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독] 글 읽어주는 여자 #001 앞집 할망 written by baejaka (목소리 주의)

in #kr-pen6 years ago


안녕하세요. @baejaka 입니다.
왠지 잠이 오지 않아서 짧은 영상(?)을 하나 만들었습니다.
다름이 아니라 글 읽는 영상인데요,
뭐 그렇게 좋은 목소리는 아니지만 최근 낭독의 재미에 빠져있어서...
스친분들과 함께 들어보면 어떨까 해서 만들어봤습니다.
(사실 영상이라기 보다는 음성입니다 ㅎㅎ)

낭독 영상을 만든 이유는..
사실 스팀잇 초창기에 올려서 소리 소문 없이 묻힌 글이 아까워서이기도 하지만,
한번 텍스트로 소모된 글이라도 문학성이 강한 글은
낭독을 통해 접하면 다른 느낌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문학 콘텐츠 2차 생산의 개념으로 접근해 봤습니다.

사실 첫 회는 저작권 문제가 있어서 물색없이 제 글로 녹음했지만
기회가 된다면 다른 작가님들이 쓰신 좋은 글을 양해를 얻어 읽어보고 싶기도 합니다.
낭독 영상으로 발생되는 보팅 수익은 당연히 원글 작가님과 쉐어를 해야겠다는 생각이고요.
스팀잇에서 제 영향력은 미미하지만
좋은 문학 콘텐츠의 확산에 기여하고 싶다는 차원으로 이해해주시면 될 듯 합니다.
하지만 제 목소리가 별로고 낭독을 못하면 말짱 도루묵이겠죠..흑.. ㅠ.ㅠ

1회차는 재미로 한번 봐주시고, 의견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반응이 그닥...이다 싶으면 다음회차는 없......ㅎㅎ

배작가의 주저리를 다 들으시려면 처음부터,
시 낭독만 들으시려면 3:28 부터 들으시면 됩니다.

추신 : 자고 일어났는데 부끄러워지면 지울지도 모릅니다 +_+ 하핫!


[앞집 할망]
동쪽 끝 마을 동쪽 끝 집으로 혼자 들떠 유배 오던 겨울날
빌린 집 앞집 댓돌에 볕 쬐러 나와 앉은 노파 하나가
눈초리로 뒷덜미를 자꾸 잡아채길래 마지못해 인사를 했다
ㅤㅤ
선선히 닿은 눈인사는 호구조사를 허락하는 전보(電報)
이국의 언어로 빚은 물음에 몸짓으로 답을 빚느라
내 몸에선 훈기가 피고 쪼글한 그 입매엔 아지랑이 피는 사이
단출한 이삿짐 구석구석 구순(九旬)의 역사가 흘러들었다
ㅤㅤ
ㅤㅤ

온몸이 마른 호박 줄기 같은 앞집 할망
아침이면 끓인 간장에 손마디를 지지고 와
빌린 집 문 너머 잠든 내 코 천장을 쿵쿵쿵 구릿하게 두드렸다
ㅤㅤ
한날은 바삐 말동무로 나섰는데 냄새에 한 며칠 귓구멍이 자욱했고
솜이불로 고치를 틀고 나서지 않은 여러 날은
할망이 빌린 집 문간이라도 쓰다듬을까 한참 조마조마하며 보냈다
뉘엿할 때 나가보면 노각 몇 개 고추 몇 개가 얼어 있곤 했다
ㅤㅤ
ㅤㅤ

명일(名日)에 붙여 스무날 남짓 떠돌다 온 이 육지 것을
할망은 보자마자 얼싸안고 턱 끝에 입 맞췄다
이 떠난 지 오래되어 옹그라진 계곡
그 틈에서 피어나는 스무날 남짓 된 달큼한 묵언의 냄새
방긋방긋 웃으며 큰 소리로 혼을 내는 데 혼내는 게 혼내는 게 아닌 줄 그때 알았다
ㅤㅤ
아 그런데 글쎄 할망은 왜 그새 쪼그라들었을까
몸에 붙은 할망을 떼려고 보니 육십갑자의 분홍 정수리가 보인다
ㅤㅤ
ㅤㅤ
밥 먹언
영원한 물음과 함께 퍼 올린 갈치 호박국 한 대접
어둑한 국물에서 피어나는 문간 너머 간장 향내
써느런 방에 들어앉아 문을 걸고 찬밥 말아 얼른 퍼먹고 잤다
웃바람도 모르고 잤다
ㅤㅤ
담날 앞집 문간에 대고 삼춘- 하고 불러보니 밭에 갔나 기척이 없었다
육지에서 가져온 크림빵 두 개 빈 대접에 담아 댓돌에 올려 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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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달하니 잘 듣고 갑니다.ㅎㅎ 글도 잘 쓰시고 목소리 차분하고 좋으시네요. 그런데
글 내용이 부담없이 듣기에는 좀 어려운 것 같다는...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감사합니다. ^^ 내용이 어렵다는 부분에 크게 공감합니다. ㅎㅎ
결국은 내용이 어렵기 때문에 낭독이 부자연스러운거기도 하거든요.
다음에는 귀에 쏙쏙 들어오는 쉽게 쓴 글을 한번 읽어보겠습니다. ^^

