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1987] 민주화 이후 민주주의, 혁명 너머 시민혁명

in #kr-newbie6 years ago (edited)


(@ 공식 포스터)
최대한 서술에 스포일러를 피하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러나 조금이라도 내용이 연상 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뒤로 가기를 눌러도 괜찮습니다. 영화가 끝물이니 관계없을 거라고 봅니다. 시작하겠습니다.

공포가 쌓아 올린 허상의 모래 탑, 그러나 일단 한번 굳히기에 돌입하면, 한 두 사람의 비뚤어진 집착이 순식간에 권력의 철퇴가 되는, 그래서 평범한 다수의 보통의 일상을 파괴하고야 마는 폭압성. 전체주의란 그런 것이다.

권력자의 권력의지와 민중들의 일반의지(general will)간의 싸움. 저마다의 끓는 점이 각자의 이유로 자신만의 각오가 될 때까지, 소심과 침묵과 인내가 정의감으로 타오를때 까지, 무척이나 많은 시간과 노력과 희생과 죽음과 고통을 청구한다. 그러나 우연한 계기로 한 데 쏟아져 나오는 모래알들의 반란은 철옹성 같았던 권력의 마구니 탑을 안에서 부터 무너뜨린다.혁명이란 그런 것이다.


(@ 영화제공 스틸컷)

박종철은 박종운의 행방을 불지 않고 고문 받다 사망했다.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은 87 민주항쟁의 도화선이 되었다. 이한열의 죽음은 혁명의 기폭제가 되었다. 그러나 87혁명은 양 김의 분열로 인해 , 양복을 입은 반란군의 2인자 '보통 사람' 노태우의 당선으로 퇴색되었으며, 박종철의 죽음은 박종운이 고문 독재세력의 공천을 받아 국회의원 선거에 나서 낙선함으로써 씁쓸한 결말을 안게 되었다고 나는 생각한다. 한국 민주주의, 그 좌절의 역사는 끝날 때 까지 끝난 게 아님을 너무나 간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혁명의 열정은 끝까지 부릅뜨고 지켜보지 않으면 이렇게나 쉽게 배반된다.


(@오마이 뉴스)

"그런다고 세상이 바뀌나요?" 구멍가게 매대에 촛불을 진열하는 87학번 신입생 연희의 말은, 시간과 공간을 굽이쳐 2016년 겨울 전국의 광장을 가득 메웠던 수많은 촛불 시민들의 의지를 북돋는다. 87혁명은 시민들의 힘을 모아 문제적 헌법을 바꿔냈다면, 촛불혁명은 멀쩡한 헌법의 수호를 열망했다. 촛불의 힘은 헌법의 절차적 방법에 따라 탄핵안을 가결 시키고, 헌법재판소의 만장일치 판결을 이끌어 냈으며, 새로운 정권을 안착시켰다.


(@PrismMaker. 2016년 겨울 부산 서면, 겨울비에도 시민들의 촛불은 꺼지지 않았다.)

'바람 앞의 촛불' 새 정부가 출범한지 이제 1년도 지나지 않았다. 아직까지는 촛불 시민들의 단합된 힘으로 위기를 그럭저럭 잘 넘겨가고 있는 모양이다. 엊그제 뇌물공여 혐의가 있던 이재용은 1년 만에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성폭행 검사들의 낯뜨거움, 보복기사를 휘두르는 적폐언론들, 민주주의는 여전히 비뚤어진 권력과 그 추종자들, 그곳에 결탁했던 자본의 성채 앞에 여전히 위태롭다. 아직 방심은 이르다.

과연 촛불의 의지는 김정은의 '북풍', 보수세력의 '우풍' 에도 굳건히 타오를 수 있을 것인가. 한 번은 최루탄과 한 번은 물대포와 맞서 일궈낸 시민혁명, 각오를 품기도 어렵지만 그 의지를 유지하기는 더 어렵다. "또 민주화 운동이야 ?" 하고 입을 비죽 내밀었던 나부터 반성하게 된다. 아직 혁명은 끝나지 않았다.

-2018.02.03 @PrismMak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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