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도가 바라본 JTBC 암호화폐 논쟁] 1) 가치가 변하는 것은 화폐가 아니다?steemCreated with Sketch.

in #kr-newbie6 years ago (edited)


안녕하십니까? @jin90g 입니다. 오늘은 가입인사에서 예고했듯이, "철학도가 바라본 JTBC 암호화폐 논쟁" 을 주제로 총 3부작의 글을 쓰려 합니다. 저는 이 글에서 주로 JTBC 토론에서 유시민 작가의 주장을 짧게 다뤄볼까 합니다. 핵심 명제의 근거는 중앙일보 기사 '유시민vs정재승, 두 사람이 '암호화폐' 입장차 좁히지 못한 이유'를 근거로 삼겠습니다.

A. 가치가 변하는 것은 화폐가 아니다

유시민 작가의 다채로운 논증 가운데 이번 글에서 살펴볼 주장은 '가치가 변하는 것은 화폐가 아니다'라는 주장입니다. 유 작가는 위와 같은 주장을 비단 JTBC 방송 뿐만 아니라 여러 곳에서 반복적으로 한 것으로 유명하죠. 우선 기사에 적혀있는 바는 이러합니다.

"암호화폐는 가치가 변하기 때문에 그래서 화폐가 아니다."

사실 이 주장은 오해하기 힘들죠.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 분명한 주장입니다. 그러나 전직 철학도가 여기서 의심을 멈추면 커서 무엇을 하겠습니까. 우선 논증 형식으로 다시 정리하겠습니다.

  • 만약 (어떤 것)이 가치가 변한다면, (그것)은 화폐가 아니다. A->B
  • 그런데 (암호화폐)는 가치가 변한다. A
  • 그러므로 (암호화폐)는 화폐가 아니다. B

유시민 작가의 주장은 전형적인 전건긍정형식(modus ponens) 모양으로 풀어낼 수 있습니다. 조금만 더 신경쓰면 삼단논법 처럼 풀어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가치 변화를 만족하면 화폐가 아닌 것에 해당되는 것이죠. 그런데 전건긍정식은 다른 논리 형식에 매우 밀접하게 관련되 있습니다. 바로 후건부정형식(modous tollens)입니다. 이는 유시민작가가 지지하는 법정화폐들을 논증에 대입하면 쉽게 알아볼 수 있습니다.

  • 만약 (어떤 것)이 가치가 변한다면, (그것은) 화폐가 아니다. A->B
  • (법정화폐)는 화폐다. ~B (not B)
  • 그러므로 (법정화폐)는 가치가 변하지 않는다. ~A (not A)

이런 식으로 풀이를 할 수 있습니다. 쉽게 말해 유시민 작가는 "화폐는 가치가 변하지 않는 것이다. 가치가 변하면 화폐가 아니다." 이렇게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이 주장에는 앞뒤가 안 맞는 점이 있습니다. 바로 우리가 일상 속에서 화폐로 사용하고, 유시민 작가도 화폐라고 인정하는 법정화폐들도 가치가 변해왔다는 것입니다.

B. 달러도 엔도 원도 화폐가 아니다 VS 유시민 작가의 첫번째 전제가 틀렸다.

도표는 [비트코인이 금화가 된다] 라는 이시즈미 간지의 책에서 찍어온 것입니다. 우리는 아베노믹스로 유명한 일본의 돈찍어내기 정책이 엔화의 값을 떨어뜨렸다는 것을 익히 들어 알고 있습니다. 더불어 3년 동안 진행해온 그 정책이 '브렉시트(영국의 유럽 연합 탈퇴 사건)'으로 엔화 값이 폭등해 3시간 만에 물거품이 될 뻔 했다는 사실도 익히 들어 알고 있습니다.
비단 엔화만 언급할 필요도 없죠. 달러도 원화도 가치가 변해왔습니다. 보통은 가치가 떨어지는 방향으로 갔죠. 게다가 매니악한 주제기는 하지만 로마 제국의 법정 은화도 심각한 가치 변화를 겪었습니다. 1~2세기 동안 순도 97% 은화 1데나리온이 순도 50%까지 떨어졌고 3세기 중반까지 순도 5%까지 떨어져 고철덩어리 은도금 화폐가 은화라고 불리는 사태가 벌어졌죠.

