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in의 고전에세이] 나라의 형상을 빚는 군주 [군주론 편]

in #kr-newbie6 years ago (edited)

@jin90g 입니다.

요즈음 사적인 일로 마음이 싱숭생숭해서 한 동안 글을 놓아버렸네요.
우선 저지른 일은 마무리 짓고 천천히 성찰을 하려합니다.
3부작 연재의 핵심은 "마키아벨리가 근대 정치학의 아버지가 아니라 르네상스(부활된 고전) 정치학의 표본이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지난 글에서는 그가 '사실과 당위의 분리, 도덕과 정치의 분리'를 한 적 없고, 오히려 도덕 개념을 고전 그리스 로마 스타일로 재해석해서 적용한 후에 이를 정치 이론 설명에 적용했다는 것을 밝혔습니다.

오늘은 마키아벨리가 아리스토텔레스나 플라톤이 주로 사용했던 '형상'과 '질료' 개념을 사용했다는 것을 보여드리려 합니다. 이번 글은 "형상" 편이며, 그 핵심은 '군주 나라에 형상을 빚는 자'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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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모든 국가의 주된 토대는 좋은 군대다."

마키아벨리는 국가의 주된 토대를 논할 때 다음과 같이 설명합니다. 인용 도서는 지난번 글에 적어놓은 책과 같은 책을 사용합니다. (강정인 역)

  • 모든 국가의 주된 토대는 좋은 법(질서) 그리고 좋은 군대입니다.
  • 좋은 군대가 없으면 좋은 법을 가지기란 불가능하고
  • 좋은 군대가 있는 곳에는 항상 좋은 법이 있기 때문에,
  • 저는 법 문제는 제쳐놓고 군대 문제를 논의하겠습니다.

달리 말하면 마키아벨리는 한 국가(정치조직, 정부)의 형태는 군대의 형태에 종속된다는 것을 주장합니다. 따라서 저 말을 한 마디로 재 정리 해보자면

  • 모든 국가의 주된 토대는 좋은 군대다

가 됩니다.
그렇다면 군대를 조직하고 재편하고 통솔하는 사람의 마키아벨리의 정치학에서 가장 중요한 자리 중 하나를 차지할 거라는 것을, 우리는 추론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마키아벨리가 논한 [군주론]에서 그 역할은 '군주'의 역할입니다.

  • "군주는 전쟁, 전술 및 훈련을 제외하고는 그 밖의 다른 어떤 일이든 목표로 삼거나 관심을 가져서는 안되며, 또 몰두해서도 안됩니다. 왜냐하면 이러한 기예(Arts)야 말로 통치하는 자에게 적합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 군주는 최고 통수권자로서 친히 군대를 인솔해야 합니다."

이렇게 마키아벨리는 군대 업무를 군주의 유일한 본질적인 업무로 규정합니다. 군주가 뭘 하든 군대를 가지고 하게 된다는 것이고, 군대에 대한 권한 없이는 군주 자리를 유지할 수 없다는 것이죠. 그런데 앞서 나라의 토대에대한 논의와 이 글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은 내용이 따라나옵니다.

  • 모든 국가의 주된 토대는 좋은 군대다
  • 군주의 업무는 군대 업무로, 최고 통수권자로서 친히 군대를 인솔한다.
  • 군주는 국가의 주된 토대(군대)를 총괄하는 업무를 수행한다.
  • 따라서 군주는 국가에 법(질서)를 부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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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 질료 materia 를 자기 생각에 최선의 형태로 빚어낼 기회

따라서 마키아벨리에게 군주란 한 나라 한 지역 한 공동체에 정치체제라는 형태를 부여하고, 사람들을 거기에 맞춰서 빚어내는 기능을 수행합니다.

뭔 우리가 지점토도 아니고 말이죠.

마키아벨리는 테세우스, 모세, 키루스, 등등 기타 위대한 신생군주, 오직 자신의 용기와 매력, 군사능력과 무력으로 새로운 국가의 왕이 된 자들을 가리켜 이렇게 평가합니다.

