한 이슈들에 대해 연구하고 앞장서는, 배울것이 참 많은 분입니다. 개인의 잘못이 아닌 무책임한 사회시스템으로 인해 고통받고 있는 사람들의 짐을 덜기 위해 노력하며, 천안함, 쌍용차, 성소수자 인식문제 등을 마주하고 있습니다. 이 ⟪ 아픔이 길이 되려면 ⟫ 은 철저한 사회적 약자들의 입장에서 바라보고 그들의 입장을 위하여 쓴 책입니다.

    처음 이 책을 읽기 시작했을땐 크고 작은 뉴스들로 어렴풋이 알수 있었던 사회적 정황들을 낱낱이 보았고 또 그 사실들을 잠정 묵인하고 싸우긴 어려운 일일거라 생각하며 순간 외면했던 제가 부끄러웠습니다. 저는 한낱 힘없는 사람이지만, 저 같은 사람 한명 한명이 모여서 관심을 가지고, 공부하며 싸우다보면 분명 바뀔수 있는것이 정의니까요. 책을 한장 한장 넘길 수록 더욱더 힘들었습니다. 사회에서 고통받는 수많은 사람들, 원치않는 권력 싸움에 휘말려 일자리를 빼앗겨 길거리로 나앉게된 사람들, 존재 자체를 부정당하는 소수자들..남일 같지가 않아서였죠.

    처음, 이 모든것들을 깊게 연구하고 정리하여 책으로 출판한다는 저자의 발표를 보고선 얼른 읽고 싶어 온갖 공인인증서니 OTP 니 씨름해가며 한국 사이트에서 주문할 수 방법을 모색했었지요. 하지만, 책을 덮고 난 후 제 생각은 많이 달라졌습니다. 이 책은, 지인들에게 가볍게 추천할 만한 책이 아니라, 모두가 ‘꼭’ 읽어야 할 책으로요. 책을 끝까지 한번 읽고 난후, 일에 쫓겨 두번째 반복해서 읽지는 못했습니다. 밑줄을 쳐가면서 글의 흐름을 내 속도에 맞춰 두번 세번 읽어야 그나마 제대로 이해가 되는데, 전자책으로 읽었기 때문에 그만큼의 공을 들이지 못했거든요. 하지만 읽었던 어느 책보다 사회적 이슈들에 대해 민감한 눈을 가질 수 있도록 도와준 책입니다.

    김승섭 저자를 팔로우하면서 간간히 올려주시는 글과 링크들, 연구실 이야기를 읽으면서 참 감사하단 생각이 듭니다. 앞으로도 연구와 글로 많은 배움을 주실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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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에 항상 소개하는 책입니다!

널리 퍼트리고 계시는군요! 멋집니다.

이 책을 읽으면 또 다시 아프겠지만 꼭 읽어봐야겠어요.
저 역시 먹고 살기 바쁘다 힘들다는 핑계아래 사회적 약자의 삶을 외면하고 있는데 역시 작은 관심을 가지고 제대로 알아가기부터 시작해야겠어요.
한국에 살면서도 이 책의 존재를 몰랐는데 laylador님 덕분에 좋은 책 알고갑니다:D

책으로나마 실태를 알게되어 찾아봤는데 마음이 아프더라구요. @fgomul 님이 추천해주시는 도서들도 잘 읽고 있습니다 :)

좋은 책 소개해주셔서 고맙습니다.
꼭 읽어봐야겠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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