문제는 유시민 작가가 '화폐는 국가가 발행하는 것' 이라는 입장을 갖고 있으며, 법정화폐를 제대로된 화폐라고 인정한다는 점입니다. 따라서 논증은 이렇게 정리됩니다. 여기서는 도표에서 본 것 처럼 엔화를 기준으로 정리해보겠습니다.

  • 만약 어떤 것이 가치가 변한다면, 그것은 화폐가 아니다. A->B
  • 엔화는 화폐다. ~B
  • 따라서 엔화는 가치가 변하지 않는다. ~A
  • 그런데 엔화는 가치가 변했다 A // (A와 not A가 동시에 참일 수 없다. 모순율)

그럼 여기서 추론할 수 있는 것은 둘 중 하나입니다. [[[엔화가 화폐가 아니거나, 유시민 작가의 주장이 틀렸다]]]는 것입니다. 유시민 작가 께서는 동시에 참일 수 없는 주장을 동시에 참이라고 주장하고 계신 걸까요?

보통 이렇게 논리가 전개되면 이런 반박이 들어옵니다. "가치가 적당히 변해서 안정적이어야지, 비트코인처럼 초 단위로 값이 널뛰면 되겠느냐!" 들어보면 그럴듯합니다. 작게 변화하는 것과 크게 변화하는 것은 마치 큰 차이가 있어 보입니다. 그래서 가치가 작게 변화하는 것은 화폐이고, 그렇지 않은 것은 화폐가 아닌 것 처럼 보입니다.
실제로 사용되는 화폐들이 그런 모습을 보이고 있기도 하죠.

그런데 덜 변화하는 것과 더 변화하는 것을 구분하려는 시도는 학문적으로 문제가 있습니다. 그것은 화폐이다 아니다를 구분하는 것은 성질(quality)의 구분이지만, 덜 변화하는 것과 더 변화하는 것은 물량(quantity)의 구분이라는 점입니다.

C. 성질 차이와 물량의 차이는 다르다.

지금 당장 "업비트" 어플에 들어가서 세계의 다양한 암호화폐들을 살펴봅시다. 그 중에는 분명 부실 코인도 있을 것입니다. 우선 7개 정도의 암호화폐를 가지고 줄을 세워봅시다. 그리고 달러, 원화, 엔화를 함께 놓고 그 변동성을 기준으로 줄을 세워봅시다.
그런데 이제 한 작가가 나타나서 "가치가 적게 변화하는 것이 화폐고 나머지는 화폐가 아니다"라고 말하며, 일단은 사유실험 세계 속에서 가치가 가장 적게 변하는 달러에 선을 긋고 나머지 들을 모두 화폐가 아니라고 선언합니다. 그러자 일본이 말합니다.

"저기 한국 원화하고 비교하면 우리는 가지가 적게 변하는 편이고 달러와 비슷하게 변한다. 따라서 엔화는 가치가 적게 변화한다. 당신은 엔화를 화폐가 아니라고 할 근거를 갖고 있지 않다."

작가는 고민하다 끝내 엔화도 화폐라고 선언합니다. 그럼 또 한국이 가만히 있겠습니까?

"일본 아베 총리가 미친듯이 돈 풀어서 가치를 떨어뜨린 것을 다 알면서 이러기냐! 원화도 크게 변화하지 않았다. 그러므로 우리나라 돈도 화폐다!"

작가는 위협에 못 미쳐 한국돈을 화폐라고 선언합니다. 그런데 갑자기 암호화폐 (a) 가 와서 항의합니다.

"아니, 우리가 암호화폐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나는 다른 암호화폐들 보다 변동성도 적고, 다른 개발 도상국 화폐보다는 훨씬 안정적이다. 원화만큼은 아니지만 그렇게 크게 변화하지 않는다. 가치 변화가 유일한 기준이라면 우리도 화폐로 인정받아야 하는 것 아닌가?

작가는 심히 고민을 합니다. 그러나 자신이 내세운 근거는 가치의 변화가 적다는 것 뿐이기 때문에 (a)도 화폐라고 인정합니다. 그렇게 또 다른 암호화폐 (a), (b), (c) 가 차례대로 와서 작가에게 항의하다가, 마침내 매일매일 가격이 30% 널뛰기 하는 모습을 보이는 암호화폐 (f)가 와서 이렇게 말합니다.

