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축구, 노동자의 스포츠가 맞는가’ ”

in #kr-movie6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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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카타르 월드컵은 11월에 개최된다고 발표됐다. 6월 기온이 무려 50도에 육박하는 카타르의 살인적 날씨는 처음부터 논란이었다. 문제는 유럽 리그들은 한창 시즌 중이라는 것. 유럽 날씨에 맞게 지금껏 이어지던 리그 일정이 엉망일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그 이면은 FIFA와 유럽 빅리그들 간의 이익을 놓고 벌어지는 돈 싸움이기도 하다.

98년 프랑스 월드컵을 기점으로 세계 축구의 중심은 월드컵이 아니라 ‘유럽 챔피언스리그’로 지형이 바꿔졌다. 빅리그의 빅클럽들은 예전에는 리그 챔피언만 출전했지만 최대 4장을 보장받았다. 당연히 자본이 모여들었고, 세계에 난다긴다하는 뛰어난 선수들이 집중되었으며 인기는 폭발적이었다. 4년마다 열리는 월드컵보다 1년의 챔피언스리그는 축구팬들에게는 확실히 매력적이다. 리그에 챔피언스리그까지 소화하고 온 스타플레이어들이 누적된 피로로 막상 월드컵에서는 그저 그런 모습을 보이는 경우가 허다해져 대회 질이 떨어졌다. FIFA가 주관하는 월드컵은 서서히 뒷전으로 쳐졌다.

FIFA가 러시아 월드컵에서 올린 수익이 55억 달러라고 한다. 그러나 유럽 챔피언스리그의 4년 누적 수익은 그보다 훨씬 많다. 그래서 부정부패로 쫓겨난 블래터 FIFA 전 회장의 후임으로 등장한 현 인파티노의 회장의 개혁의 방향은 부정부패의 척결이 아니라 더 많은 이익을 창출하여 FIFA의 권력을 강화하는 것이었다.

블래터 시대에 온갖 뇌물공세로 개최권을 딴 카타르의 월드컵 개최는 비리가 확인되었음에도 계속 유지됐다. 애초 인구 270만의 소국 카타르가 월드컵을 개최한다는 건 난센스였다. 그러나 막강한 중동자본의 영향력이 있었다.

거기에 월드컵 출전국수를 2026년 북중미 월드컵부터는 32개국에서 48개국으로 확대했다. 그런데 2022년 카타르 월드컵부터 조기 시행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한다. 그렇게 되면 FIFA의 수익은 러시아 월드컵 55억 달러보다 최소 수준으로 잡아도 훨씬 많은 65억 달러 이상에 이른다고 한다.
웃긴 건 각 대륙별 출전 티켓 할당이다. 양대 산맥인 유럽은 16개국, 남미는 6.5장으로 32개국일 때 보다 조금 늘어나 별 차이가 없다. 그런데 가장 축구 실력이 떨어지는 아시아는 현재 4.5장에서 최대 7장으로 확대돼도 감지덕지라는 분위기였건만 무려 8.5장으로 배 가까이 확보했다.

다분히 중국자본과 중동자본을 의식한 조치였다. 어마어마한 투자로 세계 슈퍼스타들을 자국리그로 긁어모으고 있는 중국과 ‘맨시티’의 구단주 ‘만수르’로 상징되는 아랍에미리트, 프랑스 리그 독보적 1위를 고수하는 ‘파리 생제르망’의 소유주 카타르 등이지만 축구실력이 딸려 월드컵에 출전도 못하고 있다. 한국, 일본, 사우디, 이란, 호주의 아시아 5강은 요지부동인 상황에서 이들 나라들이 확대된 아시아 쿼터 4장을 채울 가능성이 높다. 축구가 초국가자본, 신자유주의 세계체제의 경연장이 된지 이미 오래다.