-"그들의 행적과 생애를 검토해 보면, 질료(materia, material)를 자신들이 생각한 최선의 형태로 빚어낼 기회를 가진 것 외에는 그들이 행운에 의존한 바가 없었다는 점을 잘 알 수 있습니다."

이에 근거하면 마키아벨리는 전형적인 고전철학, 플라톤이나 아리스토텔레스가 주로 사용하는 형상(이데아, 에이도스) 개념을 이용해 자신의 정치철학을 정리해가고 있다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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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 마키아벨리의 특색과 현대 응용

그러나 마키아벨리가 형상 개념을 사용했다고 해서 완전히 고전 철학을 배껴왔다고 볼 수 는 없습니다. 오히려 그는 르네상스 시대 사람으로서 형상 이론의 발전 과정을 잘 따라잡아 부활시켰고, 자기 시대에 맞게 응용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가령 중요한 것이 바로 "군주"와 "형상" 사이의 관계입니다.

플라톤 같으면 '국가'가 '국가' 답기 위해 가져야 할 "가장 이상적인 국가 형상"을 찾으려 했을 것입니다. 그 결과가 플라톤의 [국가], 그리고 [법률] 편이겠지요. 물론 당시대에 관찰 가능한 사실들을 재료로 불순물을 털어내고 털어내고 또 털어낸 것이 그것들이라 분명 시대상과 지역상이 미묘하게 남아있을 것입니다. (영아살해나 우생학 등등)
아리스토텔레스도 가장 이상적인 형태에 대해서는 의견을 달리 하지만, 국가를 분류하는 것은 형상에 따라 합니다. 법치 민주정, 귀족정, 왕정 vs 대중 민주정, 과두정, 참주정 뭐 이런 식으로 말이죠.

요약하자면 고전 철학자들에게는 "국가의 형상이 가진 !!내용!!" 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이 형상은 군주나 민주시민들이 어떻게 생각하고 판단하든, 그와 별개로 국가라는 대상의 본질로 그 안에 딱 박혀 있습니다.

그러나 마키아벨리는 [군주론]에서 딱히 국가의 형태에 대해서 이야기 하지 않습니다. 대신 권력이 누구에게 있고, 어떤 상태로 있느냐를 이야기 합니다. 가령 그는 군주국을 신생이냐 세습이냐, 독자적인 힘으로 얻었느냐 남의 힘을 빌려서 얻었느냐, 시민형 군주국의 경우 귀족의 지지를 받느냐 인민의 지지를 받느냐, 군대는 남의 군대냐 돈 주고 산 군대냐 자기 명령에 죽는 군대냐, 아니면 시민형제로 이루어진 군대냐. 이런걸 논하죠.

요약하자면 마키아벨리에게는 "형상의 내용" 보다는 "형상을 부여하는 주체"가 보다 이론적으로 중요합니다. 그리고 형상의 내용은 형상을 부여하는 주체인 '군주'의 정신 속에 있게 되죠.

그렇다면 공화국인 대한민국은 어떨까요? 우선 마키아벨리의 이론대로라면, 우리는 우리가 선택한 군대 시스템과 같은 본성의 정부 혹은 정치 공동체를 갖게 됩니다. 그 군대의 통솔권은 시민들이 임명한 책임자 '대통령'이 가져가게 되는데, 이는 마키아벨리가 정의한 공화국의 군 편재와 맥락을 같이 합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군대는 어떤 특성을 갖고 있고 어떤 구조를 갖고 있을까요? 우리는 우리나라의 군대를 자세히 들여다보면서 현재 우리나라의 정치 질서가 처한 상황과 그에 따른 부작용 그리고 그것에 대한 반발현상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합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진단하고 계신가요?


오늘 [군주론] 형상편은 여기서 마무리 하겠습니다. 앞으로 좀 더 부지런히 움직여야 할 것 같습니다.
다음은 [군주론] 질료편으로 [군주론]3부작을 마무리 짓겠습니다.

그리고 다음부터는 좀 더 꾸준한 글 업로드를 위해 "프레데릭 바스티아"에 대해 전체적인 장기 연재글을 올리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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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고전을 읽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군주론 시리즈 재밌게 보겠습니다!!