"아니, 우리가 가치가 좀 뛰기는 하는데, 그래도 베네수엘라나 짐바브웨 돈 보다는 가치가 덜 변화하지 않냐? 계네 나라 사람들도 지금 자기네 나라 돈을 못 믿어서 우리 쓰고 있는데, 우리도 화폐에 끼워주지?"

위의 예시에서 봤듯이 물량의 차이, 정도의 차이, 더와 덜의 차이는 성질의 차이를 보장할 수 없습니다. 물량의 차이는 성질이 서로 다르지 않는 것들, 다시 말해 성질이 똑같은 것들, 그래서 단 하나의 법칙으로 설명 가능한 것들에 속하기 때문입니다. 대표적으로 근대학문에서는 뉴턴의 운동 법칙이 있죠.
뉴턴의 운동법칙은 우리가 손에 쥐고 있는 야구공이나, 우리가 타는 자동차나 기차, 하늘에 떠 있는 달, 지구, 태양, 행성들에 이르기까지 다 설명을 시도합니다. 그리고 그 정도 거리에서는 다 성공했죠. 왜냐하면 그 운동 법칙이 물질적 사물을 대상으로 하고, 그것들이 성질이 다르지 않고 다 똑같고 다만 질량만 더 있거나 덜 있어서 그것만 살펴보면 되기 때문입니다. (물론 근대 학문 기준으로 설명드리는 겁니다. 이해하기 쉽도록 풀이하는 차원에서)

반면 성질의 차이는 둘 사이의 경계선을 그어줍니다. 두 대상이 호환이 되지 않도록 딱딱 끊어준다는 겁니다. 가령 농구 득점과 축구 득점을 합산하는 것은 의미가 없습니다. 두 스포츠는 성질이 달라 서로 다른 법칙에 따르기 때문입니다. 마찬가지로 식물과 동물이 성질이 다르기 때문에 살아가는 방법도 다릅니다.

따라서 덜 변화하는 것과 더 변화하는것은 화폐이다 와 화폐가 아니다를 구분하는 근거가 될 수 없습니다. 더와 덜은 성질이 같은 것에 적용되는 측정방식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유시민 작가의 "가치가 변화하는 것은 화폐가 아니다" 라는 주장은 달러부터 모든 화폐 드립치는 것들에게 똑같이 적용되어야 하고, 이는 앞서 제가 설명한 모순을 저지르게 됩니다.

D. 척도의 문제 - 가치 안정화를 요구하는 배경

그러면 유시민 작가가 왜 그렇게 가치가 안 변하는 것에 매달리는지를 살펴봐야 할 것입니다. 그 배경을 이해하고, 그게 합당하면, 또 존중해야 하니까요.
그 근거는 기사에 실린 유 작가의 다른 발언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화폐는 가치 척도로서의 기능이 필수다."

그러니까 다시 풀이해보면 유시민 작가의 주장은 이렇게 확장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만약 어떤 것이 가치가 변한다면, 그것은 가치 척도의 기능을 할 수 없다. A->B
  • 가치 적도의 기능을 할 수 없는 것은 화폐가 아니다. B->C
  • 따라서 가치가 변하는 것은 화폐가 아니다. A-C

이러면 이제 "척도"라는 개념이 들어옵니다. 이 "척도"는 일종의 기능입니다. 제 기능대로 작동을 하면 되는 거죠. 그렇게 되면 척도 기능으로 작동 하느냐에 따라 덜 변화하는 것과 더 변화하는 것 사이에 임의적인 선을 그어볼 가능성이 생기게 됩니다.

그렇다면 가치의 척도에서 "척도" 개념이 뜻하는 바는 무엇일까요? 또 이 "척도"는 어떻게 해석될 수 있을까요?
가치 척도의 문제는 [철학도가 바라본 JTBC 암호화폐 논쟁] 2) 화폐가 가치척도라는 말은 무슨 뜻인가? 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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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님. 보상 50%50%로 하셔야 더 많이 받는다니까요! ㅋㅋ 다음 포스팅엔 그거 수정해주세요~

아. 별 생각 없이 올렸네요. 참고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런데 그 기자님 글에 대해서 첨언을 하자면, 유시민씨는 토론에서 '가치가 변하는 것은 화폐가 아니다.'라고 말했다기 보단, '변동성이 큰 재화는 화폐가 될 수 없다.' 라고 말한 거 같은데 어떻게 보시나요? 만약에 유시민씨의 주장이 전자가 아니라 후자라면, 법정화폐는 변동성이 크지 않기에 화폐가 될 수 있다는 것이 되니까용.