영국의 좌파 영화 거장 ‘켄 로치’는 열렬한 축구광이기도 하다. 그가 만든 영화중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전설적인 스타 ‘에릭 칸토나’가 실제 실명으로 직접 출연한 <룩킹 포 에릭 (Looking For Eric, 2009)>이라는 영화가 있다. <룩킹 포 에릭>에는 맨유의 오랜 열성팬들이지만 자본의 유입으로 오히려 비싸진 입장료 때문에 축구장에는 가지 못하고 펍에서 TV보며 응원해야하는 씁쓸한 실상의 이야기가 나온다.

영국에서는 EPL도 입장료보다는 저렴하지만 그래도 비용이 만만찮은 유료 케이블 독점 중계고 펍도 가입해야 중계를 틀어줄 수 있다. 에릭 칸토나는 맨유의 레전드이지만 자본에 지배당하는 맨유에 반대하여 ‘맨체스터 오브 유나이티드’라는 오로지 맨체스터 시민들과 팬이 주체가 되는 축구팀을 만들기도 했다.

세계에서 가장 유명하고 비싼 축구 클럽인 맨유의 홈구장으로 8만을 수용한다는 ‘올드 트래포드’의 절반 이상은 비싼 입장료를 기꺼이 지불하는 외국 관광객들로 채워진다. 한국 관광객들도 축구에 관심없어도 올드 트래포드를 성지순례한다. 맨유의 ‘유나이티드’라는 명칭은 ‘노동자’와 ‘노동조합’에 기반하여 출발했다는 의미다. 오랜 역사의 축구클럽들은 대체로 그러했다.

현재 맨유는 미국자본 ‘프레이저 가문’이 소유하고 있다. 정작 가난한 노동자들은 자본이 지배하면서 그들의 중요한 여가였던 축구장을 갈 권리를 박탈당하고 배척된다. 최근 ‘호날두’가 무려 1억 유로, 1천 3백억 원에 이탈리아의 명문 ‘유벤투스’로 이적했다. 유벤투스의 소유주는 ‘피아트 자동차’의 ‘아넬리 가문’이다. 노동자들은 경영합리화와 비용 절감을 이유로 노동자들은 해고하면서 엄청난 이적 비용을 쓰고 있다 항의하며 파업을 감행하기까지 했다.

폭염 등 살인적 작업환경에 노출된 카타르 월드컵 경기장 건설에 동원된 제3세계 빈곤국가에서 온 노동자들의 사망자 수가 2015년에 이미 약 1200명이었다. 2022년까지 얼마나 많은 노동자들이 죽어갈 것인가. 그래서 카타르 경기장들은 ‘죽음의 경기장’으로 불린다.

내 대학시절 절친했던 한 선배는 너무나 축구를 좋아했고, 실력도 출중했다. 그 선배는 공장 현장에 들어갔고, 축구 동호회를 만들어 노동자들을 조직하려 했었다. 그러나 어느 날 동료 노동자들과 축구를 한 이후, 멱을 감으려고 근처 냇가에 들어갔다가 그만 급성 심근경색으로 젊은 생을 마감하고 말았다. 그의 마지막에 비친 축구는 도대체 무엇이었을까.

전 세계 30억이 즐긴다는 축구다. 그러나 자본의 일상적 지배와 농락에 정말 마음껏 즐기고 있는 것일까. 더구나 대한민국은 진정한 축구팬들은 별로 없고 월드컵 같은 때만 되면 국뽕들만 넘쳐난다. 주체껏, 소신껏 살아야 하지만 분위기에 편승하여 숟가락을 얹혀야 직성들이 풀리는 모양이다. 그래서 국가, 민족, 자본이 결합체임을 여실히 증명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으로 자본의 욕망에 대항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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켄 로치 감독을 좋아하는데 이런 다큐도 만드셨군요. 아브라모비치가 첼시를 인수하면서부터 (유럽)축구는 진짜 돈으로 트로피를 사는 시대가 된 것 같습니다. 선수들 몸값도 너무 극적으로 뛰었구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마지막 질문에 대한 답변을 달고싶은데, 생각이 나지 않습니다. 자본의 욕망에 대항할수 있을까? 라는 생각과 어떻게 그것에 순응할것인가? 라는 현실적인 생각이 먼저 떠오르는군요..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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