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담수첩] 너는 누구냥?

in #kr-pen4 years ago (edited)

엊그제부터 동생은 시댁 식구들과 휴가를 떠났다. 그리고 어제 오늘, 반려묘의 잠깐이지만 중요한 생활을 나에게 부탁하고 갔다. 밥주기, 응가 치워주기. 놀아주기는 왜 없는 것일까. 동생의 반려묘, 애용이와 친해지기.

동생은 전부터 이렇게 집을 비우는 일이 생기게면 '오빠, 애용이 부탁해도 되지?' 그랬었다. '음, 그렇구 말고!'

애용이는 동생이 예전에 일하던 직장에서 거든 길냥이었다. 이런 저런 사연으로 동생이 키우게 됐는데, 워낙에 낯을 가리는 성격이라 '애용이'는 매제도 익숙해지는데 일주일 넘게 걸렸다고 했다. 전에 나를 봤을 때도 작은방에 접혀진 문 끄트머리 구석에서 나오지를 않았었다. 조금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곁에 집사들이 있을 때나 쓰담쓰담을 허락해주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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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녕은 이정도는 아니었는데, 내가 폭우를 뚫고 너 밥주러 똥 치우러 왔단다. 신발이 다 젖고 양말까지...너가 알리가 없지 그래...니 집사도 모를거야... 유유 하하

발자국 소리가 달랐는지, 현관 비밀번호 누르는 타격 리듬이 달랐는지 애용이는 적이 침입했다고 느꼈나보다. 누구냐옹이라는 눈빛으로 나를 맞이했다. 나는 기억해도 너는 모를 수가 있지 그렇고 말고.

반려인은 아니지만, '세나개''고부해'의 애청자로서 처음부터 다가가지 않았다. 워낙에 낯을 가리는 애용이에게 쉽게 접근 했다가는 내가 애용이에게 바라던 모습도 사라질지 모르니까.

'애용이'는 왜 저럴까? 그런 인간스러운 생각보다는 그저 눈 한번 마주치고 쇼파에 앉아 기다리기를 택했다.


'오늘 내일, 왓챠에 없는 영화 한편 보다 갈게~'
그랬는데, 애용이한테는 영화속 총소리가 너무 무서운 소리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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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시간 반이 넘는 '아이리쉬맨'을 보고 어제 본 '남산의 부장들'을 보면서 '아, 결국 같은 시대의 반도와, 신대륙의 깡패들 얘기였구나' 싶다가도, 깡패중에 그래도 옳고 그름이 무엇인지의 판단의 기로에 선 남자의 이야구였구나 싶었다.

김부장은...깡패는 아닐런지도. 깡패는 박씨, 양아치는 차씨, 전씨. 찐따 노씨.

다시 생각해보니 우리 시대가 깡패에서 양아치로 넘어간 게 그나마 다행이다 싶다. 양아치가 다스리다 양아치가 물려 받았으면 우리는 지금...

아, 하와이 양아치에서부터 시작했구나...암튼, 그래서 18년을 집권하던 깡패의 공과 과를 생각하겠지.

개인적으로는 <그때 그 사람들>이 더 좋았다. 그래도 병헌컨대는 성공적.

세 시간 반 넘게 혼자 동생네 신혼집에서 혼자 영화를 보면서도 이래도 되나 싶기도 했다. 동생이 괜찮다는데 요새는 세상에 너무 불편러들이 많으니까. 네이트 살아 있나?

그러고보면 그런 믿음과, 신념과 같은 영화를 보고 온 것 같다.
그렇게 무거운 영화였지만, 내가 이틀간 애용이를 돌본 건지 모르겠는 그 시간은 가볍지만 가볍지 않은 시간이었다.

넷플렉스 오리지널 '라스트 댄스'나 'F1 본능의 질주'를 보고 오고 싶었는데, 그러면 애용이 밥도 못 먹고 똥도 못 싸고 그럴까봐, 단편을 선택했는데, <아이리쉬맨> 러닝타임이 너무 길었네.

그래도 오늘은 내 마음 같지만 조금 더 다가간 것 같다.
다 인간스러운 마음이지만.


동물같지 않은 인간들이 제일 싫다.
지들은 꼭 틀별한 것 같은 마냥...
물론 동물보다 못한 인간들은 더 싫고.

인간을 그렇게 차별적으로 보는 인간들도 지금도 있지. 그런 놈들은 더 싫다. 어디나 있다. 우리가 그렇게 보는 저들에게나, 우리 안에도 있다. 나를 포함한 당신의 마음속에 은연중에 있을지도 모를 일이지.

내가 그래서 프로도 마음에 안들었지만, 지미<알 파치노> "니 들"이란 단어가 싫었던 거야. 그 고집보다. 그러니까 남들보다 먼저 죽지. 어떻게 보면 먼저 죽었던 게 나쁘지는 않았구나 싶네. 관짝이나 고르는 게 무슨 소용이야.

<아이리쉬 맨>의 세시간 반의 러닝타임이 지겹지 않은 걸 보면, 이제 어릴 때 이해를 못해 한시간을 못 보던 <대부>를 볼 때가 된 것 같다.

<왓챠>에 완 투 쓰리가 다 있네, 왔싸!

애용아 다음에 보자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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