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기획자가 카페에 가면

in #kr-newbie6 years ago

"아무것도 변하지 않을지라도 내가 변하면 모든 것이 변한다"

오노레드발자크 (프랑스 소설가)

앱을 만들던 작은 스타트업에서 기획자로 있을 때,
저는 사무실 근처의 카페에서 커피를 한 잔 시켜놓고 일을 하곤 했습니다.
(지금은 커피 전문지에서 기자로 활동하고 있는 중이지만요!)
기분전환도 되고, 어쩐지 커피를 앞에 두고 사람들이 오가는 모습을 지켜보면
뭔가가 번쩍 거리면서 나에게 찾아와주지 않을까 하는 소심한 도피를 했던 것 같아요.

그러다보면 정말로 뭔가 보이는 게 있긴 했는데요.
번쩍거리는건 아니고, 그저 한창 활성화된 머리에 들어오는 잡다한 생각의 덩어리였지만요.
오늘은 그때에 봤던 덩어리들을 이야기해볼까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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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학으로 배운 기획

저는 창업을 시작하는 예비창업팀에 속해있었습니다.
경험있는 사수나 선배를 만날 기회가 없었죠.

그래서 당시 제가 기획을 공부하기 위해 자주 행했던게 역기획이었습니다.
이미 있는 서비스를 역으로 기획하면서 생각, 의도를 떠올려보는 과정으로 알고 있습니다.

인기게임인 오버워치나 롤을 예로 들면,
A라는 맵 또는 상황에서 B라는 캐릭터의 스킬 활용도가 지나치게 유리하지만,
상대방은 이를 억재하는 스킬을 가진 C라는 캐릭터를 선택하여 밸런스를 맞출 수 있죠.
혹은 이를 보완해주는 아이템이 존재하기도 합니다.

아주 간략한 예이지만 이런 부분에서도 기획자의 의도를 엿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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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웹사이트, 서비스를 보면서 기획자의 생각과 의도를 발견하는 재미가 쏠쏠했죠.
새롭게 알아가기도 하고 때로는 서비스의 허점을 발견하기도 합니다.
'이렇게 하면 이런 결과가 나오는 구나'라는 생각과 동시에
그렇게 진행할 때의 주의점도 배우게 되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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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저는 제가 일했던 사무실 근처에 있던 한 카페에서 이 글을 썼습니다.
카페에 들어오기 전부터, 음료를 주문하고 이 글을 쓰기까지의 생각을 적어보려 합니다.

1. 위치

이 카페는 신당역에서 5분 거리도 되지 않지만 찾기 힘든, 다소 외진 곳에 있습니다.
심지어 근처에는 목재창고나 가구 도매점들이 있는 곳이었죠.
카페가 있기에는 다소 어색하지 않나...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네요.

그래도 그 모습 때문에 끌리는 장소고 아직은 사람들이 많지도 않아서 좋아요.

2. 전체 분위기

공장의 느낌을 살린 내부는 참신하지는 않지만 식상하지도 않네요.

테이블이나 의자도 카페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이쁘거나 아기자기한 느낌이 아니었어요.
투박하지만 불편하지도 않고 노트북을 하기에 실용적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대리석 재질의 테이블이 발열을 줄이는 것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알았네요.

테이블 간격이 넓고 천장도 높아 좁은 공간이지만 넓다는 느낌을 주네요.
높은 천장의 조명이 은은한 분위기를 만들지만 테이블 조명은 살짝 강하다는 생각도 들었네요.

3. 주문 방식과 메뉴판 배치

메뉴판을 찾기가 어려웠어요.
두리번거리다가 입구 바로 앞에 있는 메뉴판을 찾았습니다.
아마 주문을 할 때 메뉴판이 잘보이도록 배려해주신 듯 해요.
하지만 인테리어를 보면서 자리에 먼저 앉는 사람들이 대부분이고 저 또한 그랬죠 ㅋㅋ
목재소재로 된 커다란 메뉴판을 달아두었다면 어떤 느낌이었을지 상상해봤었네요.

기존에 공장으로 사용되던 공간에 최소한의 변화만 준 공간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아주 참신하지도 않지만 쉽게 보기 힘든, 뜻밖의 만남? 같은 장소였어요 ㅎㅎ

이외에도 사용하는 잔의 모양이나 테이블과의 어울림이나 티슈 위에 얹어놓은 작은 돌, 공장 느낌의 공간에서 나오는 통일성에 서로 다른 모양과 색의 조명이 주는 개성 등.
방문할 때마다 사람들이 다른 경험을 선사하고자 한 의도를 엿볼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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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많은 분들이 나만의 카페를 꿈꾸실 거라 생각해요.
그리고 그 카페들은 각각의 개성을 가지고 있을 거라 믿습니다.
그 개성은 어쩌면 일상 속 작은 소망이 반영된게 아닐까..라는 생각도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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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아이디어가 필요하다거나 일상에 사소한 변화를 주고 싶을때.
그냥 맘 편하게 카페에 앉아 카페와 그 안의 사람들을 관찰해보는 건 어떨까요?
(물론 노골적이거나 지나치게 몰입하면 오해를 살 수도 있지만...)
커피를 마시며 잠시 주변을 둘러보면 내 생각의 경계선이 보일 지도 모르는 일이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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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남의 장소이자 쉬는 공간으로 친숙한 카페가 생각하기에 따라 다양한 상상이 펼쳐지는 공간이 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전해드리고 싶었는데 잘 전달되었는지 모르겠네요.

여러분이 생각하시는 카페는 어떤 모습인가요?

(+제가 있던 카페가 궁금하신 분은 말씀해주시면 위치와 카페를 알려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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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카페에서 글을 쓰는 경우가 많아요.
헤밍웨이도 집이 아닌 카페에서 글을 썼다고 하잖아요.
집이나 사무실에서 쓰는 것도 가능하겠지만 여기서는 뭔가에 얽매이기 쉬워요. 반면 카페는 자유로움이 있는 공간이죠.
맞팔 부탁 드려요~

이것저것 쓰기에도 카페는 멋진 장소죠 ㅎㅎ
감사합니다 :D

저도 밖에 나오면 하루의 대부분을 카페에서 있어요.
노트북으로 이것저것 작업하다보면 뭔가 집중도 잘 되고 그렇네요
평생의 소원이 저만의 작은 카페를 가지는 거지만 그게 잘 될지는 아직은 모르겠네요

요즘 카페를 비롯한 자영업자들이 다들 힘들어하시죠 대부분...ㅜㅜ
작고 아담하게 시작해보시는 건 어떠세요?!

아직은 자금이 문제라서 기획만 머리속으로 구상 중이에요 ㅎㅎ

언제나 자본이 문제죠 ㅜㅜ ㅋㅋㅋ
멋진 구상이 나오시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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