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春子-4

in #kr-newbie6 years ago

들판이 새파랗게 새싹이 돋았다.
춘자는 미운동생을 업고 박바가지를 들고 밭둑으로 나간다.
소복소복 향긋한 쑥이 자랐다.
쑥냄새는 언제 맡아도 좋다.
아지랑이가 자글자글 피어오르는 밭둑 위에 털썩 걸터 앉아
쑥을 뜯고 있으면 세상 좋다.
미운 동생은 잠깐 내려놓아도 괜찮다.
흙을 좀 집어 먹어도 무슨 상관이냐.
입에 넣었다가 맛이 없으면 뱉어버리니까 괜찮다.

소복소복 쑥이 자란 틈에 제비꽃이 피었다.
제비가 돌아올 때 핀다고 제비꽃이라 부른다지.
춘자네 집 처마 밑에도 제비 한 쌍이 집을 지었다.

좀 있으면 새끼도 치겠지.
칫, 제비새끼들은 좋겠다.
엄마랑 아부지랑 다 있으니까.
새끼들 배 고플까봐 부지런히 벌레도 잡아다 주겠지.
나도 제비새끼였으면 좋겠다.

춘자는 쑥을 뜯는다.
박바가지에 수북하게 쑥이 담겼다.
쑥도 부지런하지 않으면 뜯을 게 없다.
미운 어마이한테 거친 보리밥이라도 한 술 얻어 먹으려면
부지런을 떨어야 한다.

쑥을 뜯어 놓고는 뒷산에 고사리 꺽으러 갈 거다.
고사리 나는 터는 산소 두 개가 있어서 무섭다.
그래도 고사리를 꺽어다 툇마루에 갖다 놓으면
미운 어마이 목소리가 조금은 누그러진다.

저 언덕 아래로 교자하고 또분이, 판분이가
학교를 파하고 집으로 오는 모양이다.
재잘재잘 제비새끼처럼 떠드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린다.
쑥 뜯어 놓고, 고사리 꺾어다 놓으면
내일은 학교 갈 수 있으려나.....

빼~~~액!
미운 동생이 밭둑 아래로 굴러 나동그라졌다.
춘자는 덜컥 심장이 내려 앉으며
궁둥이로 미끄러져 밭둑 아래로 내려간다.
미운 동생을 얼른 안아 올린다.
미운 동생 눈 옆에 상처가 났다.
흙먼지며 마른 풀을 뒤집어 쓰고 아프다고 고함을 치며 운다.
춘자는 벌벌 떨며 흙먼지와 풀을 턴다.
어떡하노....어떡하믄 좋노.....
자세히 살펴 보니 눈 옆에 상처 말고
이마도 긁히고 손바닥도 긁혔다.

아이고, 나는 인제 어떡하노....
나는 인제 아부지한테 새어마이한테 맞아 죽겠다아...........

춘자는 그만 미운 동생을 안은채 주저앉아 울음을 터트린다.

사본 -DSC_8348.jpg

아침부터 부지런을 떨며 들에 참을 나르고
미운 동생을 업고 쑥을 뜯고
또 고사리를 꺾어다 놓고
내일은 학교에 가려나.....기대해 보는데
미운 동생이 밭둑에서 굴러 상처가 났습니다.
춘자는 미운 동생의 몸에 난 상처보다는
집에 돌아가면 아부지한테 미운 어마이한테 맞을까봐
그것이 더 무섭습니다.

춘자는 어떡하면 좋을까요....ㅠㅠ
춘자 이야기는 계속 됩니다.


사랑이 넘치는 스티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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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자꾸 제...경험이 생각이 나버려요...그만큼 공감이 되구요.
동생 얼굴에 상처가 있었는데...나중에 그게 혹이 되어버렸어요...
엄마가 전화가 와서 니가 놀아주다가 그렇게 된 게 아니냐며 자기 속상하다고
눈물이 쏙 빠지게 혼을 내셨어요...
근데...전 솔직히 제가 상처를 냈었는지 기억도 못하겠는데 그렇게 말하니까
내가 그랬나 싶더라구요....지금도 제가 그랬었다 생각하구요.
춘자가 많이 혼날까봐....걱정입니당
경험이 있는 제가 너무 몰입되어 있네요^^;;
교과서에서 볼 법한 글인 것 같습니다.
단어, 사투리라고 해야할까요? 우리 고유의 단어들이 잘 드러나는 이 글에 애정이 갑니다. 옛날 그 배경도 좋구요~ 다음 편도 기대됩니다!

아픈 이야기 나눠 주셔서 고마워요..킴쑤님...
비슷한 경험이 있으시거나, 혹은
재혼하신 분들께 상처가 될 수도 있을 것 같아서
최대한 제 감정을 빼고 적고 있어요.
이 글은 춘자의 성장기이면서
저의 치유 과정이기도 합니다.

관심있게 읽어 주셔서 감사드리고...
킴쑤님의 그 아픔도 치유되시길 바래요...
오늘도 최선을 다해서 행복하기요~~!! ^^

짱짱맨 태그 사용에 감사드립니다^^
존버앤캘리 이번편은 왠지 찡함..^^
https://steemit.com/kr/@mmcartoon-kr/2018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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짱짱맨 짱짱!!

하~~ 정겨워라~~~~
춘자~^^

뜻을 생각하고 부르면 예쁜 이름이죠..ㅎ
감사합니다.. 오늘도 행복하세요~!!

왠지 춘자가 많이 걱정이 되네요.
학교에 갈 수 있으면 좋겠고만...
학교는 고사하고 혼만나게 생겼으니...
반갑습니다. 팔로우 & 보팅하고 갑니다~

공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답글이 늦어 미안합니다...ㅠㅠ
저도 팔로우하고 놀러 갈게요..^^

어쩜 그렇게도 공감을 하게 하시나요ㅎㅎ
춘자가 빨리 학교도 가고 훌룡한 사람이 되었으면
합니다 다음편 기다릴께요^^

옐로캣님 많이 공감해 주셔서 많이많이 고맙습니다...
춘자의 성장을 지켜봐 주세요...
옐로캣님이 돌보시는 고양이 숫자만큼 행운이 팡팡 터지길 바랍니다.오늘요~~^^

춘자이야기 .. 예전 박경리, 박완서 소설 보는 듯 해요. ^^ 기대~~

멀린님, 박경리 박완서라니요.... 너무 나가신 듯 합니다..ㅋㅋㅋ
기대에 부응하도록... 오늘도 달리겠습니다.. 부웅~~!!

춘자가 많이 혼나지 말아야 할텐데...걱정입니다^^

감사합니다...
춘자는 혼나고 두들겨 맞아도 꿋꿋하게 잘 자랄 거예요..
행운이 함께하는 오늘이 되시길 바랍니다..^^

춘자씨 힘내요...ㅠㅠ

배작가님 응원에 힘을 내서
꿋꿋하게 잘 자랍니다...
고맙습니다...
좋은 일이 더더더 많은 오늘이 되시길 바랍니다.. ^^

고전문학에서 읽던 정겨운 느낌의 글이네용 어떻게 이렇게 구성지게 쓰셨을까요
춘자야 힘내렴 :)

시대적 배경이.... 한 세기 전이라서 그런가봐요...ㅎㅎㅎ
찡님의 응원을 받고 춘자는 견딥니다.
고맙습니다...
몸과 마음이 그냥 막 상쾌하고,
좋은 일이 일어날 것 같은 예감이 이어지다가,
빵! 하고 신나는 일이 일어나는 하루가 되시길....
춘자와 당근이가 빌어드릴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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