저는 유시민 작가의 그 발언을 일종의 "도망치기"로 이해하고 있습니다. 첫번째로 우선 이 글에선 위에 C단락 시작하기전에 언급한 것과 같이... '변동성이 큰 재화는 화폐가 될 수 없다.' 라는 주장에서 크다와 작다는 양(quantity) 개념입니다. 성질의 차이가 없거나 서로 같은 것을 대상으로 하죠.... // 달리 말하면 변동성이 작다 크다라는 기준 한개 만으로는 암호화폐와 법정화폐 사이에서 소위 "화폐 임"과 "화폐 아님"을 구분할 수 있는 본질(성질) 차이를 끄집어 낼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변동성이 크다 작다를 언급하는 것은 학문적으로는 의미가 없다고 해석하고 있습니다.

대신 마지막에 언급했듯이, "기능" 개념을 끌어다 와서 "가치 척도로 기능해야 한다" 혹은 "가치 척도로 기능하는 것이 화폐다" 라는 전제를 끌고 들어오면, 그때 비로소 변동성의 크기가 설득력을 얻게 된다고 저는 이해하고 있습니다.

대신 그렇게 주장하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가 중요해질 텐데요. 마침 주번째 장에서 척도 개념을 도입해 변동성이 적어서 단위로 있어야 한다는게 무슨 의미로 분석 이해 될 수 있는지 적어봤습니다.

여기서 요약하자면, "변동성이 큰 것은 화폐가 될 수 없다. / 화폐는 변동성이 적어야 한다." 라는 주장은 가치 척도를 측정하는 절대불변하는 가치 1 알갱이를 요청하는 주장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렇군요. 이해했습니다. 그런데 유시민은 토론에서 충분히 가치의 척도의 역할을 해야한다고 했습니다. 사실 저도 변동성이 크면 화폐가 될 순 있어도 사람들은 그걸 보편적인 교환의 매개로 사용할 수 있을지에 대해선 의문입니다.

사실 지금 비트코인의 가치도 BTC/USD로 메기는데 저는 이부터 잘못되었다 보고있지만요 ㅎㅎ 다음글도 기대할게요(이미 올리셨군요).

맞는 말씀이십니다. 다만 저는 이번 연재 컨셉을 철학도 컨셉으로 잡아서 보다 집요하게 기초 개념을 분석해보려 합니다.
척도 문제에서도 "가치의 척도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 사물들 사이에 무슨 관계를 의미하고 어떤 것을 뜻하는지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가령 불변하는 1가치 알갱이 라는 가치 척도 개념이 사물들 사이에 교환의 매개로 기능하느냐? 고 묻는다면, 그런 가치 척도 개념이 매개 역할(관계를 맺어줌) 을 하기는 하겠지만.. 성질이 똑같은 물질 덩어리로 '환원' 해 버릴 것입니다.

제가 유시민 작가님의 jtbc토론 관련 기사에서 분석하는 바는 이런 이면입니다.

아하 알겠습니다 ㅎㅎ

그리고 다행히 제가 인용한 기사에는 "가치가 변하기 때문에 그래서 화폐가 아니다"라고 직접 말한 것을 기자가 따와서... 다행히 없는 말 옮긴 상황은 아닌 것 같습니다.

좋은글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많은 활동 부탁드리겠습니다!!!
리스팀 팔로우 미약하나마 2불 보팅하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아직 실력이 부족하고 도구 다루는 법이 미숙해 글이 예쁘지 않습니다. 1차 연재 3부작이 끝나면 다른 의미로 보다 정성들여서 글을 써 보겠습니다.

오! "좀 안 맞잖나?"라고 생각하던 문장인데
잘 정리해주셔서 고맙습니다!!
2, 3편도 기대합니다 :)

기대하시는 바를 잘 충족 시킬 수 있을지요^^ 열심히 노력해보겠습니다. 유시민 작가의 주장과 제가 분석해내는 그 이면의 내용도, 이제 독자분들이 읽기에 음.. 일관성이 있거나.. 현실을 잘 설명한다 하면 존중받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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