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생각 끄적임] 15년 전 버스에서 스쳤던 그 소녀는 지금쯤...

in #kr-pen7 years ago (edited)

2000년대 초, 붉은 악마가 온 나라를 들었다 놨다 할 때였다.
나는 한발짝 떨어져 영어 공부에 전념하고 있었다.
나 역시 입시영어, 문법영어의 은총을 받은 덕에 토플 듣기평가에서 반도 못 맞추고 허우적 거리고 있었다.

햇볕이 따사롭던 어느날 버스 제일 뒤편에 앉아 어딘가를 갈 때였다.
옆에 한 소녀가 부모님과 함께 앉아 있었다.
중학교에 막 입학이라도 하는걸까.
어머니는 중1 참고서를 손에 들고, 소녀는 단어장을 손에 들고, 기본적인 단어의 철자를 외우고 있었다.
하나 맞힐 때 마다 스스로 자랑스러워하는 아이와, 그런 아이를 대견스럽게 바라보는 부모님.

그때였다.
"제가 경험자로서 말씀드릴게요. 지금 아이가 영단어 외우는 것은 별로 소용이 없습니다. 영단어 외울 시간에 차라리 문장을 통째로 외우게 하세요. 그리고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듣고, 쓰고, 읽는 걸 동시에 하는겁니다. 그 영어 교과서 출판사에서 테잎도 같이 팔거에요. 그 테잎을 들으면서 문장을 따라 읽어요. 어느 정도 자연스러워지면 이제 들리는 것을 받아 적어요. 완벽히 받아 적을 때 까지 반복해서요"

속사포같이 쏟아져 나오는 조언들이 내 머리에서 발생했으나,
입을 통과하진 못했다.
내가 내릴 정류장이 얼마 남지 않았고,
버스 옆자리 모르는 사람에게 이것저것 설명 하기에는 수줍음(?)이 컸다고 스스로 변명해본다.

내가 그때 용기를 내어 참견을 했다면,
그 소녀는 영어에 자신감을 가지게 되었을까...
그리고 그로인해 소녀의 인생이 바뀌진 않았을까...

15년전 버스에서 스친 소녀를 기억하고, 그녀의 인생을 걱정하는 것은 오지랖이 너무 넓은걸까...



이런 옛기억이 떠오른 것은 김작가님의 덕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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넓다고 봅니다에 한표 던집니다.

네, 한 표 받아서 현재 1:0입니다 ^^
(댓글에는 사투리 안쓰시는군요 ㅎㅎ)

써유. 진지하게 보일려구 그랬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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