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왜 샴페인을 좋아할까?

in #kr-newbie7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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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둡고 고요한 와인 동굴에서 수 년의 숙성을 마친 샴페인은 우리의 입 안에 흘러 들어오는 순간 마치 솜사탕처럼 입 안에 녹아 퍼지며 혀를 간지럽힌다. 이 기분 좋은 자극은 곧 뇌로 전달되고, 새침했던 기분이 언제 그랬냐는 듯이 명랑해 지거나 머릿속을 맴돌던 고민거리를 말끔히 잊게 만든다. 그래서 샴페인은 기분전환 하고 싶거나 분위기를 띄우고 싶을 때 단연 최고의 술이다.

“수정같이 맑은 빛깔 속에서 끊임없이 떠오르는 기포들, 아주 작고 상쾌한 기포는 한 모금 더 자꾸만 마시고 싶게 유혹이라도 하듯 입 안을 부드럽게 자극한다.”
(뱅상 가스니에의 <와인 테이스팅 노트 따라하기> 중에서)

샴페인의 가장 큰 특징은 병 속에서 일어나는 발효로 인해 이산화탄소(기포)가 발생하는 것이다. “17세기, 동 페리뇽 이라는 수도사가 병에 담긴 와인이 우연히 ‘2차 발효’하는 것을 목격했는데 와인이 상쾌한 거품을 일으키고 맛도 훨씬 좋다는 사실을 발견했다”는 것이 와인애호가들이 즐겨 말하는 샴페인의 유례다. 이 기포가 얼마나 작고 부드러운지는 샴페인(을 포함해 기포가 있는 와인)의 품질을 가늠하는 척도가 되기도 한다. 병 안에서 2차 발효가 진행되면서 자연스럽게 기포가 생성되는 샴페인은, 대형 탱크에 와인을 담고 압력을 가해 기포를 생성시키거나 인위적으로 기포를 주입해서 만드는 여타의 스파클링 와인에 비해 자연히 품질이 높고 가격도 비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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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사진은 잔 가득 풍부한 기포를 뽐내는 ‘드 브노쥬 de Venoge’의 ‘프린스 블랑 드 누아 PRINCES Blanc de Noirs’ 샴페인. 이 때 Blanc de Noirs는 적포도인 피노 누아 품종으로 만든 샴페인을 뜻한다. Blanc de Blancs이라고 써 있는 경우에는 청포도인 샤르도네 품종으로 만든 샴페인이다. 레이블에 Blanc de Noirs 또는 Blanc de Blancs이 기재되어 있지 않다면 그 샴페인은 피노 누아, 피노 므뉘에, 샤르도네의 세 가지 품종을 블렌딩해서 만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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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중에 효모 앙금이 쉽게 분리, 제거될 수 있도록 병의 입구가 아래를 향한 채 숙성 중인 드 브노쥬 샴페인>

샴페인의 품질을 높이는 또다른 요소는 오랜 숙성 기간이다. 프랑스 샹파뉴 지역의 샴페인 생산규정은 ‘여러 해의 와인을 블렌딩해서 만드는 논빈티지NV 샴페인은 최소 15개월 이상 병 숙성을 거친 후 출시’할 것을 명시하고 있다. 특정 해에 수확한 포도로만 만드는 빈티지 샴페인의 경우 이 기간은 3년으로 늘어난다. 하지만 이는 최소로 요구되는 숙성 기간일 뿐, 그보다 훨씬 긴 2-3년의 숙성을 거친 논빈티지 샴페인 또는 4-10년의 숙성을 거친 빈티지 샴페인도 쉽게 만나볼 수 있다. 이토록 긴 숙성을 통해 샴페인은 어떤 와인도 모방할 수 없는 고유한 맛, 향, 질감을 지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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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사진은 특정 해에 수확한 포도로만 만든 빈티지 샴페인, ‘Champagne de Venoge LOUIS XV 2006 샴페인 드 브노쥬 루이 15세’이다. 그랑 크뤼급 포도만 사용해서 만드는 이 샴페인은 무려 10년 가까이 숙성을 거친 후 출시되며, 생산량은 1만 병 밖에 되지 않는다.

참고로 '샴페인 드 브노쥬, 루이 15세'는 샴페인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프랑스의 황제 ‘루이 15세’를 기념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주치의의 처방으로 매끼 샴페인을 마셨다는 ‘태양왕 루이 14세’의 증손자인 루이 15세는, 샴페인을 병에 담아 유통시킬 것을 권고하는 내용의 칙령을 내렸다. 그 전만 해도 샴페인은 나무통에 담겨 유통되었는데, 유리의 품질이 나빴을 뿐만 아니라 병에 담긴 와인은 세금이 더 부과되었기 때문이다. 이 칙령은, 프랑스의 샴페인이 유럽과 러시아 등지의 왕족과 귀족들에게 널리 보급되는데 크게 기여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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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펴본 것처럼, 지금 우리가 즐기는 샴페인의 섬세한 기포와 우아한 풍미는 생산자들의 오랜 인내와 수고가 맺은 결실이다. 그리고 우리는 샴페인 한잔이 선사하는 낭만과 유희를 즐기기 위해 기꺼이 좀더 비싼 비용을 지불한다. 하지만 이 역시 ‘제대로’ 즐기지 못하면 괜한 낭비가 될 수 있으니 다음 사항을 참조하자.

먼저, 샴페인(을 포함해 기포가 있는 와인)은 30분 동안 냉동실에 두거나 냉장고에 2시간 정도 넣어두어 차갑게 해서 마시는 것이 좋다. 그리고 기포를 계속 유지하려면 코르크를 ‘펑’ 소리가 나지 않게 뽑아야 한다. 코르크 마개를 잡은 채 병을 돌려서 따면 큰 소리를 내지 않고 마개를 제거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가늘게 솟아 오르는 기포를 보는 즐거움을 오래 누리고 싶다면, 넓게 퍼진 형태의 잔보다는 좁고 긴 잔에 따라 마시자.

(이 글은 WineOK.com에 게재한 글을 옮긴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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