살짝 우울하던 때.. 힘이 됩니다. 감사합니다.

겨례의 늠름한 아들로 태어나
조국을 지키는 보람찬 길에서
우리는 젊음을 함께 사르며
깨끗히 피고 질 무궁화 꽃
-전우-

만약 육군도 이 노래를 부른다면 대한민국 남성의 대부분은 한 때 무궁화 꽃이었다는겁니다. 우리는 어떤 존재를 위해 피고 지는 꽃일까요? 군대가 우리를 위해 존재하는 것인지 우리가 군대를 위해 존재하는 것인지 알쏠당쏭합니다 ㅎㅎㅎ

글쎄요.. 최소한 징병제에서는 군인이 군인이 아닌 사람들을 위해 사용된 후에 제대로된 보답 없이 버려진다는 한 측면이 있는데.. 그것은 분명한것 같습니다.

네... 국가주의자와 개인주의자들에게 이 질문을 던지면 훌륭한 성찰과 분석이 나올 것 같아요. 저는 개인주의자지만 최대한 제 3자의 시점에서 계속 이런 질문들을 던져보려구요!

사실 안보 서비스는 거래 가능한 모든 서비스들 가운데 유일하게 독특한 특징을 갖고 있는것이 사실입니다. 그 중 하나는 안보서비스가 유일하게 상거래 교환(분업과 협력) 가운데서 다소 위태로운 힘의 불균형을 논리적으로 함축한다는 것이죠. 많은 한국 사람들은 자본가.. 특히 대기업들이 우리를 억압한다고 생걱하겠지만... 특별히 국가권력의 힘을 빌려 성장한 집단이 아니라면.. 거대 기업이 이론상 본성상 억압이나 억압리스크를 함축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철저히 소비자에 복종하고 서비스할때 인기도 얻고 힘도 얻죠.. 결국 운영자 도덕 탓이죠...

반면 안보서비스는 유독 거대 기업이 생겨났을때, 그 힘 자체로 서비스 공급자에게 억압 행위를 통해 이득 볼 것을 자극합니다. 그 자체로 말이죠. 협력과 분업을 통해 안보 서비스 제공자가 거대한 무력을 지닐 것이고, 나머지는 그러지 못할 테니까요...

이게 아직 제가 완전히 해소하지 못한 군대 서비스의 문제입니다. 용병처럼 경제원리로 풀자니 힘 있는 기업이 멋대로 할까 두렵고... 그렇다고 정부를 세워 맡기저니 이건 뭐 통치자 도덕 믿고 맞기는 도박수... 그렇다고 미국처럼 개인무장하자니 말은 되는데 어어엄청 피곤한 생존주의 사회가 됩니다....^^ 원론적으로는 그렇게 사는게 가장 덜 억압적이겠죠..

두번째 문제는 안보 서비스 자체가 근본적으로 억압 약탈 공격 행위인 폭력과 같은 종류의 행위로 이루어져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안보서비스가 정당한 서비스려면 방어 혹은 정당한 배상 강제력 행사에 정밀한 복수에 까지만 상식적으로 정당한데..... 이걸 칼로 두부 썰 듯이 어디가 어디인지 명확하게 끊어주기가 힘듭니다. 정의로운 폭력? 선한 폭력? 정당한 폭력? 미묘하죠.....

개인주의나 자유를 중시하는 사람들에게도 '전쟁론' 이나 '안보서비스' 이론에 대한 심도있는 논의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오옷 좋은 글 정말 감사합니다! 평화와 폭력의 가치관 사이 그 애매한 공간에서 '군대'가 어떤 형태로 존재해야하는지 고민해봐야겠습니다. 진님 글을 꾸준히 읽으면서요!!

ㅎㅎ 이제 독자층들도 형성이 되고있네요. 스팀잇에서 가장 중요한 건 "꾸준함" 입니다. 나만의 스타일을 만들어서 색깔 뚜렷한 글들을 꾸준히 연재하면 독자들도 많이 생기고, 후원해주는 고래들도 많이 생길겁니다. 화이팅!

천성이 개으르고 쉽게 지쳐서 걱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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