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5] 파리의 야경

in #kr-newbie6 years ago

야경1.jpg


첫 유럽 여행의 마지막 방문지는 파리였다.

의례 그렇듯이, 유럽에 오면 파리를 가야할 것 같고

파리에 오면 에펠탑을 봐야할 것 같고

에펠탑을 보려면 유람선을 타야할 것 같은 느낌에

아무 생각 없이 유람선에 몸을 실었다.


바람이 차다.

1월의 파리는 날카로운 송곳으로 피부를 찌르는 듯한 공기로 가득했다.


강이라고 부르기 민망할 정도로 좁은 폭의 강을 따라

별 특별한 감흥도 없이 멍하니 기계적으로 시선을 움직일 따름이었다.

나는 그만큼 지쳐있었다.


형형색색 빛으로 옷을 갈아입는 에펠탑이 나왔을 때에도

아, 에펠탑이구나, 하고 생각했을 따름이다.

대단히 감격스럽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실망스러운 것도 아니었다.

그저, 그곳에 에펠탑이 있었을 뿐이다.

그게 다였다.


지난 사진을 뒤적이다 발견한 유람선에서 찍은 사진.

그 날의 매섭도록 차가웠던 공기며

폐속까지 스며들던 한기며

두 발에 매달렸던 무거운 피로가 불시에 떠오른다.

그리고 생각한다.

그곳에 뭔가 중요한 것을 놓고 온 것 같다고.

그게 뭔지는 잘 모르겠는데,

뭔가 정말 소중한 것을 두고 돌아온 것 같다고.


잃어버린 조각을 찾으러 돌아갈 수는 없을 것 같다.

이미 없는 채로 너무 오랫동안 살아왔다.

하지만 그 비어버린 허전함에서

더는 눈을 돌리지 않기로 한다.


벌써,

10년 전의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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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일님 안녕하세요 :-) 경아님의 오마주 포스팅을 보고 찾아왔습니다. :-)
2017년 1월에 파리에 갔다가 4일 만에 비행기표를 끊어서 이탈리아로 도망갔던 때가 생각납니다. 마지막 여행지에서 느끼는 헛헛함- 함께 공감하고 갑니다 ㅎㅎㅎ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이탈리아는 파리와 다르게 한겨울에도 온기 가득한 햇살이 가득했던게 떠오르네요.

저도 팔로우했습니다. 앞으로 자주 뵈어요^^

저도 경아님타고 왔어요. :)
담담한듯 마음을 울리는 글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부끄럽네요. 앞으로 자주 뵈어요~!!

짱짱맨 호출에 출동했습니다!!

감사합니다^^ 저녁식사 맛있게 하셨나요? 편안한 저녁시간 보내세욧~!

어딘가에 두고오면 언젠간 다시 찾으러 가겠지 하고 실을 이어놓은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

찾으러 다시 파리에 가봐야하는걸까요?^^ 요즘들어 어딘가로 훌쩍 여행을 떠나고 싶어지네요~!

짱짱맨 호출로 왔습니다.

감사합니다^^

@therealwolf 's created platform smartsteem scammed my post this morning (mothersday) that was supposed to be for an Abused Childrens Charity. Dude literally stole from abused children that don't have mothers ... on mothersday.

https://steemit.com/steemit/@prometheusrisen/beware-of-smartsteem-sc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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