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10] 샹송이 흐르던 아침

in #kr-pen6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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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가운 햇살에 눈을 떴다.

오전 7시가 조금 지난 시간.

낯선 공기, 낯선 방. 낯선 풍경.

창밖으로

발코니에 기대선 채 햇살을 즐기며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즐기는

한 고운 노부인이 시야를 사로잡았다.

체코의 첫 아침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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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이 걸려있는 계단을 따라 내려가는 걸음마다

오래된 나무의 삐걱거림이 서툰 피아노 소리처럼 울린다.

옛 수도원을 개조해서 만들었다는 이 호텔은

모든 것이 기분좋게 낡아있었다.

오래된 나무에서 나는 냄새는

마치 고서가 가득 찬 도서관에 온 것 같은 차분함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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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에 도착하자 넓은 홀에 음식 냄새가 가득하건만

손님은 아직 아무도 오지 않았다.

느긋하게 자리를 잡고 앉아 창문으로 스며드는 햇살을 맞는다.

참, 기분좋은 아침이다.

어디선가 은은하게 샹송이 흘러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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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줍은 미소를 띤 아가씨가 다가와 묻는다.

커피 드릴까요?

예스, 플리즈.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커피잔.

여유로운 발소리가 테이블에서 멀어진다.

시간이 흐르고 있다는 것을

한 음 한 음 지나가는 노래소리만이 알려주고 있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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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선가 참새가 지저귄다.

그리고 이어지는 날갯짓 소리.

이런 걸 평화롭다고 하는 것인가보다.

그래, 급할것 있나.

혼자 떠난 여행.

내가 오직 나일 수 있었던 잊지 못할 그 여행의 첫날을

그렇게 시작했었다.


가끔,

그 평화롭던 햇살과, 나무의 삐걱임과, 샹송의 은은한 곡조가 떠오르곤 한다.

생각이 복잡할 때면

언제고 눈을 감고 다시 돌아갈 수 있는

마음의 평온을 주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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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 떠났던 그 해의 유럽 여행은

바로 그 순간을

내 삶에 남기기 위해 존재했던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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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분위기 너무 여유롭고 좋네요 ㅜ

최고의 여행이었습니다^^ 벌써 6년 전 일이네요~!!

우아..6년 전!! 지금가도 여유가 넘칠듯하네용

지금은 어떻게 변했을런지...기회가 닿는다면 꼭 다시 한 번 가보고 싶은 곳입니다^^

저도 함 가보고 싶네염.....여유를 잃은지가 오래전이라 ㅠㅠ

혹시 가시게 되면 꼭 3일 이상은 머물러 보셔요. 없던 여유도 생기는 곳이라..^^

무조건 3일 이상이군영....훔...언제 가게될지 모르겠지만...참고하겠습니당+_+

호텔 창문이 너무 귀엽네요:) 저렇게 아름다운 곳에서 수행했던 수도사들도 행복했을 듯 해요.

정말 예쁘죠? 뭔가 경건해지는 마음이 드는 호텔이었어요^^ 육중한 원목 호텔문이 인상적이었고, 고요함이 가득한 공간 속에서 마음까지 차분하게 가라앉더라구요.

무려 6년전임에도 그때 그느낌 그 기억은 어제일처럼 생동감 넘치는 듯 합니다 ㅎㅎ 팔로우하고 갈게요 ^^

감사합니다^^ 수시로 기록했던 사진과 일기가 스팀잇을 하는데 도움이 되네요!!ㅎㅎ 저도 팔로우했어요. 앞으로 자주 뵙겠습니다~!

혼자 하는 유럽여행이라.....
멋진 경험이었겠습니다... 부럽

마음이 많이 복잡한 시기였는데, 이 여행 덕분에 제대로 정리하고 한국으로 돌아왔습니다^^ 석사기간을 한 학기 남긴 시기였는데, 이 때 공부는 석사까지 하는걸로 마음을 정하고 왔네요ㅎㅎㅎ

짱짱맨 호출로 왔습니다.

감사합니다^^ 기분좋은 주말 보내세요~~~!!!

사진이 마음에 들어 클릭 하고 보게끔 되네요..
창넘어 바깥세상을 찍어놓은 두번째 사진이
개인적으로 참으로 마음이 따스하게 느껴지네요.^^

빼꼼히 프라하성이 보이고, 그 밑에 로브를 입은 할머니가 여유있게 햇살을 즐기는 모습이 너무 좋아보여 찍은 사진입니다. 이런 마음을 사진을 통해 나눌 수 있다니 정말 좋네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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