우앙+_+ 새벽 2시 라디오 디제이 느낌이 물씬 나는 것이
아주 폭 빠져듭니다, 저작권 문제만 아니면 이것저것 읽어달라고 조르고싶을 정도, 다음 방송도 기대할께요!

하핫 감사합니다. ^^ 사실 저도 좋아하는 글 이것저것 읽고싶은데 저작권 만료된 글 찾는 것도 일이더라고요. ㅎㅎ 앞으로 차차 조금더 부지런하게 조사해서 읽어드릴 만한 것들 가져와볼게요~ 들어주셔서 감사해요~

달달하니 좋은데요 ㅎㅎ 잘 듣고 갑니다 배작기님

달달~이라는 평이 나올줄은 몰랐어요.
은근 기쁜데요? ㅎㅎ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작가님 ^^

와 저도 정말 라디오 듣는줄 알았어요. 앞으로도 뭐든 읽어주세요.

와.. 감사합니다 ㅎㅎ
의욕이 막 샘솟는데요 ^^

짱짱맨 호출로 왔습니다!
한주 수고하세요

화이팅입니다! ^^

핸폰으론 안되네요 ㅠㅠ 집에가서 듣는걸로...

하핫.. 바쁘시면.. 굳이... 듣지 않으셔도....^^;;
(민망해서 이러고 있습니다.)

와우~ 프로느낌이 물씬 나네요.. 계속 기대할게요 ^^

앗 마법사님. ㅎㅎ
프로는 아니고 꼬꼬마때 취미로 인터넷 음악방송 했던 가닥이 좀 남아서 그렇습니다.
용기를 좀 얻었으니 앞으로 종종 올려볼게요 ^^

달콤하고 말랑한 목소리네요ㅎ
배작가님의 귀여움도 느껴지구요.
편안해서 자장가로 좋겠어요.
잠들기 전에 다시 들어야겠다^^

아니 왜 마담님 댓글이 여기서 나와요... 가 아니라..
사실 스리슬쩍 묻히길 바랐는데 찾아서 들어주셨군요.
어제 새벽에 녹음한거라 목소리가 좀 잠긴데다 작게 녹음해서
소근소근 하는 느낌일지도 모르겠어요.^^
수면 유도용 ASMR로 이용해주세요 ㅎㅎ

다시 들으니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네요.
순수해요 ㅎㅎ
갈치 호박국은 어떤 맛일까 먹어보고 싶어요.
궁금해서 배가 고프네요. ^^

네 ㅎㅎ 왠지 긴장이 되어서 파들파들 떨었어요..
앞집 삼춘의 갈치호박국은 비릿하면서도 간장과 젓갈의 깊은맛이 났어요.
호박은 살짝 설익은 듯 서걱서걱 했지만요.
못 잊을 맛이에요 :)

파들파들... 아이쿠, 귀여워라 ㅎㅎ
비릿한 갈치호박국 먹으러 제주에 가야겠어요.
제가 해물 킬러거든요.^^

우왕~
제주 오시면 살짜쿵 밋업(?) 할까요?
해물 맛난 곳 많이 알아요 저 ㅎㅎ

제주 가면 꼭 밋업해요.^^

오오 목소리 너무 좋으신데요?! ㅎㅎ 성대미녀셨군요!! 잔잔하게 읽어주시는게 정말 자기 전에 듣기 딱 좋아보입니다 :)

ㅋㅋㅋ 성대미녀 ㅋㅋ 감사합니다.
성대라도 예뻐서 다행이에요 ㅠㅠ
사실 저도 어제 제가 녹음한 거 다시 듣다가 졸려서 잠들었는데
이참에 계속 ASMR 시리즈로 녹음해 볼까봐요 (...)

여기 예비구독자가 있습니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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